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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온 Mar 22. 2021

사주 공부하는 요즘 애들

나는 왜 사주 공부가 하고 싶을까




마이웨이, 내 길은 어디에?

 나는 '마이웨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마이웨이(My way)'란 아무것도 신경 안쓰고 내가 갈 길 가는 사람, 내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 자체를 의미하는 말이다. 신세대 용어라고 하기에는 고착화된 것으로 보여진다. 10년 전 중고등학교 시절에도 심심치않게 써왔던 기억이 난다. 그 시절에도 나는 마이웨이 친구들을 부러워했고, 그들을 따라하려고 부단 애썼다. 어쨌거나 본인이 선택한 '길'이라는 것에 확신을 갖고 나아가고 있어서 더욱 멋져보였다. 

 허나 요즘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마이웨이 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람들이 내 주변에도 끊임없이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라는 범국가적 재난이 도래하니 전염병과 관련된 길이 모두 폭파되었다. 오랫동안 승무원을 준비해왔던 친구들도, 공연 업계의 막내로서 첫 발을 딛고 일했던 후배들도, 여행사에서 일하고 있었던 친척도 전부 울며 노선을 변경해야 했다. 그 중 대다수는 당장 돈벌이를 위해 배민의 라이더나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자처했지만, 2년이 넘어가는 실정에 예전과 같은 형태로 복구가 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며 쓴 웃음을 지었다. 확실히 요즘 대학가를 지나면 사주카페, 운세와 같은 간판들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해당 지역의 니즈가 고스란히 반영된다고 할 수 있는 대학가 상권에서 '사주카페'의 의미는 젊은 친구들이 불안하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을 수도 있다. 사주카페를 찾는 요즘 젊은이들의 이면에는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미래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현재 처한 내 상황을 공감받길 바라는 마음이 공존한다. 

  온라인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포스텔러와 같은 운세 어플리케이션도 신세대의 입맛에 맞는 일러스트와 콘텐츠들로 사람들을 사로잡고, 유투브 내 다양한 사주 콘텐츠들도 인기몰이 중이다. 개인적으로 팬인 '도화도르'라는 유투버도 클래스 101에서 셀프 사주리딩으로 흥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세상은 빨리 갈 길 가라며 등 떠미는데, 아니 당최 내 길은 어디에 있는건지 찾을 길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나 또한 사주를 공부한다.




사주 명리학을 배우는 이유

 앞서 장황하게 설명한 시국 탓도 있지만, 나는 사실 그 전부터 사주 명리학 공부를 하고 있었다. 재밌게도 토플 공부할 때 사주 명리학을 처음 접했다. 

 22살의 나는 영미권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지원하기 위해 한 학기 휴학하고 토플을 공부하기 위해 강남을 출퇴근했다. 그 곳에서 만난 나이 지긋한 이모님(우리 엄마보다도 나이가 많으셨다.)과 친해져서 종종 점심식사를 함께하곤 했는데, 그 분이 명리학 지식이 있으셔서 내 사주를 가끔 풀어주곤 하셨다. 그 분은 겨울바다와 같은 원국이라며, 초년에 들어오는 빛의 대운이 의미가 크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초년운이 정말 좋다며 '어떤 일을 하든 된다'고 했다. 대신 26살때 까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온 힘을 다해서 결과를 내고 뿌릴 건 다 뿌려놓으라고 했다. 장난 반 진심 반 해주셨던 이모님의 말씀이 왜 그렇게 마음에 남았는지 모르겠다. 그 말을 새기고 무턱대고 달렸던 것 같다. 실제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했고, 원하는 영미권 대학으로의 교환학생은 가지 못했으나 북경 명문 청화대에 신방과 학생으로서 1년동안 교환학생에 다녀올 수 있었다. 교환학생 이후 대학 졸업 전까지 창업대회에서 의미있는 수상을 하며 취업까지 한 큐에 마쳤다. 3년 동안의 일이었다.

 이모님의 그 말이 대체 어떤 맥락으로 나온건지 문득 궁금해져서 재작년부터 공부를 시작했다. 정통 사주 책부터 유투브, 블로그 등으로 풀이 원리를 익히고 다양한 사람들의 팔자 케이스를 찾아보았다. 그러다보니 재미로 다가왔던 명리학이 무게감있는 철학으로 다가왔다. 내가 26살까지 날라다닐 수 있었던 이유는, 27살에 정재-비견 대운에서 편관-겁재 대운으로 바뀌어서였다. 무재성 팔자지만 지지의 지장간에 숨어있는 재성이 정재 대운으로 빛을 발하는 게, 이렇게나 반갑고 소중한 기운이었다는 것을 새삼스레 깨닫게 되었던 순간이었다. 올 해 대운이 바뀌니 앞으로 내가 가야할 길은 어디일지 더욱 더 궁금해졌다. 그래서 더 진지하게 사주 공부에 임할 수 밖에. 그 외에도 일월지 자수-유금 귀문관살 때문에 종교, 철학적인 공부에 흥미있어 하는 경향도 한 몫 했으리라 추측한다. 




나는 왜 사주 공부가 하고 싶을까?

 명리학은 자신의 생년월일시에서 주어진 인생 바코드를 파악하고,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바이오리듬처럼 이어지는 운의 흐름을 타고 과거나 현재 그리고 다가올 미래에 대해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 한다. 과거에는 음지의 미신이 가득한 학문이라는 오해를 샀고, 명리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을 보면 마치 '기구한 운명'을 갖고 태어난 사람이다라고 여겨지곤 했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 어렵지 않게 명리학 관련 서적과 정보들을 접할 수 있으니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사주 명리학에 관심을 갖고 있다. 적어도 요즘 애들인 내 주변에는 그렇다. 

 지금은 종종 지인들의 의뢰를 받아 소정의 복채를 받고 사주 풀이를 해준다. 간간히 취미처럼 공부했던 작은 지식들이지만,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지인의 지인까지 봐주고 있다. 회사 동료분들은 사주원국을 풀이하는 원리가 궁금하다며 사내 워크샵도 열어달라고 하신다.

  나는 사주명리가 인생의 '나침반'이라고 생각한다. 우연으로 치부되기엔 명리학적으로 일맥상통하는 상황들이 펼쳐지는게 흥미롭다. 오죽 잘 맞으면 '사'이언스라고 얘기할 정도다. 각자의 인생을 운영하는 데에 있어서 심도깊게 고찰할 수 있는 본인만의 나침반을 들고 좀 더 능동적으로 살아갈 수 있길 바라며, 내가 여기저기서 모아놓은 얕은 사주 지식들을 쉽게 풀어 공유해볼까 한다. 임자일주에 어울리는 해달이와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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