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은 아이와 부모인 우리가 매일을 같이 지낸 첫 해였고, 앞으로 오래 함께 살 집을 짓기 시작한 해였다. 그리고 공동육아 신입 조합원으로의 1년이기도 했다. 새 학기 시작을 앞두고 옹글도글로의 마지막 방모임*을 기록해 여기에도 옮겨둔다. 유아에서 영아로 넘어가는 시기, 아이는 다음 주부터 형님들이 지내는 윗방으로 올라간다는 것에 매우 으쓱해하면서도 긴장하고 있다. 아이에게도 내게도 새롭고 즐거운 2020년이 되기를. 당장 장기전으로 돌입한 바이러스 시국에서 내 멘탈과 모두의 안녕도 함께 바라며.
*공동육아조합에선 생활거점 의미로 ‘반’이 아닌 ‘방’이라는 용어를 쓰며, 매달 방모임을 통해 교사와 아이들이 터전과 집에서 관찰한 아이들의 기본 생활, 놀이 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최근 한 달간 놀이
- 2월 19일이 절기상 우수였음. 눈이 녹아서 비가 된다는 말. 겨울이 가고 봄을 맞는 시기. 바로 전날 눈을 즐겼던 아이들이라 땅이 젖어 진흙이 된 것을 신기하고 즐거워해. 옷, 신발 더러워져도 과감하게 막 놀기.
- 전날은 옹도 아이들이 1년 만에 성미산 정상에 올라갔고, 제대로 눈을 본 의미 있는 날. 특히 너도나도 눈밭에 누워 '천사 날개' 만들기 경험해 재밌어함. 고드름도 보고, 떨어뜨려 깨지는 소리도 들음.
- 코로나19로 실내에서 마스크 착용. 아이들 모두 답답할 텐데 대견하게 견뎌줌. 최근 2주간 바이러스, 초미세먼지 등으로 바깥에 나가지 못하는 날이 계속됐고, (웃프지만) 바이러스 놀이를 만들어 내는 적응력도 보여줘.. 아이들은 어떻게든 논다!
영아방 1년 살기
- 옹도방은 아침 열기가 대부분 잘 이뤄짐에 교사회 감사. 아침 열기는 교사와 아이들이 둘러앉아 이야기하며 일과를 함께 시작하는 시간. 처음에는 다소 어리둥절하던 아이들도 간식 먹고 놀다가 "이제 정리하자, 아침 열기 하자"하면 삼삼오오 모여 앉기 시작.
- 아이들도 아침 열기를 통해 "교사가 우리에게 할 이야기가 있구나, 오늘은(혹은 이번 주엔) 우리가 뭘 함께 하는구나"를 알게 됨. 예를 들어 오후에 생일잔치가 있으면, 놀이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어지니 오늘 할 일을 미리 계획하기도.
- 아침 열기에 내가 늦어짐으로 인해서 다른 아이들, 방 분위기에 영향을 주는 것에 대해 아이도 안다. 특히 아이 입장에선 오늘 어디 가는지 나만 모르면 이미 하루를 시작하는데 높은 벽이 생기는 것. 자기가 늦는 상황으로 다른 친구들도 느끼고 자기도 느끼게 하는 알 수 없는 벽, 그런 지점이 없게 부모가 도와줘라. 옹도는 아침 열기가 무척 잘 이뤄진 편으로, 윗방에 가서도 10시 이전 등원이 지켜지길 바라.
- 옹도글은 가정에서 지내다가 단체 기관 생활이 처음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규칙이라는 걸 잘 모르다가 터전에서 처음 익히기 시작. 지난 1년은 기본생활 다지기, 습관들을 만든 시간이었음.
- 생일 느린 아이들, 소근육 발달 더딘 아이들 많았으나 이번 겨울 지나면서부터 아이들 모두 스스로 이불 말아보고 옷 개고 서랍과 가방에 넣는 연습이 잘 이뤄지고 있어.
형님 방에 올라가기 위한 (아마의) 마음가짐
- 소근방은 영아에서 유아로 넘어가는 시기. 그렇다고 살금, 당실처럼 완전한 형님이 아니라 처음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 깍두기가 5세의 숙명. 당실, 살금에게 소근이는 잘 안 끼워주는.. 아니면 데리고 놀아주는 대상. 부모 입장에선 일견 안타까울 수 있지만(?) 6개월~1년 그 시간을 쌓다 보면 어느 순간 아이들 간 만나는 지점이 생긴다. 그 지점을 어른들이 기다려줘야 한다. 아이들에게 중요한 시기다. 어쨌든 윗방에 올라가면 아이들의 흥미와 호기심은 높아진다. 형님들 관찰 모방이 이뤄지면서 아이들 놀이, 그림 수준도 확 올라간다.
- 가장 크게 달라지는 것이 공간이다. 옹도는 1층을 다 썼는데, 2층은 27명의 아이들이 나눠 쓴다. 방과 방의 넘나듦이 엄청 많아져. 형님들이 왔다 갔다 하니 소근 아이들 입장에선 내 영역을 침범하는 느낌이 강하게 들 수도 있어. 이 시기에 또래뿐 아니라 형님 등 다양한 놀이 상대가 생기고, 관계가 넓어지는 것. 부딪침이 많을 수 있지만, 또 그래서 친밀감이 높아질 수 있음.
- 영아반은 투담임, 보조교사가 있어 어른이랑 짝손하고 나들이. 그러나 2층은 각 방마다 담임이 하나. 소근 아이들은 처음으로 선생님, 친구도 아닌 형님들(살금) 짝손을 해야 함. 형님들이 보폭을 맞춰준다고 해도 처음에 엄청 힘들 것이다. 본격적인 5, 6, 7세 놀이 통합이 이뤄지면서 실내 공간뿐 아니라 나들이에서도 반경이 넓어지니 체력적으로 피곤. 저녁에 잘 쉬는 것 중요.
- 담임교사 1명은 아이들이 스스로 해야 하는 게 많아진다는 뜻. 똑바로 앉아서 밥 먹기, 나들이 가기 전 스스로 옷 입기, 이불 개기 등. 아이들이 이걸 해내면서 성취감 생길 것. 옹도 아이들은 이제 다 스스로 양말 신는다. 설사 발등 발바닥을 거꾸로 신어도 다시 벗지 않고 돌려서 바로 신기 신공도 가능하다. 카레밥 비벼 먹고 요즘 양치한 뒤에 칫솔 닦는 것도 연습하는 중. 담임교사는 1명이지만 윗방에 올라가면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담임뿐 아니라 2층 모든 교사가 알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기.
교사의 당부
- 아이들이 커가면서 좋고 싫음, 감정 표현이 더 명확해지기 시작하고, 친구에 대한 선호도 더 분명해짐. 이에 대해 부모가 서운해하지 않기.
(ex : 우리 애가 예전엔 저 애랑 잘 어울렸는데, 요즘은 아닌 것 같아.. 저 아이가 우리 아이랑 잘 안 놀아주네 등)
- 새 학기 시작 후 2-3주 정도는 등하원시간을 규칙적으로 지켜주면 좋겠다. 환경이 바뀐 것에 적응할 수 있게. 2층은 에너지가 다르다. 적응 기간 아이들의 넘치는 활기, 짜증 모두 다독거려주길.
옹도방 아마들의 소감+총평
"아이들이 집에서는 안 하고, 안 먹어도 터전에서 다 스스로 하고 고루 잘 먹는 것 안다. 믿고 맡기고 보낼 수 있어서.. 감사하다. 터전이 다 키워 주셨다. 신입 조합원으로 무탈하게 공동육아 1년을 지낼 수 있었음에 감사하고 행복했다. 모두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x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