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사상 최고의 호불호가 등장했다
크리족 전사 비어스는 크리족의 적 스크럴을 잡기 위해 임무에 투입된다. 임무 도중 비어스는 지구라는 행성에 도착하게 되고, 쉴드 요원 닉 퓨리를 만난다. 스크럴을 추적하면서 비어스는 새로운 사실을 알아간다.
이같은 화제작이 있었나. 마블 스튜디오의 그 많은 영화 중에도 이만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 작품은 적었다. <캡틴 마블>은 캐스팅 이슈부터 젠더 이슈, 크고 작은 이슈들로 개봉 전부터 뜨거운 감자였다. 무엇보다, <어벤져스: 엔드 게임>의 직전 영화란 것도 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기대하지 말라. 그렇게 말하고 싶다. <캡틴 마블>은 그럭저럭 괜찮은 블록버스터다. 시원시원하고, 막힘 없이 궁금증을 해소시켜주고, 웃음을 터뜨렸다가 눈물 짓게 하는 다양한 매력이 있는 영화다. 하지만 그게 다다. 문제는 이 영화를 향한, 어떤 형식의 기대치에도 다다르지 못한다는 거다.
그동안 마블 영화를 챙겨봤다면, 당연히 이 영화에서 해소되길 바라는 궁금증이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닉 퓨리의 눈'이나 '캡틴 마블이 이전까지 등장하지 않은 이유' 등등. 설령 전편들을 안 봤어도 이 영화에 기대하는 전개가 있을 것이다. '캐롤 댄버스는 어떻게 캡틴 마블이 되나' 같은.
<캡틴 마블>은 모든 궁금증을 충족해주지 않으나, 일부 질문에는 답한다. 그러나 이 답이 정말 관객이 기대했던 답인지 모르겠다. 만족스럽지 못했다. 지난 10년간 프로젝트 사이에 굳이 이 영화가 있어야 하는지도 의문스러울 정도다.
단일 작품으로 접근해도 만족스럽지 않다. 기본적으로 이 영화는 SF에 미스테리와 모험극을 결합한 형태인데, 그 짜임새를 탄탄하게 해줄 뭔가가 없다. SF 파트는 어디선가 본 거 같고, 미스테리는 너무 난잡하며, 모험극은 유쾌하지만 인상적이지 않다.
왜일까. 이 요소를 관통하는 건 '캐롤 댄버스'라는 캐릭터다. 첫 단독 영화니 캐릭터 묘사는 더욱 중요하다. 하나 <캡틴 마블>은 외계 행성, 1990년대 지구와 닉 퓨리, 지구에 온 외계인을 그리느라 정작 캐릭터를 놓치고 만다. 브리 라슨이란 배우를 왜 데려왔는지는 알겠지만, 정작 활용하진 못했다. 브리 라슨의 연기는 순간 빛나지만, 캐릭터 기반이 약하니 일관되지 못하다.
그리고 <캡틴 마블>은 과감한 선택을 한다. 재미를 위해 자세한 설명을 피하고, 간단히 말하면 '비틀어버린다'. 장담컨대 이 순간 관객들의 호불호가 확 갈릴 것이다. 개인적으로 불호였고, 심지어 정치적이라고 느껴졌으며 영화의 흥미를 낮출 정도였다.
캐릭터 낭비도 심한 편이다. 원작을 아는 팬이나 특정 배우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캡틴 마블>의 캐릭터 활용에 실망할 것이다. 전개 비틀기의 빈도나 강도, 캐릭터 낭비의 수준은 다르지만, 같은 디즈니의 루카스필름 제작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나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가 떠올랐다. 이 기시감은, 당연히 좋은 징조가 아니다.
만일 <캡틴 마블>이 조금 다른 위치에 있었다면, <어벤져스: 엔드 게임> 전이 아니라거나 이만큼 주목받지 않았다면, 좀 더 편한 영화였을 것이다. 하나 <캡틴 마블>은 수많은 비난을 받고 재미나, 의미있음을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다. 과연 이 영화가 그 상황에서 대중들을 납득시킬 수 있을까? 아니, 그런 조건 없이도 '마블'이란 타이틀엔, 관객들의 높아진 눈엔 성에 차지 않을 것이다.
+ 글을 다 쓰고 다른 분들의 후기를 읽다 생각난그 것. 클라이막스 무지막지하게 어둡다. <블랙 팬서>처럼 액션이 있는데 집중하는 게 피곤할 정도다. 같은 실수를 두 번 반복하는 건 무척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