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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윤 Jun 20. 2023

볶음밥 한 그릇

PLAN


오늘의 나를 위한,

-만두소 볶음밥 한 그릇-


요즘 나의 본가에는 매일같이 만들어지는 고정 메뉴가 있다.

엄마표 손만둣국.

그래서 최근에 우리 집에 오셨을 때도 만두를 한가득 싸 오셨는데,

그때 만두소도 함께 가져오셨다.


그 만두소는 소분해서 냉동실에 얼려두었고

조금 남은 건 전분가루와 계란을 섞어 전으로 구워 먹었다.


오늘 내가 먹을 한 그릇은 얼려두었던 만두소와 함께 하는 볶음밥.

볶음밥은 내가 좋아하는 메뉴 중 하나이기도 한데

나는 그 재료 손질이 참 귀찮다.

근데 이미 만들어진 만두소가 있다면 무서울 게 뭐가 있으랴.


1. 대파를 썰어서 약불에 기름과 함께 달달 볶아준다.

(집에 양파도 마늘도 없으니 다른 건 패스)

2. 파기름이 나오기 시작하면 버섯을 넣어서 볶는다.

3. 버섯이 익으면 만두소와 해동한 밥을 함께 넣어서 볶는다.

(정말 계속 볶고 볶고의 반복이다.)

4. 소금, 굴소스, 간장 중 취향에 따라 간을 하고 

5. 그릇에 덜어 참기름 살짝.

6. 계란 프라이를 구워 위에 얹어 먹어도 맛있다.


우리 엄마는 오로지 김치만두만 빚는다.

고기 냄새에 민감하신 분이라서 고기만두는 취향의 범위에서 벗어난 지 오래다.

근데 문제라면 문제랄까.

작년 김장 김치가 너무 매워서 나는 먹기만 하면 배탈이 난다는 것이다.

그런 김장 김치가 들어간 김치만두도 예외는 아니다.

맛있어서 먹고 싶은데 잘 못 먹는 딸이 안쓰러워 던 걸까.

만두소에 들어가는 김치를 따로 헹궈 만두를 빚어오셨다.

이건 사랑이지.

남은 만두소와 빚어 얼린 만두를 양손 가득 무겁게 이고 지고 온 엄마의 사랑이

애틋하고 기분이 좋아진다.

힘들다는 걸 알지만 기분이 좋아질 수밖에.


나이를 먹으면서 어느 순간이 되면 챙김의 방향이 바뀌게 된다.

엄마가 자식을, 이 아니라 자식이 엄마를.

점점 엄마와 나의 관계도 챙김의 방향이 바뀌고 있다.

그게 좋으면서도 한편으로 안타까웠다.

빠르게 바뀌는 세상에 나조차도 버거운데 엄마는 얼마나 버거울지 짐작조차 할 수 없어서.

그래서 이런 엄마의 챙김이 나는 기분이 좋다.

생기 도는 눈을 볼 수 있으니까.

신이 나서 나에게 이렇게 저렇게 해왔다 말을 하는 엄마의 밝은 갈색 눈이 참 예쁘게 반짝였다.

이런 눈을 보고 '힘드니까 이제 하지 마'라는 말을 할 수는 없지.


나는 오늘도 엄마의 사랑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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