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N
오늘의 나를 위한,
-만두소 볶음밥 한 그릇-
요즘 나의 본가에는 매일같이 만들어지는 고정 메뉴가 있다.
엄마표 손만둣국.
그래서 최근에 우리 집에 오셨을 때도 만두를 한가득 싸 오셨는데,
그때 만두소도 함께 가져오셨다.
그 만두소는 소분해서 냉동실에 얼려두었고
조금 남은 건 전분가루와 계란을 섞어 전으로 구워 먹었다.
오늘 내가 먹을 한 그릇은 얼려두었던 만두소와 함께 하는 볶음밥.
볶음밥은 내가 좋아하는 메뉴 중 하나이기도 한데
나는 그 재료 손질이 참 귀찮다.
근데 이미 만들어진 만두소가 있다면 무서울 게 뭐가 있으랴.
1. 대파를 썰어서 약불에 기름과 함께 달달 볶아준다.
(집에 양파도 마늘도 없으니 다른 건 패스)
2. 파기름이 나오기 시작하면 버섯을 넣어서 볶는다.
3. 버섯이 익으면 만두소와 해동한 밥을 함께 넣어서 볶는다.
(정말 계속 볶고 볶고의 반복이다.)
4. 소금, 굴소스, 간장 중 취향에 따라 간을 하고
5. 그릇에 덜어 참기름 살짝.
6. 계란 프라이를 구워 위에 얹어 먹어도 맛있다.
우리 엄마는 오로지 김치만두만 빚는다.
고기 냄새에 민감하신 분이라서 고기만두는 취향의 범위에서 벗어난 지 오래다.
근데 문제라면 문제랄까.
작년 김장 김치가 너무 매워서 나는 먹기만 하면 배탈이 난다는 것이다.
그런 김장 김치가 들어간 김치만두도 예외는 아니다.
맛있어서 먹고 싶은데 잘 못 먹는 딸이 안쓰러워 던 걸까.
만두소에 들어가는 김치를 따로 헹궈 만두를 빚어오셨다.
이건 사랑이지.
남은 만두소와 빚어 얼린 만두를 양손 가득 무겁게 이고 지고 온 엄마의 사랑이
애틋하고 기분이 좋아진다.
힘들다는 걸 알지만 기분이 좋아질 수밖에.
나이를 먹으면서 어느 순간이 되면 챙김의 방향이 바뀌게 된다.
엄마가 자식을, 이 아니라 자식이 엄마를.
점점 엄마와 나의 관계도 챙김의 방향이 바뀌고 있다.
그게 좋으면서도 한편으로 안타까웠다.
빠르게 바뀌는 세상에 나조차도 버거운데 엄마는 얼마나 버거울지 짐작조차 할 수 없어서.
그래서 이런 엄마의 챙김이 나는 기분이 좋다.
생기 도는 눈을 볼 수 있으니까.
신이 나서 나에게 이렇게 저렇게 해왔다 말을 하는 엄마의 밝은 갈색 눈이 참 예쁘게 반짝였다.
이런 눈을 보고 '힘드니까 이제 하지 마'라는 말을 할 수는 없지.
나는 오늘도 엄마의 사랑을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