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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윤 Jul 27. 2023

김밥 한 줄

PLAN


오늘의 나를 위한,

-김밥 한 줄-


나는 평생 김밥을 싸본 적이 없다.

우리 엄마의 특기 중 하나가 김밥이기 때문이다.

알고 보면 이게 가장 간단하고 좋다는 엄마의 말을 아직까지도 이해할 수는 없지만,

밥 차리기 힘든 날에는 김밥을 자주 싸주셨다.

아빠와 오빠가 정말 잘 먹기 때문일까.


독립을 하면서 더 이상 편하게 김밥을 싸주는 엄마는 없다.

내가 싸 먹거나, 사 먹거나.


1. 고슬고슬한 갓 지은 밥에 소금 간을 살짝 해 준다.

(밥을 지을 때 다시마를 넣으면 좋다는데 자취생 집에 흔치 않은 재료지..)

2. 선풍기 앞에 두고 식힌다.

(심지어 이번에 내가 지은 밥은 질었다... 조금이라도 꼬독하게 식혀야 했다.)

3. 취향껏 원하는 재료를 넣어 말아준다.

(김밥을 말고 나서 굳이 김 끝에 물이나 밥풀을 묻히지 않아도 이음새를 아래로 해서 잠시 두면 잘 달라붙는다.)

4. 김밥에 참기름을 살짝 발라준 뒤 잘 드는 칼로 김밥을 살포시 잡아 썰어준다.




내 첫 김밥은 상추와 낙지젓갈을 넣은 것이었다.

처음으로 만 김밥.

그 과정을 엄마가 영상통화로 보고 있었다.

너무 웃긴데 김발도 없이 김밥을 마는 날 보고 엄마는 '잘 마네~!'를 외쳤다.

엄마 솜씨를 어깨너머로 본 덕이라고 대꾸했다.


나는 기껏 싸봐야 한 줄이면 끽이라서

10장이 들어있는 김밥 김은 한 장만 사용되고 냉동실로 들어갔다.


한 번 싸보니 나름 자신감이 생겨서

남은 밥으로 볶음밥을 했을 때 두 번째로 김밥을 말았다.

다른 속재료 없이 볶음밥으로만 구성된 진짜 김+밥이었는데

그것도 좋더라.

그래도 제일 맛있는 건 엄마표 김밥.

그건 못 이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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