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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승훈 Mar 13. 2018

학급 조직 : 부서

학급 일 분담, 학급 자치를 위한 부서 운영 

중학교 때 선생님이 학생들마다 역할을 나누어주고, 반장에게는 전체 감독을 맡겼다. 그 때 반장이 맡은 전체 감독 역할이 나에게 불편하게 다가온 기억이 있다. 누구는 일하고, 누구는 감독하고, 같은 학생인데 왜 쟤는 남을 감독하지 하는 마음이었다. 


대학생 때와 교사가 되어 여러 모임과 단체를 경험했다. 여러 경험을 겪고 나서, 나는 손과 발이 머리가 되고, 머리가 곧 손발이 되는 곳이 건강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계획은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 하고, 실행은 보통 사람들이 하는 단체에서 사람들은 더 빨리 지쳤다. 일을 하면 힘이 든다. 재충전이 얼마나 빨리 되는가가 중요한데, 남의 판단에 따라서 행동하는 상황에서 사람은 더디게 회복을 했다. 몸 써서 일하는 사람이 머리가 되어 정책을 세우는 모임이 되어야만, 사람들을 지쳤다가도 힘이 다시 생겨서 일을 꿋꿋하게 한다. 누군가 정책을 세웠다면 그가 바로 몸을 써서 일하는 사람이 되어야 했다. 


그렇게 하려면, 권한과 일을 나누어 맡아야 한다. 사람들이 몇몇씩 일을 나누어 맡고, 각 몇몇마다 자기 일에 대해 정책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내가 참여하는 경기도중등독서교육연구회, 전국국어교사모임의 독서교육 분과인 물꼬방은 이렇게 분권체제로 운영되는데, 호응이 좋다. 나는 이 방식을 우리반 학급운영에 적용해서 한다. 


우리 반은 모두 38명이다. 우리 반에는 모두 8개 부서가 있다. 


(1) 걷기부 : 가정통신문, 돈 걷기, 통계 처리 
(2) 알림부 : 전달사항 알리기, 종례 전에 담임에게 미리 와서 얘기 듣기 
(3) 지각부 : 지각생 관리, 지각 정책 마련 
(4) 신문부 : 신문 2개, 시사잡지 1개 구독 관리 (언론 신뢰도 공정성 조사 참고) 
(5) 책읽기부 : 학급책읽기 운영, 학급문고 관리 
(6) 공부부 : 수행평가 점검, 마감일 사흘 전 담임에게 알리기 
(7) 청소부 : 종례 때 그날 청소 담당자 칠판에 적어두기, 청소 정책 정하기 
(8) 설비부 : 방송, 인터넷 장비 등 교실 시설 관리와 정책 마련 


학급에는 일이 많다. 반장과 부반장에게 일을 도맡게 하거나, 순하고 착한 학생에게 일을 떠맡기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그 학생은 잔심부름을 하다가 집중력이 흔들려서 학교 공부를 방해받는다. 일하는 학생은 일하면서 왜 자기만 일을 많이 하는지 피해의식이 생기기도 한다. 그래서 학생들이 골고루  학급 일을 나누어 맡아야, 일이 나쁜 것이 되지 않는다. 


여덟 개 부서로 나누어서 일을 하면, 학생들은 골고루 학급 일을 나누어 맡는다. 각 부서는 일만 하는 게 아니라, 그 일을 어떤 방식으로 할지에 대해서 정책 결정권을 갖는다. 손발 노릇을 하는 사람이 머리 역할도 같이 하는 것이다. 한 부서는 4-5명씩으로 작게 만들어, 소통이 쉽게 한다. 5명이 넘는 집단은 소통하려고 사람을 모으는 데 힘을 뺀다. 


일은 잘하면, 사람이 보람을 느끼는 기회가 된다. 공동체를 위해 무엇인가를 해낼 때, 사람은 뿌듯해한다. 다른 사람들은 그를 존중하고 그에게 고마워한다. 



*2018.3.13.에 덧붙임 :  앗,앗,앗! 같은 주제로 그저께 글을 올렸는데 딱 1년 전에 같은 내용으로 쓴 이 글이 브런치 서랍에 저장된 것을 찾았다. 신기하게 똑같이 3월 11일에 썼다. 1년 시간을 두고 썼는데, 어디가 다를까. 2017년에 우리반은 38명인데, 1년 뒤인 2018년 우리반은 28명, 인구감소의 위력이다. 지난해보다 부서를 한 개 줄였다. 2018년에 쓴 글 ->  https://brunch.co.kr/@gurumba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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