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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CO김 Dec 11. 2017

나의 첫 번째 남미 이야기

에피소드 1 (페루-와카치나, 마추픽추)


나도 드디어 남미를 가게 되었다. 유럽만 계속 다니다가 남미라는 단어가 어색하게 다가왔다. 유럽은 그렇게 다니면서 남미를 나가려고 하니 같은 출장이지만 난 다시 처음이 되었다. 옷은 어떻게 들고 가야 할지 신발은 몇 켤레를 들고 가야 할지 한국식품은 챙겨야 하나 말아야 하나하나부터 열까지다 걱정이 앞섰다. 아니 걱정이 앞서면서도 시간이 바쁘다는 핑계로 준비는 하나도 하지 않았다. 그냥 두꺼운 옷 하나 얇은 옷 여러 벌 챙겨 비행기를 타러 갔다. 그렇게 남미 여행은 시작되었다.


인천에서 LA까지 11시간을 갔다. 이제 11시간 정도야.. 잠깐 눈감으니 도착하는 시간이다. 유럽의 짬밥(?)이 이럴 때 쓰이는 것임을 다시 한번 느끼며.. 내가 나갔을 때는 한참 미국 경유나 입국 시 인터뷰를 하니 마니 하던 때였다. 미국 경유는 꽤나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야 했다. 이스타를 미리 준비해와야 했고 가서는 다시 사진을 찍고 내 정보를 입력하여 종이를 뽑고 다시 심사를 거치고 짐을 찾은 뒤 다시 보내야 한다... 여하튼 그렇게 마치고 다시 입국장으로 들어가 페루에 있는 리마로 향하는 비행기를 탄다. 리마행 비행기에는 재밌는 영화는 많았지만 한국어 지원이 안된다. 드디어 멀리 외국에 나 온기분이 든다. 그렇게 귀로만 영화를 즐기고 드디어 남미에 도착했다.

리마 공항 입국심사대에 앉아있는 아저씨의 모습이 낯설다. 티비속에서만 보던 전형적인 남미 사람이다. 짙은 눈에 펑퍼짐한 몸, 짧은 머리, 까무잡잡한 피부까지. 나는 남미에 오고야 말았다.



남미에 와서 가장 먼저 한일은 잉카 콜라를 마시는 일이었다. LA-리마 구간에서 잉카 콜라를 제공하였지만 난 꼭 남미 본토에서 잉카 콜라를 먹고 싶었다. 마셔보니 그냥.. 풍선껌맛? 그래도 목이 말랐던지라 계속 들고 다니며 꾸준히도 먹었다. 늦은 시간 도착해 샤워를 하고 다음날 오아시스가 있는 와카 치나로 향했다.

내 상상보다 훨씬 더 신기한 모습이었다.

숙소에 체크인을 하고 예약된 버기카 투어를 시작하였다. 아무것도 모르고 반팔, 반바지를 입고 갔다가 모래를 뒤집어쓰고 와버렸다. 정말 아무것도 준비하고 가지 못한 상태라 그냥 계속 당해야만 했다. 그래도 아무것도 준비 못함 속에서 기대했던 곳 중 하나가 와카치 나였다. 사막과 오아시스. 이름만으로도 낭만적이고 황홀했다.

주머니 속 모래를 털어낼 때쯤 사막에 올라가 보자는 일행이 있어 맥주를 하나 사들고 숙소 근처 사막으로 향했다.

페루에서 매일매일 먹던 쿠스케냐 맥주

사막에 앉아서 노을을 기다리며 맥주 한잔. 정말 출세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맥주를 한 캔 사 온 것이 아쉬울 뿐 모든 것이 완벽한 시간이었다. 숙소 근처로 가서 식사를 하고 사막 한가운데서 나는 잠이 들었다. 


페루 여행에서 아니 내가 다닌 곳 중 가장 좋았던 곳으로 되어버린 마추픽추. 

리마 일정은 시차적 응이며 지친 몸을 추스른다고 아니 오아시스의 낭만에 젖어서 기억이 잘나지 않다. 비행기로 쿠스코로 바로 이동하니 비행기가 이륙을 하긴 했는데 착륙을 하늘에서 한다. 한참을 뜨고 나서 바로 착륙하는 기분이었다. 다들 고산병에 몸을 가누지 못했다. 난 다행히 고산병이 그렇게 크게 있지 않아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고 쿠스케냐 말고도 피스코를 마음껏 먹을 수 있었다.

바에서 한잔씩 먹다가 나중에 사먹을려고 찍었다

피스코와 함께 잉카 트레일을 달려 마추픽추로 왔다. 마추픽추로 가는 길은 험난했다. 기차는 가는 내내 서다 멈췄다를 반복하고 점점 울창한 숲 속으로 가는 길에서는 벌레가 우리를 맞아주었다. 그렇게 도착한 마추픽추로 가는 관문인 아구아깔리안떼스 마을에 도착했다. 시원한 물소리가 들리는 그곳에서 마추픽추에 가기 위한 준비를 했다. 다음날 아침 아침 7시부터 마추픽추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길도 좁았고 버스도 좁았다. 좁은 버스에서 옆에 외국인이 앉아 연신 좁다고 화를 냈다. 잠시 이야기를 나눠보니 이탈리아 사람. 그는 자신의 고향 '바리'를 아는 아시아인은 처음이라며 좁디좁은 의자 사이에 끼여 신기해했다. 


마추픽추 입구에 들어가자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구름에 쌓여 춥고 습할 뿐이었다. 그날의 가이드는 걱정 말라며 오늘 뭔가 느낌이 좋다고 했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구름들이 걷히기 시작했다.

구름이 걷히자 계단식으로 만든 밭이 나왔다. 사진을 찍으려고 핸드폰을 꺼낸순간 다시 구름은 뒤덮었다. 그렇게 계속 보였다 말았다를 반복했고 그 신비로운 마추픽추에서 잉카인들의 신기한 건축기술을 둘러보았다. 그 시절 이곳에 어떻게 저 많은 돌들을 가져왔고 그 돌을 갈고닦아서 만들어 두었을까? 미국인들은 잉카인들을 외계인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도저히 인간으로는 불가능한 건축기술이기 때문이다. 나 또한 그들은 분명 외계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추픽추인지 우주의 어느 행성인지 혼란스러웠다.

마추픽추 투어가 끝날 때쯤 구름이 거의 다 걷혀 마추픽추를 다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러자 몇 마리의 라마도 보였다. 라마들은 잔디관리를 하는 중이라고 한다. 돈 안 들고 잔디를 관리하고 사람들에게는 또 다른 구경거리를 주는 1석 2조의 효과. 라마들은 그곳의 주인인 양 아무렇지 않게 잔디관리를 열심히 했다. 라마를 뒤로 하고 잠시 밖으로 나왔다. 마추픽추에 입장하고는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금지되어있고 화장실도 없다. 화장실을 이용하고 잠시 요기를 한 뒤 잉카인들이 걸었던 길을 걸어보기로 했다. 계속 일행들과 같이 다니다가 혼자 이어폰을 끼고 내 속도에 맞춰 잉카인의 길을 거슬러 보았다. 바람소리가 좋아 이어폰을 내팽개치고 땀을 닦으며 오르니 마추픽추가 와이나 픽추와 함께 보였다.

그들은 무엇을 얻기 위해 왜 이곳에 보금자리를 가졌을까? 태양을 숭배하던 그들이 조금 더 태양신을 가까이하기 위해서일까? 그 사람들에게 신은 그토록 커다란 존재였을까? 종교가 없는 나에게는 의문 투성이었다. 그 의문투성이 속에서도 경이로움은 감히 말로 하지 못했다.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한 장 찍고 한참을 바라본 뒤 깊게 한숨을 쉬고 내려왔다. 내려오는 길에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스페인의 침략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마추픽추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쿠스코에서 아기를 업고 라마 인형을 팔던 아주머니는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잉카 마사지라는 이름으로 길거리에 나와 호객하던 마사지사들은? 얼마나 많은 만행이 저질러졌을까?

많은 생각이 스쳐지나간다. 마음이 무겁다. 마추픽추의 돌처럼.

마추픽추 칵테일. 독주를 좋아하는 나에게도 독한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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