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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CO김 Apr 10. 2018

익숙한 곳에서의 설렘

생샤펠 성당

이렇게 저렇게 다니다 보니 벌써 유럽에서의 시간이 많이 흘렀다. 그동안 몇 개월 동안 남미라는 낯선 곳을 간 낯설었던 유럽이 조금 다가온 듯했지만 다시금 더욱 낯설어졌다. 남미에서의 기나긴 시간을 보내며 한국으로 들어올 때 들렀던 런던 히드로 공항. 그리고 그곳만의 냄새. 유럽이 그리웠었다.


유럽에 다시 가게 되어 설레는 맘을 가지고 그들의 시선으로 유럽을 바라보았다. 남포동 같았던 런던의 피카델리 서커스가 아닌 용두산공원처럼 느껴졌던 에펠탑이 아닌 새 마음 새뜻으로 바라보니 새삼 놀라운 것들이 많았다. 책을 보던 중 책에 소개된 생샤펠 성당이 눈에 들어왔다. 에펠탑 한 페이지, 루브르 박물관 여러 페이지, 오르세 미술관 여러 페이지, 베르사유 궁전 등.. 낯익은 이름 뒤에 나에겐 낯선 생샤펠 성당. 그림 밑에 달려있는 설명들을 읽으니 왠지 모를 긴장감과 설렘이 다가왔다. 모든 게 설레고 낯설 그들처럼.


꼭 가보리라 마음만 먹고 유럽으로 향했다. 티켓도 없었고 뮤지엄 패스라는 파리의 티켓은 내가 생샤펠을 갈 수 있는 날 쓸 수가 없었다. 파리에 도착했을 때 파리는 온 세상을 하얗게 뒤덮고 있었다. 내 평생 본 내리는 눈 중 가장 많은 눈들을 보았고 눈이 많이 오는 지역에 계신 분들도 이렇게 큰 눈송이는 처음이라며 신기해했다. 하지만 신기함도 잠시 날이 너무 추워 따뜻한 라멘을 찾아 한 그릇을 얼른 먹고 숙소로 가서 우리만의 시간을 가졌다.


덕분에 다음날 아침 일찍 나뭇가지 위로 하얗게 쌓인 눈들을 보며 생샤펠로 향했다. 나의 설렘을 숨긴 채.

노틀담을 간다고 이야기 한 뒤 이왕 온 거 하나 더 보자며 그들에게 이야기를 건넸다. 대수롭지 않게 마치 익숙한 것처럼 우린 생샤펠로 향했다. 경사진 계단을 돌아 돌아 만난 생샤펠은 기대 그 이상이었다.

두 눈 가득히, 마음속 깊이 간직한 채 사장 한 장만 남기고 구불구불한 길을 다시 내려왔다.

그러곤 그들과 함께 다시 익숙한 노틀담성당으로 향했다. 생샤펠의 잔상이 노틀담을 더욱 아름답게 보이게 해주었다. 오늘의 노틀담은 어제의 노틀담 보다 예뻤다.


익숙한 곳에서의 설렘, 너무 잊고 살았나 보다. 익숙해져서. 앞으로 설렘이 가득할 수 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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