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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CO김 Aug 23. 2018

런던 '최애' 프림로즈힐

지금까지 유럽여행하면서 어디가 제일 좋았어요?

"체코요"

왜요?

"그냥.. 좋아요"


100만 번째 듣는 질문과 하는 답이다. 체코가 아직도 왜 좋은지는 잘 모르겠지만 늘 체코에서 한국행 비행기를 탄다는 그 이유가 가장 크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이별을 앞두고 다시금 되돌아보고 차분해지는 그곳 체코.

반대로 런던은 거의 대부분 일정에서 가장 먼저 도착하는 도시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도착하는 그곳은 아주 완벽한 도시에 가깝다. 이상하게도 난 런던은 잘 정이 가지 않는다. 말을 타고 다니는 경찰들이며 오락가락하는 날씨, 뭔가 딱딱하게 생긴 건물들, 게다가 유난히 남자에게 불친절한 것 같은 느낌마저도..

오래된 지하철을 타며 서다 멈추다를 반복하며 목적지에 몸을 싣는곳이다.


런던에는 그래도 '영국식'정원들이 많다. 영국식 정원이라 하면 자연 그대로 인간의 손이 최대한 덜 탄 그런 정원을 말한다. 세인트제임스파크, 그린파크, 하이드파크 등등. 또한 마켓도 많다. 우리에게 익숙한 노팅힐 마켓, 먹을거리들을 구경할 수 있는 버러우 마켓 등등. 


이상하게도 난 마켓들 중 '캠든타운'마켓을 좋아하게 되었고 그러다 책자에서 근처에 프림로즈힐이란 곳이 있단 것을 알게 되었다. 언덕에서 내려다보면 런던이 한눈에 들어온단다. 꼭 한번 가보고 싶은 맘에 구글에서 별표를 쳐두었다.


캠든타운역에 내리면 가까운 곳에 한인마켓이 있다. 난 보쌈과 김밥을 구매할 생각이었다. 한국을 떠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었지만 소풍은 뭐니 뭐니 해도 김밥이고, 내가 좋아하는 보쌈도 있으니 사야지.

약10파운드. 한국돈으론 14000원. 단 마늘은 먹으면 큰일난다.

캠든타운에서 버스를 타고 가야 해서 온 김에 오래간만에 캠든타운도 둘러보기로 했다. 캠든타운은 독특한 액세서리 들뿐 아니라 세계 음식도 맛볼 수 있는 곳이라 늘 사람으로 북적거린다. 특히나 다리쯤 있는 곳에 있는 1파운드짜리 오렌지주스를 좋아한다. 유럽에서는 생오렌지 주스를 자주 볼 수 있지만 여기가 제일 맛있는 것 같다.

에코백과 조그만 마그네틱 몇 개를 샀다. 음식코너에 갔지만 대부분 인도, 중식 들이라 내가 가장 싫어하는 냄새가 풍겼다. 이상하게 나는 중식을 너무너무 못 먹겠다. 빠르게 지나치고 나니 런던 답게 옛 물건을 가득 전시해 둔 곳이 나왔다. 그 사이로 내 눈에 가장 띈 것은

이 나무상자! 코카콜라가 적힌 것도 맘에 들었지만 저 상자 안에 뭔가를 넣으면 너무 이뻐 보일 것 같았다. 어느샌가부터 이상하게 인테리어용품에 눈이 많이 간다. 예쁜 술을 사서 저기 담아두면 딱일 것 같았지만 저걸 들고 한 달여를 여행할 생각에 그냥 가만히 바라만 보다 왔다. 지금도 저 상자를 아주아주 가지고 싶다. 한국에서도 있을 법도 한데 그냥 난 저게 가지고 싶다..

버스를 타고 프림로즈 힐로 향했다. 참고로 캠든 마켓에서 걸어가는 사람도 많지만 오이스터 카드가 있다면 그냥 타고 가는 걸 추천한다. 꽤 많이 걸어야 한다.. 2층 버스는 여행객에게 최고니까


도착해서 구멍가게에 들러 신문을 샀다. 돗자리를 준비해올 필요가 있었지만 미쳐 그러지 못했다. 한국사람들은 쯔쯔가무시(?)를 매우 무서워하므로 깔고 앉을게 필요하다. 풀내음이 나고 하늘은 맑았다.

넓은 들판에 나무들이 심어져 있고 그늘을 찾아 사람들은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그 뒤로는 런던의 건물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이 넓은 대도시에 이렇게 자연이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낭만적으로 느껴졌다.

대충 자리를 잡고 신문을 하나하나 꺼내 자리를 잡고 김밥을 꺼냈다. 

스페인식 엠빠나다를 추천했지만 실패햇다. 양이..

누워서 김밥을 입에 넣고 나무 사이로 보이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계속 오물오물 거리며 가만히 가만히 누워있었다. 이렇게 일이 잘 풀릴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일이 잘 풀렸다.

잠시 누워서 하늘을 볼 수 있단 거, 큰 행복이란 걸 잊고 살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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