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RCO김 Jul 27. 2020

아무래도 난 돌아가야겠어

서울살이 1년 차가 다되어가는 시점

얼마 전 부산에 다녀왔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친구를 만났더니 가슴에서 뭔가 울컥하고 올라왔다.

서울에서 일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무 말 없이 한숨과 함께 소주를 삼켰던 친구.


그 친구와 오랜만에 만나 5분의 대화 뒤 별말 없이 2시간을 앉아 술을 마셨다.

옆에 내 와이프와 옆에 제수씨는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냥 그 공간이 좋아서 술을 마셨다.


정말 오래간만에 느끼는 상쾌함이었다.


늘 서울 지하철에 떠밀려 출근과 퇴근을 반복하고 퇴근 후 친구들에게 연락해서 돼지국밥에 소주나 한잔하고 들어가자는 말을 하지 못함에 힘들었었다. 축 저진 어깨로 핸드폰만 쳐다보며 (부산도 그렇겠지만)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싫었다. 그래도 간혹 성수에 와이프가 있어서 보러 갈떄면 뚝섬유원지에서의 지하철길은 달래주었다.

서울 사람들도 이 풍경을 보며 늘 설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손님으로 연락을 하던 분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마포.. 어디서 쯤 만났었다. 카카오 지도가 있으면 서울 어디든 갈 수가 있다. 먼저 도착해있던 지인은 날 보며 반갑게 인사했고 그 옆에는 반가운 대선 소주병이 있었다. 날 위해 대선 소주가 파는 곳을 섭외해두었단다. 너무 고마웠다.


여행 특별주간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와이프와 함께 마산에 내려갔다 왔다. 기차 안의 그 냄새, 풍경, 소리.

마산어시장에서 장인어른과 회를 사러 갔을 때 들리는 친근한 사투리. 그 모든 것이 좋았다. 장모님, 장인어른의 따스함도 좋았다.


다음 주면 다시 부산에 내려간다. 엄마 아빠도 보고 집에 강아지도 보고 친구도 만날 계획이다. 몇 시간 걸리는 고속도로에서 아주 반가운 휴게소를 만나는 기분이다. 전방 1km에 휴게소가 있다니 호두과자도 사 먹고 감자도 사 먹고 할 생각에 들뜬다. 휴게소가 지나면 또 달려야 할 것이지만.


왜 난 아직 서울에 적응하지 못했을까. 친구의 진심 어린 한숨소리가 그리워서일까, 돼지국밥 한 그릇의 따뜻함 때문일까, 늘 집안을 꿉꿉하게 했던 바닷바람 때문일까. 그래도 지금은 와이프가 있어 힘을 낸다.

부산지사장으로 내려가겠다는 바보 같지만 진심 어린 꿈을 꾸며 오늘도 지나간다.

작가의 이전글 서울살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