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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CO김 Sep 03. 2020

파리에서 살어리랏다

파리증후군 (Paris syndrome)

요약 - 프랑스 파리를 처음 방문한 외국인이 파리에 대한 환상과 현실의 괴리를 극복하지 못하고 피해망상이나 우울증 등을 겪는 적응장애의 일종이다. 20~30대의 일본인 여성에게 주로 나타났으며 2000년대 이후로 중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증가하고 있다.



나는 파리라는 도시를 굉장히 사랑한다.  그 능청스러운 표정도 좋고 그들의 구불거리는 노란 곱슬머리도 좋아한다. 트램을 탔을 때 정거장마다 들리는 음악소리도 좋고 지하철에 악사들도 좋다. 강가에 앉아서 와인을 먹는 모습도 좋고 풀밭에 그냥 앉아서 이야기 나누는 모습도 좋다. 그런 모습을 사랑한다.

하지만 내가 파리를 좋아하는 데는 정확히 2년이 걸렸다. 능청스러운 표정으로 불친절하게 대했었고 트램이나 지하철에는 늘 사람이 만원이고 냄새나고 불쾌한 분위기를 풍겼다. 노상방뇨를 일삼고 길거리에는 쓰레기들이 너저분했다. 그 모습을 이해하는데 2년이 걸렸다.


보통 파리에 처음 도착하면 지하철 분위기며 역사 분위기에 압도당한다. 이곳이 본인이 생각한 파리가 맞는지 눈을 껌뻑인다. 그들이 '파리 증후군'에 시달리기 전에 밤을 빨리 불러 반짝이는 에펠탑을 보여준다. 3일 남짓 머무는 그들에게는 파리의 그 모든 불편함이 반짝이는 에펠탑 뒤로 희미하게 보이기 때문에 그 증후군을 피할 수 있었다. 일 년에 수십 번 파리를 들락날락 거리는 나는 그 불편함 혹은 그 다름을 인정하고 사랑해야 했었다.

파리를 더 깊이 보고 들으며 신기했던 일들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1. 길가에 볼일을 보는 사람들

트램을 타고 지나가다가 일제히 시선이 멈췄다. 멀쩡하게 생긴 청년이 차가 지나다는 곳 옆에 볼일을 보고 있었다. 나도 처음 보는 일이라 당황스러웠다. 세느강 유람선은 유명하다. 유람선을 타고 세느강을 따라 관광명소를 보고 있으면 그 아래 강변에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술을 먹고 있다. 그중 벽을 향해 노상방뇨를 하는 사람, 더 심한 사람은 유람선 방향으로 볼일을 보는 사람도 보았다. 파리 지하철에는 늘 지린내가 진동을 한다.

세느강변의 공중 소변기

최근에 나온 공중 소변기는 많은 여성들에게 비판을 샀었다. 예로부터 오물을 길에다가 막 버리리는 관습이 있었다고 전해졌는데 그로써 하이힐이 생겼다는 설도 있다. 지금은 파리 시내 곳곳에 간이 화장실이 생겼다. 한번 써본 나로서는 그다지 다시 이용하고 싶지는 않다. 일단 방법이 생각보다 복잡하다. 그리고 중요한 점은 물 내리는 곳이 없고 문이 닫히고 난 뒤 전체적으로 자동세척을 한다. 꼭 확인해보고 이용해야 화를 면할 수 있다.


2. 달팽이 요리를 마음껏 먹자

에스카르고라고 불리는 달팽이 요리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음식이다. 옛날 농장에서 달팽이 때문에 농작물 피해를 많이 보게 되자 그 달팽이를 잡아 요리대회를 연 것이 유래라고 한다. 지금은 프랑스 코스요리에 대표적인 전식 메뉴로 등장을 한다. 에스까르고는 식용 달팽이를 이용해 마늘, 버터, 파슬리를 넣고 오븐에 구워 낸다. 달팽이라고 생각하고 먹으면 징그럽게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맛은 소라 맛과 흡사하다. 소라보다 좀 더 고소한 맛을 가지고 있다. 식당에서 전식으로 몇 마리 먹으면 감질 맛 난다.

파리의 대형마트에는 보통 에스카르고가 냉동으로 판매를 한다. 한 접시 가격으로 상당히 많은 양의 달팽이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최근 한 달 살기가 유행하고 있고 레지던스형 숙소를 이용한다면 식당에서 말고 집에서 달팽이 요리를 실컷 즐겨보자. 



3. 파리에선 웬만하면 렌트를 하지 말자

파리 시내에서는 대중교통이 잘 발달되어 있다. 지상으로는 버스, 트램, 택시 등이 잘 운영되고 지하철로는 메트로, RER 등이 잘 발달되어 있다. 지하철 노선도는 복잡하지만 그만큼 내가 원하는 곳 가까이 까지 가게끔 설계되어 있고 버스는 지하철이 닿지 못하는 구석구석을 누빈다. 파리 여행을 할 때만큼은 렌트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진 못했다. 대중교통이 잘되어 있음의 이유도 있겠거니와 파리 시내의 교통 불편함도 있을 것이다. 서울의 경우도 차가 많아 교통체증이 많고 주차난이 있는데 여기라고 해서 다를 바 없다. 그중 가장 큰 문제는 차를 정말 막 다룬다는 것이다. 우리의 기준에서 차는 정말 내 것 중에 가장 비싼 것으로 여겨져 아끼고 또 아끼지만 파리 사람들은 차를 소모품 정도로 생각한다. 특히 범퍼가 그러한데 그냥 길가에 주차할 때 앞차 뒤차를 범퍼로 밀어내면서 주차를 해버린다. 

심지어는 뒤에 차가 없는데도 앞차 뒤 범퍼에 바짝 붙여놓은 경우도 봤다. 우리나라 렌터카 사장님들이 봤자만 기절할 장면이다. 이런 걸 잘 알리 없는 관광객들은 렌터카 업체에 피해를 보기도 한다. 파리에선 주차난이 워낙 심해 이런 현상들이 나왔으며 지금은 굉장히 공공연한 행위다. 파리에서 렌트를 필요로 한다면 꼭 주차장에 주차를 하자. 


4. 파리 테러 이후로 바뀐 것들

2015년 11월, 생각도 하고 싶지 않은 일들이 벌어졌다. 동시다발적으로 테러가 일어났고 그중 바타클랑 극장에서는 인질극이 벌어지며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그 당시 내 동료는 파리에 있었다. 그 날 이후로 여행 취소 문의가 폭주했었고 일어나고 바로 다음 팀은 런던에서 파리행 유로스타를 타지 못하고 스페인으로 넘어 갓어야 했었다. 내가 다시 간 파리에서는 군인들이 무장하고 있었고 들어가는 곳마다 검문을 했었다. 오히려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도시 곳곳은 군인들과 경찰들로 가득했다. 그 당시 시간이 잠깐 나서 바타클랑 극장을 갔었다. 총자국을 보며 애도했고 프라하의 존레논 벽화 앞 프랑스 대사관에서 촛불 앞에 애도했다. 그 이후에도 파리는 몇 번의 테러 대상이 되었었다. 테러 이후 파리에서 군인을 보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 되었다. 유명 관광지마다 군인이나 경찰이 배치되어 있고 그들은 관광안내자 역할까지 하고 있다. 파리의 많은 노천카페들은 노천 테이블 의자를 모두 다 밖으로 보도록 변경했다고 한다. 지나가는 테러리스트에게 등을 보이면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그런 위험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파리의 노천 테이블 의자는 다 거리를 향해 있다. 그리고 도로의 쓰레기통은 모두 다 투명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물론 미관상은 별로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 대비하는 모습이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5. 파리의 악사를 만나다.

파리에서 지하철을 타면 좋은 점이 언제 어떤 멋진 악사를 만나게 될지 모른다는 점이다. 현지인들에겐 불편할 수도 있지만 관광객에겐 이 또한 파리의 좋은 추억이 될 수 있다. 파리 지하철에서 연주하는 사람은 약 700여 명으로 나뉘고 그중에 60%는 지하철 공사가 공인하는 팀, 나머지 40%는 공인받지 못하고 불법으로 연주하는 팀이다. 지하철 대합실에서 공연하는 팀은 합법, 지하철 칸에서 공연하는 팀은 불법 정도로 보면 된다. RATP(파리 교통공사)에서는 오디션을 보는데 그 기간은 6개월 단위다. 합격자들은 교통공사에서 제시하는 주의사항을 지키면서 공연해야 하는데 50여 개나 된다고 한다. 과연 다 지키면서 할까? 특히 환승이 많고 유동인구가 많은 역에서는 늘 멋진 공연이 이루어진다. 서울의 신도림, 고속터미널 역에서 출퇴근 시간마다 공연이 열린다고 보면 될 것 같다. 퀄리티 높은 공연은 마치 콘서트 장을 방불케 하고 한 명의 목소리만으로 수십 명의 발길을 붙잡는 모습은 감동적이다. 그래서 늘 파리 지하철을 탈 때면 이어폰을 꽂지 않는다.

출처 : https://commons.wikimedi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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