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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하다 Aug 16. 2020

문서화를 하는 이유에 대한 문서

문서가 없어서 치이고, 문서가 많아서 치이고, 이래저래 치이다가 쓴 문서

회사는 팀플레이를 하는 곳이다. 혼자 할 수 없는 일을 여럿이 모여서 해내기 위해 모여있는 곳이다.


여럿이 함께 일을 하다보면 필연적으로 같은 말을 듣고 서로 다르게 이해하는 경우가 생긴다. 다르게 이해한 정도가 작다면 괜찮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구성원들이 서로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경우도 발생한다. 인간은 아직 텔레파시를 쓸 수 없다.


서로가 오해하던 것을 찾아 방향을 다시 제대로 잡는 것도 일종의 낭비이다. 이런 낭비를 최소화하려면 말로만 전달하는 것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구두로 전달되는 내용은 쉽게 흘러가버릴 수 있고, 서로 다르게 이해하기 좋다. 게다가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 기록이 없는 기억은 언제나 쉽게 잊혀지고 왜곡될 수 있다.


여럿이 함께 일하는 데, 텔레파시도 못쓰고, 망각의 동물이기까지 하니 의사소통을 할 때는 명확하게 기록된 문서가 있는 편이 좋다.

물론 모든 것을 다 문서로 만들다보면 내가 일을 하려고 문서를 만드는지 문서를 만들려고 일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시점이 올 수도 있다. 또한 가볍게 말 한 두 마디로 전달해도 되는 것까지 모두 문서로 만드는 건 비효율이기도 하고, 일관성 없이 많은 문서는 종이 낭비 데이터 낭비이기도 하다.


게다가 일을 하다보면 말이나 글로 표현하기 힘든 암묵지가 생길 수 밖에 없는데, 아무리 문서를 열심히 만들어도 암묵지까지 다 문서에 넣을 수 없다. 정말 문서화가 잘 되어 있어도 구멍이 존재하는 셈이다.


어떤 경우에는 문서화를 하느라 정작 해야할 일을 놓쳐버릴 수도 있다.


그럼에도 문서화는 필요하다.


없어서 치여보고, 많아서 치여보고, 정리가 안 되어 있어서 치여보다 보니까 가장 난감할 때가 없어서 치일 때였다. 뭔가 봤다고 하는 데, 뭘 봤는지 흔적이라도 있어야 이야기를 시작하던 말던 할 수 있는데, 아예 없으니 이건 시작이고 뭐고 못하는 상황이다. 차라리 없다고 생각하면 되기에 어떨 때는 더 편할 수도 있다.


그 다음으로 난감할 때가 정리가 안 되어 있어서 치일 때 였다. 물론 정리가 안 되어 있으면서 많기까지 하면 그저 나님 HWAITING을 외치자. 세상에 문서화는 그저 문서를 생산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정리하고, 요약하고, 다른 사람이 보기 쉽게 만드는 것까지 포함한다는것을 모르는 사람은 왜 그렇게 많을까.


끝으로 "발행"을 누르려다가 세상 빡치는 상황이 떠올랐다.

없는 줄 알고 제로부터 시작해서 한참 일을 하고 있었는데, 뜬금없이 어디선가 정리가 안 된 엄청나게 많은 문서가 튀어나왔을 때다.

아... 이런 상황... 상상만 해도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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