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 모양

정답은 없었다. 아니 이미 내 안에 있었을지도

by 수빈노




거진 한 달이 됐다. 손이 다친지.

발을 다치고 이동이 묶였을 때 최악이라고 생각했는데 손까지 못쓰게 되니 생각보다 제약이 너무 많았다.

부자유한 손발. 기본적인 생활만 하더라도 누군가의 수발을 필요로 한다. 더구나 나를 도울 사람들은 대개 나를 사랑하고 내가 사랑하는 가까운 사람들. 별 수 없이 또 엄마의 마지막을 떠올린다. 어느 정도 이해한다고 생각했는데, 오만이었다. 마침 또 이런 무서운 계절이었다. 4월. 잔인하게 아름다운 계절.


슬 나아가려는 차. 어라, 언니가 움직일 수 없게 됐다. 디스크가 터졌단다.

디스크가 터지면 누워만 있어야 하는구나. 누워서도 움직일 수가 없게 되는구나.

못썼을 때 불편하기로는 발이 최악인 줄 알았는데 손이 한 수 위였고, 알고 보니 허리가 최상의 고통이다. 부자유해진 뒤에야 특정 부위가 얼마나 많이,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되는지 알게 된다. 부자유해진 뒤에야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많았는지 알게 된다. 사소한 움직임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도.


건강 말고 딱히 중요한 게 없다는 사실은 건강을 잃어봐야 보인다. 그렇게 아프게 깨달았대도 돌아서면 금방 잊고 산다. 건강이란 영원히 내 것인 마냥 마구잡이로 탕진하며 산다. 이번에도 그럴 것이다.




내가 꿈꾸던 자유는 무엇이었을까

심상훈련을 하던 날들 줄곧 푸르른 물결을 그렸다. 그것은 불안정한 자유 같았다.

그리고 어떤 날

나는 풀밭과 바다 사이 청록으로 반을 갈랐다. 한 편에 보이던 갈색. 이건 안정감일까.

안정감에 대한 혼란은 토네이도처럼 갈색 선을 덮었다. 자유와 안정은 양립할 수 있을까?

어떻게 살고 싶은 거야?

성공의 끝에 서고 싶은 마음과 ㅡ 바다 지척에서 바람처럼 파도처럼 이리저리 흘러 흘러 살고 싶은 마음이 여전히 양립한다. 다 놓고 떠나고 싶다가도 ㅡ 그래도 가진 재능 최대치 한 번 써봐야지, 다시 마음을 다잡고

최선을 들이고 싶은 욕심이 어느새 강박이 되어 숨이 턱 끝에 찼을 때

촘촘한 일상의 반대편을 향해 온몸으로 도망치는 반복.

가장 자유롭고 싶던 마음이

가장 부자유한 일상을 만들었다


육체, 정신, 시간

내가 늘 맨 앞에 두던 '자유'라는 형체의 알맹이는

실은 나에게 있었다는 사실을 이제야 본다

건강하고 싶어. 자유롭고 싶어. 완벽하게, 있는 힘껏. 어떻게든 가질거야. 어떻게 하면... 가질 수 있을까.

쫓으면 달아나는 역설을 있는 힘껏 만들어내고 스스로 경험해가고 있었던 것.

나를 가장 옥죄는 것은 내 마음이었다

늘 그토록 갈망했던 정답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내려놓는 삶

'내려놓다'의 의미를 다진다

내려놓기.

지나간 좋은 계절이나 오늘의 고통. 내일의 불확실. 그 모두에게서 기꺼이 스스로 자유로워질 것.

몸과 마음의 건강. 일과 꿈. 관계. 상실과 회복. 그리고 시간. 내가 품는 '자유'에 관해 파고들던 4월 끝.

자유는 결국 정의되지도 정리될 수도 없이, 그냥 내 일생의 숙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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