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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듬 Jan 06. 2021

New Year's resolutions

질문하는 삶을 살아야지


제주에 온 뒤로 매일이 휴가라 공휴일 주말 개념이 없어졌다.


그러니 연말이라고, 새해라고, 일상이 딱히 달라졌다거나 마음가짐을 새로이 하거나 뭐 이런 것이 없다.


그저 며칠 봄 같던 날씨를 만끽하며 티셔츠 하나 달랑 입고 바닷물에 발 담그고 놀고(12월 말에!)

처음 가자마자 나의 오름/산/봉 순위 2위로 등극한 영주산도 여러 번 다녀오고 (1위는 역시 다랑쉬!)

영주산 바로 아래에 있는 내게 딱 맞는 나물 반찬 파는 식당도 뚫었고

하늘에서 사뿐사뿐 예쁘게 오는 눈이 아닌 옆으로 세차게 내려치는 눈 구경도 하고

지브리 애니메이션들 쭉 다시 보며 기가 찬 뉴스로 혼란해진 마음을 정화하다 보니 연말도 훅 지나고 새해도 되었다.



여전히 자주 울고 여전히 불안하다.


그래도 이제는 더 이상 온몸에 수분이 바싹 마를 것 같이 울지 않는다.

그래도 이제는 더 이상 매일 같이 '죽었으면 좋겠다' 고 생각하지 않는다.


1년 반 넘게 이어가고 있는 상담을 통해 '나'를 들여다보는 훈련을 하고 있고 자연이 거저 주는 위로와 침잠하는 시간을 통해 차츰 좋아지고 있다.


여전히 내 안에 자리 잡은 '불꽃같은 눈동자'가 나를 판단하고 정죄하는 일이 나도 모르는 새 일어난다. 


그래도 이제는 그 틀이 작동하는 걸 인식하고 무의식이 내게 전하는 진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준비가 되어 있다.

그래도 이제는 더 이상 나의 슬픔과 마주하는 일이, 분노를 인정하는 일이 버겁지 않다.



이렇게 되기까지 정말 애썼다.

한 해 동안 정말 애썼다.


나중에 나의 30대를 바라볼 때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길 원하는가를 생각해 보았다.


잘 모르겠다.

나의 과거를 돌아볼 때 안타까운 일들이 가득해서 더 이상 그런 과거를 만들고 싶지 않다는 건 확실하다.



그래서, 질문하는 삶을 살려고 한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지금 행복한가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매일 같이 물으며 반추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갖고 살고 싶다.



앞으로 내가 어떤 모습으로 살게 될지 감도 안 오고 그려지지도 않지만 스스로 질문하는 삶을 살다 보면 그래도 괜찮은 삶으로 내게 기억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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