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기대하는 삶
한 달 꼬박 몸은 가만히 있어도 뇌는 도무지 쉬지 않는 각성 상태로 지내고, 일이 많아질수록 이것저것 취미(인 척하지만 실은 어떻게든 정신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고 몸부림치는 행위)를 늘려가다가 이거 조짐이 안 좋은데,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 토요일 상담 가는 길에 지하철에서 '맞아도 되는 아이는 없습니다'라는 공익 광고를 보자마자 눈물이 터져버렸다.
이제 좀 괜찮아지는 것 같았고 2년 동안 꾸준히 한 상담 텀도 점점 늘었는데 다시 선생님을 자주 보게 되었다.
어떻게 자랐든, 어떻게 살았든, 지금에 집중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것 아는데 지금이 너무 지치면 무방비 상태로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트리거가 당겨진다.
대체 뭐가 그렇게 지치냐? 고 묻는다면, 그냥, 숨 쉬고 사는 것 자체가 지치는 일 아닌가.
요즘은 요가원에서 마지막 아사나인 사바사나를 할 때마다 지금 이대로 죽고 싶다고 생각한다.
사바사나. 송장자세.
정말 간절하게 송장이 되길 바라지만 아직은 때가 아닌지 매번 집으로 터덜터덜 돌아오게 된다.
돌아오면서 생각한다. 매트 위에서 송장이 되면 요가원이 곤란해질 수 있으니 이 죽음에 요가원은 아무 책임이 없다는 걸 적어 들고 다녀야겠다고.
그동안은 뻐근함을 풀어줄 시간을 기대하며 요가원에 갔는데 이제는 매시간 사바사나를 기대하며 갈 것 같다.
죽음을 기대하는 삶이라니.
왠지 좋은 삶 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