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2년 반 동안 진행한 상담치료가 끝났다. 언젠가 끝이 오겠지- 생각만 해도 마음이 저릿저릿했는데 진짜 끝이 왔다.
정말 기쁜데 또 슬프다.
상담 초반에는 매번 '저 언제까지 울어요? 눈물 언제 멈춰요? 이거 언제까지 해요?' 물었다. 아픈 상태라는 걸 인정하는데 꽤나 오래 걸렸다. 상담이 아니었다면 매일 오열하다가 기도원이나 절 같은 곳(그러니까 뭐 '신유'의 은사를 받았다거나 '예언'의 은사를 받았다거나 뭐 그런 사람들 만나러. 예...)을 전전하거나 너무 괴롭다 못해 사라졌을 수도 있다. 아니면 스스로 치유한답시고 이것저것 하다가 자아가 더 더 더 팽창해버려 폭발했을 수도 있다.(확률 가장 높음)
내 상태를 듣고는 지금 당장 치료받아야 한다고 선생님 소개해 준 동생도 고맙고, 천둥벌거숭이 같던 나를 지켜봐 주고 내가 전혀 모르던 세계로 이끌어준 선생님도 고맙다. 아가 펭귄들 품어주는 부모 펭귄 같은 존재이자 진짜 좋은 친구인 선생님 덕분에 내가 나로 살 수 있는 힘을 얻었다. 뭐든 호로록 빠졌다가 금방 싫증 내는 내가 2년 반이나 꾸준하게 할 수 있었던 건 선생님 덕이 제일 크다.
여전히 울고 여전히 불안하며 여전히 공황이 몰려오지만 괜찮다.
enfp 인간답게, 병인 일주 인간답게, 그게 뭔지 잘 모르겠긴 하지만 하여튼 나의 그림자들 잘 챙기며 그렇게 '나'로 잘 살아야지.
선생님 못 보는 건 정말 슬프지만 그래도 다시 선생님 안 만나게 잘 살아야지. 잘.
애썼다. 진짜, 애썼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