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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덕 Sep 21. 2023

모란 동백

가을이 오고 날씨가 스산하니 2년 전에 돌아가신 어머니가 몹시 그립습니다.

외로움은 다른 사람이 채워줄 수 있지만 그리움은 그 사람이어야만 합니다.

그래서 마음이 싸하게 아파옵니다.

시계를 볼 때마다 어머니의 행복한 미소가…

오늘 FM라디오에서 조영남 씨가 부른 “모란 동백”이라는 노래가 나왔습니다.

어머니와의 특별한 추억이 있는 노래입니다.

2년 전 이맘때 홀로 계신 어머니를 뵈러 갔는데 “아범아 모란 동백 노래를 아니?”하고 물으셨습니다.

몇 번 들어 봤는데 가사랑 멜로디가 너무 좋다며 배워서 불러보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인터넷으로 가사를 찾아 드렸더니 글씨도 좀 크고 악보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하는 수 없어 달력을 한 장 뜯어내어 뒷면에 오선지를 그리고 악보를 그려 가사까지 써 드렸습니다.


내가 한 소절 부르고 어머니가 따라 부르기를 몇 번이고 반복하며 가르쳐 드렸고 금방 잊어버리실게 뻔하기 때문에 원곡을 다운받아 어머니 핸드폰에 깔아드렸지요.

번거로운 일이었지만 그때 그렇게 해드리길 참 잘했다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얼마 후 어머니를 다시 뵈러 가니 어머니는 하모니카로 “모란 동백”을 훌륭하게 연주하시며 뿌듯해하셨습니다.


모란은 벌써 지고 없는데

먼산에 뻐꾸기 울면

상냥한 얼굴 모란 아가씨

꿈속에 찾아오네

세상은 바람 불고 고달파라, 나 어느 변방에

떠돌다 떠돌다 어느 나무 그늘에

고요히 고요히 잠든다 해도

또 한 번 모란이 필 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요


그해 겨울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그토록 정신이 맑고 정정하시던 어머니는 고요히 고요히 잠든 듯 황망하게 돌아가셨습니다.


나는 어머니의 하모니카를 챙겨 잘 보관하고 있고, 오늘은 어머니가 부시던 “모란동백”을 내가 불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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