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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덕 Feb 01. 2024

티눈이 사라졌다

수십 년 동안 티눈 때문에 고생을 했습니다.

약도 발라보고 피부과에서 시술도 받아보았지만 시간이 흐르면 또 그 자리에 굳은살이 생기고 딱딱해지면서 걸을 때 통증을 주었습니다.

나중에는 좀 위험하지만 한 달에 한두 번씩 커터칼로 티눈을 저미듯이 잘라내며 그냥 그러려니 하며 지냈습니다.


어느 날 티눈이 없어진 것을 알았습니다.

갑자기 없어진 것은 아니고 의식을 하지 않고 지내던 중에 서서히 없어진 것 같습니다.

은퇴를 하고 딱딱한 구두를 신을 일이 거의 없다 보니 굳은살이 부드러워지고 티눈이 없어진 것입니다.


요즘에는 직장인들이 옷도 자유롭고 편하게 입고 운동화나 캐주얼화를 신습니다.

결재도 전자결재로 하고 재택근무도 합니다.

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정장양복에 흰 와이셔츠, 넥타이를 메야했고 결재를 받으려면 복장을 점검하고 까만 결재판을 들고 돌아다녀야 했습니다.

딱딱한 구두에 갖춰 발바닥에 오백 원짜리 동전만 한 티눈이 생겼던 것입니다.

티눈은 직장생활의 애환이었습니다.


티눈이 없어지듯이 마음도 부드러워졌습니다.

달리기만 하다가 뒷짐을 지고 천천히 걷다 보니 겨울은 겨울 같고 여름은 여름 같습니다.

아마도 마음속에도 커다란 티눈이 있다가 사라진 것 같습니다.

그자리는 만족과 감사가 채웠고 그래서 나의 은퇴 후의 삶은 참 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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