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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덕 Feb 24. 2024

부럼 깨기

대보름입니다.

예전에 장모님이 계실 때는 오곡밥과 여러 가지 나물을 마련해 찬합에 넣어 보내주시곤 했습니다.

한편으로는 부스럼을 예방하고 이를 단단히 한다는 의미로 피땅콩이나 호두 같은 딱딱한 견과류를 부럼으로 깨어 먹기도 합니다.


올해는 이빨을 치료하는 중이라 부럼은커녕 밥도 간신히 우물우물 먹고 있어서 부럼 깨기는 언감생심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래서 핑계 낌에 단단한 껍질을 깨며 블루클랩과 대게찜으로 부럼을 대신했습니다.

참 핑계도 다양합니다.


호두 까는 것은 만만치가 않습니다.

세게 후려치면 바스러져 먹기가 곤란해져서 살살 금만갈 정도로 톡톡 충격을 주며 정성을 들여야 모양대로 잘까지고 먹을 것도 많지요.


대게나 블루크랩의 껍질을 까는 것도 마찬가집니다. 살살 정성을 쏟아야 먹음직스러운 속살이 쏙 빠지지요.

고생해서 살을 발라놓으면 마누라가 홀랑 집어먹어서 황당하긴 하지만…

부부관계라는 게 나이가 들어갈수록 소리를 지르면 더 큰소리가 되돌아오고 어설프게 대들었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가 있으니 마누라는 살살 달래는 게 최고인 것 같습니다.

호두도 까주고 게살도 발라주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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