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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하 Oct 02. 2022

2015년 어느 날 블로그에 남긴 글

나는 그런 고민을 했다. 난 정말 글을 쓰고 싶은 게 맞을까. 난 정말 문학을 하고 싶은 걸까.

그 무엇에도 의욕이 생기지 않는 날들이 이어졌다. 사실 지금도 여전히 그런 상태다. 자신감도 없고 의욕도 없다. 뭔가를 하고자 해도 금세 포기하고 내려놓는다. 잠깐 솟은 열정으로 소설을 써보고자 한 때도 있었는데 몇 줄 쓰지 않고 노트북을 덮어버렸다. 그런 일이 반복되니 자괴감에 빠졌다. 나는 문창과생이다. 비록 좋은 학교의 학생은 아닐지라도 중학생 때부터 그토록 꿈꾸던 문창과에 들어왔고 문학을 공부한다. 하고 싶어 안달이었던 소설을 전공하며 나름대로 전문적인 교육도 받는다. 다시 한번 돌아봐도, 나는 틀림없고 변함없는 문창과생이고, 작가 지망생이고, 습작기의 학생이다. 문창과라는, 문학이라는 가시밭길을 누가 시켜서 걸어왔나. 그것도 아니다. 나는 내 발로 여기를 선택했고 다른 학과에 비해 취업이 어렵단 걸 알면서도 들어왔다. 그때의 나에게 있던 건 뭐였을까. 뭐가 나를 그렇게 움직이게 했을까. 지금 나에겐 왜 그런 게 보이지 않을까. 고등학생 시절, 친구들도 다 인정할 정도의 열정 있는 문학 소녀는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는 건가.




나에게 질문했다. 그래서 넌 글을 포기하고 싶냐고. 네가 자발적으로 선택한 이 길에서 돌아서고 싶냐고. 아직 스물 한 살, 돌아가려면 늦지 않았다고. 선뜻 그렇다는 답이 나오지 않았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걸 놓고 싶지가 않았다. 정확히는 놓을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불필요한 미련이라면 어쩌지, 그런 걱정도 끼어들었다. 불필요한 미련. 쓸모없는 집착.




여전히 정확한 답은 나오지 않았다. 나는 앞으로도 더 고민할 것 같다. 모든 것에 의욕이 없는 상태에서의 일시적인 감정일지, 아니면 난 정말 문학에 대한 열정이 식어버린 건지는 깊은 그 고민 끝에 나오지 않을까. 현실이 버거워서 여기서도 도망치고 싶은 건지, 대체 뭔지.




내가 글을 놓지 못하는 건지 글이 나를 놓지 못하는 건지 그것도 모르겠다. 나는 어떤 상태인걸까.




그런데 재밌는 건 그렇게 의욕이 없는 상태에서도 내가 남기는 건 글이었다. 나는 뭔가를 쓰고, 쓰고 또 썼다. 그건 일기의 형식일 때도 있었고 소설을 빙자한 일기일 때도 있었다. 우연히 다른 작가의 좋은 문장을 보게 되면 나도 이렇게 쓰고 싶다는 생각도 강렬하게 들었고. 헷갈린다, 정말로.




방학 기간 동안 글을 너무 쉬어서 그런가. 개강하게 되면, 강의를 듣고 과제를 하다보면 지금의 이 생각도 달라질 수 있을까. 사실 난 문학을 놓고 싶지 않다. 그런데 다른 한쪽에서는 놓아버리고 싶다고 말하는 것 같다. 이게 뭔 자아분열도 아니고, 진짜 혼란스럽다.




난 내 꿈에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오랜 시절을 품어 온 꿈이라면 그럴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생각들이 든다는 사실 자체로도 솔직히 절망스럽다.




한쪽에서는 글을 쓰고 싶다 말하고 한쪽에서는 쓰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데 대체 내 진짜 마음은 어떤 걸까.




나는 사실 모든 것에 자신이 없다. 나도 모르게 보게 되는 눈치도, 가깝던 사람이 날 떠날까 전전긍긍하는 것도 지겹다. 내 삶 자체에 자신이 없다. 나는 내가 버겁다.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이건 진심이다. 나는 내 삶에 미련이 없다. 지금 당장이라도 누가 와서 날 죽이겠다고 하면 오히려 땡큐다.




난 행복하지 않다. 그리고 아마 평생 이렇게 살 것만 같다. 내 미래가, 언젠가는 온다는 행복이 난 정말 자신이 없다. 내 삶이 어떻게 흘러갈지도 모르겠고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도 모르겠다. 스물 하나. 이 나이도 너무 버겁기만 하다. 내가 살아온 세월에서 난 나이만 먹었다. 내가 이룬 게 대체 뭔지 모르겠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그런다. 내가 좋아하는 남자도 그렇게 말했다. 넌 아직 많이 젋다고, 오히려 어린 나이라고. 그런데 나이가 젊으면 뭐하고 어리면 뭐해, 난 내 삶에 자신이 없는데.




도망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불쑥불쑥 떠오르는 그 기억에서도, 내 삶에서도.




언제부턴가 내가 행복해질 거란 기대조차 없이 살아왔다. 그런 것 같다. 나도 나를 잘 모르겠다. 별로 나를 알고 싶지 않기도 하고. 모르겠다. 내가 대체 뭘 하고 있는 건지도. 재밌는 건, 이것도 다 글이잖아. 이미 글을 쓰고 있으면서 쓰기 싫다는 생각은 또 뭐야. 이미 문장도 신경 쓰고 있으면서.




나는 정말 어떻게 해야 좋은 걸까. 그런데 글이 쓰고 싶어. 오, 이건 대체 무슨 자아 분열의 모습이란 말인가.




실제로 나는 지금 많이 혼란스럽고 불안정한 상태다. 내가 나를 볼 때 그렇다. 감정기복은 또 어찌나 심한지, 지금은 이러다가도 언제 또 자신감 고조돼서 웃고 있을지 모른다.




나는 내 이야기가 쓰고 싶다. 일단은 그러고 싶다. 다른 건 나중에 생각하자. 난 지금은 글을 쓰는 게 좋아. 그건 확실한 것 같다. 놓고 싶다는 생각은 정말 안 든다. 놓기 싫다. 난 글이 좋다. 내 이야기를 쓰다가 후에는 내 이야기를 감추는 글도 쓰고 싶다. 이게 뭔 소리야. 아무튼, 아직은 글을 쓰고싶다. 일단은 그러고 싶다. 다른 건 나중에 생각하자. 난 지금은 글을 쓰는 게 좋아. 그건 확실한 것 같다. 놓고 싶다는 생각은 정말 안 든다. 놓기 싫다. 난 글이 좋다. 내 이야기를 쓰다가 후에는 내 이야기를 감추는 글도 쓰고 싶다. 이게 뭔 소리야. 아무튼, 아직은 글을 쓰고 싶다.


감정이 혼란 상태니 글도 혼란스럽기만 하다. 오늘은 오랜만에 좀 일찍 졸리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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