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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이로운 Oct 01. 2024

왜 한국 나르시시스트는 쉽게 옹호 받을까요?

한국 나르시시스트의 특징과 문제점

 나르시시스트narcissist는 그리스 신화 속 인물 나르키소스의 이름에서 유래된 단어입니다. 나르키소스는 수려한 외모를 가진 청년이었지만 그에게는 과도한 자만심과 자기애가 있었죠. 그는 자신에게 구애하는 이들을 늘 냉대했는데요. 하루는 그의 무시와 푸대접에 상처 입은 이들 중 하나가 복수의 여신을 찾아가 그를 사랑 때문에 고통스럽게 만들어 달라고 요청합니다. 복수의 여신은 그 요청에 응하죠. 나르키소스에게 저주를 걸어 주겠다고 합니다. 저주에 걸린 나르키소스는 호수에 비친 자기 모습을 사랑하게 됩니다.  


 무언가가 물에 비친 모습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허상이지 않습니까. 나르키소스는 그 허상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자기 생활을 건사하지 못하고 결국 죽게 됩니다. 이는 나르시시스트가 헛것을 좇다 파멸에 이르는 상황과 유사합니다.


 모든 나르시시스트들이 이런 종류의 권선징악 결말을 맞이하는 건 아닙니다. 영민한 나르시시스트는 오래오래 부귀와 권세를 누립니다. 죄의식을 한 번도 느끼지 않고 대단한 피해 한 번 겪지 않고 생을 마감하는 나르시시스트들도 있죠. 그들의 피해자는 죽는 것만 못한 삶을 가졌는데 그들은 평생 호의호식합니다. 때로 삶은 이렇게 불공정합니다.  

  

 여러분도 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처럼 여러 가지 상황들 속에서 나르시시스트를 목격했을 것입니다. 여러분 가운데 대부분이 나르시시스트의 피해자일 수도 있습니다. 누가 나르시시스트 같다고 추정하고 계시거나.   

  

 나르시시즘과 나르시시스트에 대한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있었는데 이것들을 한국 사정에 맞게 해석한 버전은 잘 없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나르시시즘 문제 앞에서 오래 방황합니다. 나르시시즘이나 나르시시스트와 관련된 자기 판단이 맞는지 아닌지 몰라서 그렇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나르시시스트의 행태가 왜 나쁘냐고 말합니다. 정신 나간 소리 같지만 나르시시스틱한 언행을 옹호하며 이런 발언을 하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나르시시스틱한 행동은 장려되기도 하죠. 이곳은 치열한 경쟁과 비교 사회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이들은 나르시시스트의 말과 행동이 자신감 있고 담대하고 진솔하고 리더십 있어 보인다고 합니다. 사람이 성공하려면 그 정도 야망과 추진력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요즘 같은 시절에 주변을 세세히 살피는 건 바보 같은 짓, 호구 짓이라고 말합니다. 놀랍도록 많은 이들이 극단적인 이기주의를 훌륭한 삶의 방편이라 여기고 있습니다.   


 다양성이 존중되지 않는 사회에서 평균으로 지정된 범위 밖에 있는 사람들이나 소수자들에 대한 무례와 폭력은 쉽게 정당화됩니다. 우리나라 나르시시스트들은 이 점을 영악하게 활용합니다. 그들은 사회에서 배척되기 가장 쉬운 사람을 희생양 삼은 뒤 ‘내가 이상한 게 아니라 저 사람이 이상한 거다.’, ‘내가 나쁜 게 아니라 저 사람이 나쁜 거다.’라며 자신의 폭력을 정당화합니다.  


 나르시시스트는 프레임 만들기, 프레임 바꾸기의 귀재입니다. 논점을 본인에게 유리한 쪽으로 순식간에 옮겨 버리죠.

  

 모든 나르시시스트들이 본인의 나르시시즘을 겉으로 나타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나르시시스틱한 행동을 대놓고 하지 않는 나르시시스트도 이 세상에 존재합니다.  


 어떤 나르시시스트는 전혀 나르시시스트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그들이 이타적이고 상식적이며 지혜롭고 관용적인 사람 이미지를 전시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본인의 나르시시즘을 감쪽같이 숨길 수 있습니다. 그런 까닭에 그들이 일으킨 대부분의 갈등 상황에서 그들보다 그들의 피해자가 더 나빠 보입니다. 그들이 가련한 피해자 연기를 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피해자가 하나둘 늘다 피해자 집단이 생기면 상황이 전복될 여지가 생기지만 그 전까지 피해자들은 온갖 누명들을 쓴 채 뭇매를 맞습니다. 혹시 여러분도 그 뭇매를 맞아 보셨습니까.  


 나르시시스트는 그냥 좀 이기적인 사람이 아닙니다. 그냥 좀 이기적인 사람은 어디에나 있습니다. 나르시시스트는 절대적으로 이기적인 사람입니다. 철저히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입니다. 그들은 적당히 위험한 사람이 아닙니다. 나르시시스트는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남의 인생을 망가뜨립니다. 사필귀정만 믿고 있기에 나르시시스트는 너무 약삭빠르고 파괴적입니다.

  

 전문가마다 나르시시스트 인구 비중을 달리 측정하는데요. 제 생각에 나르시시스트는 세계에 꽤 많이 존재합니다. 상담가로서 제가 만나는 내담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나르시시스트의 피해자입니다. 어떤 피해자들은 본인이 입은 피해가 본인 잘못 때문에 생긴 것 같다고 말씀하십니다. 이는 나르시시스트의 세뇌와 가스라이팅의 결과물입니다.  


 나르시시스트 옆에 너무 오래 있으면 나르시시스트의 사고 방식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받게 됩니다. 그래서 나르시시스트가 나르시시스트임을 최대한 빨리 알아차리고 그로부터 멀어지는 게 중요합니다.  

  

 나르시시스트는 학계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한 진단명이 아니기 때문에 그 범위를 분명하게 지정하기는 아직 어렵습니다. 전문가마다 나르시시스트의 특징들을 조금씩 다르게 설명하고요. 저는 나르시시스트에게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특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1. 절대적인 이기심

 2. 특권 의식을 포함한 지나친 자기애

 3. 비대한 자의식

 4. 타인의 고통에 대한 무관심(공감 능력 결핍)

 5. 도덕성과 죄의식 결여

 
  이 책을 통해 저는 한국에서 흔하게 관찰되는 나르시시스트 유형 12가지와 다양한 나르시시스트들에게 대처하는 방법들, 나르시시스트에게 입은 피해에서 벗어나는 방법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친절한 마음 가진 사람들이 나르시시스트의 마수에 걸리기 더 쉽다는 고통스러운 사실 앞에서 저는 상담가로서 그리고 친절한 마음을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은 한 인간으로서 깊이 고민했습니다. 다정한 사람들이 나르시시스트의 사정권에서 쉽게 벗어나려면 그들이 나르시시스트에 관해 잘 알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습니다. 그 생각이 확장되고 확장되다 하나의 책이 되었습니다. 부디 이 책이 따뜻한 심성 지닌 이들의 견고한 방패가 되어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한국의 나르시시스트」 전자책 둘러보기 : https://smartstore.naver.com/cacucomagazine/products/10940267507


나르시시스트의 피해자 분들이 심리 상담 비용보다 저렴한 비용을 지불하면서도 확실한 가이드를 얻으실 수 있도록 최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책 속에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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