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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음존양의 시대

by ROVER

실패한 남성성의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성숙되지 못한 남성성이 억음을 하며 존양의 기쁨을 누리니 세상은 더욱 일그러지고 훼손될 뿐이었다. 이는 남자, 여자의 문제가 아니라 존재 내부에서 균형을 이루지 못한 남성성, 여성성의 문제다. 이 불균형을 남성이 표현하기가 더 쉬워 그렇지.


자신보다 우월해 보이는데 강해 보이지 않으면 꼭 딴지 걸고 짓누르려 하고 공연히 공격하고 조롱하는 모습은 온라인상에서도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는 실패한 남성성의 사례다. 내게 악플 다는 이들의 9할이 남성이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자기 혼자 옳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 안달하는 미성숙을 여전히 화면 속에서 본다. 과거에는 그들을 달래 보려 하거나 그들과 다투었지만 이제 조용히 그들을 차단할 뿐이다.


영성의 일을 하다 보면 자기 지식 뽐내기에 도취되어 있는 남성들을 쉽게 만난다. 영혼 세계나 비물질 세계에 대해 전혀 모르면서 자기가 아는 조금의 지식이 세상 전부인 줄 알고 고압적인 태도로 이 사람 저 사람 공격하며 파탄 난 자존감을 쓸어 모아 보려 하는 부류. 당연히 현실에서도 온라인상에서도 그들은 조용하거나 열띤 배척을 받는다. 그래서 그들 중 일부는 악플 달 때 이런 말을 덧붙이기 시작한다.


당신 같은 사람들은 꼭 이런 말 못 받아들이고 삭제하던데.


자기 댓글 삭제되는 것의 잘못이 자기에게 있다는 것을 무의식적으로는 알지만 건강하게 소통하는 법을 배울 생각이 없으니 그들은 차라리 타인과 싸우고자 한다. 안간힘을 다해 타인의 마음을 해치면서.


요즘은 그런 이들에게 에너지적 먹이를 던져 주며 덤비는 이들이 적기 때문에 그들은 점차 교묘한 수법을 쓰지만 어찌 되었든 결국 도태되긴 매한가지다.


세계의 기운이 바뀌면 이렇게 남을 함부로 공격하면서도 안면몰수하는 이들이 변화의 파도에 가장 먼저 휩쓸려 사라지겠지만 아직 그런 이들이 멀쩡히 활개 치는 모습 보면 다 자기 길이 있겠거니 하면서도 참담할 때가 있다. 내가 이런 시대를 택했으니 누굴 탓하랴 싶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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