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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예방 홍보 소설

(단편소설)



(읽기 전 주의) 글 소재가 홍보하는 내용이라 소설이 재미가 없을 것입니다.


살다보면 눈에 보이는 것이 눈에 보이지 않는것보다 더 믿지못할 일이 생기곤 한다. 강원도의 평창군 진부면과 홍천군 내면 경계에 있는 오대산 깊은 숲속에 위치한 순수과학 연구소의 소장 김한수 박사는 자신의 눈앞에 벌어진 일을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는 듯 두 눈을 소매로 힘껏 문질러 보고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드디어… 시간을 여행 할 수 있게 되었다.!!


눈 앞에 벌어진 일이 꿈이 아니라는 것이 확인이 되자 김박사는 지난 수개월동안 연구소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해 쓰레기가 어지럽게 널려진 연구소 바닥에 무릎을 꿇고는 어깨를 들썩이며 눈물을 흘렸다.홀로 고함을 쳐도 주위에 아무도 들을 사람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김박사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마음속으로 다시 한번 크게 외쳤다. 김박사는 애초에 시간을 여행 할 수 있는 ‘초광속전도기’를 만들려고 이번 연구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은 아니였다. 이번 연구 프로젝트는 오래된 이론이지만 상대성 이론을 체계적으로 시대에 맞게 재정립을 하려는 취지에서 시작되었다. 그런 취지로 시작되었던 프로젝트가 우연히 달 궤도를 도는 SEWI23-3412호 혜성에서 추출된 합금속에 자외선을 투과하면 엄청난 분자운동이 발생한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고, 그게 김박사의 각고의 노력끝에 초물리학 공식으로 정리됨에 따라, 빛보다 빠른 ‘초광속전도기’가 노벨 과학상을 그토록 원하는 정부의 강력한 재정지원을 받아 바로 오늘과 같은 결과에 이르게 된 것이였다.  

 -이럴 때가 아니지.

김박사는 벌떡 일어나 이 기쁜 소식을 먼저 서울 에서 대학교수로 있는 자신의 절친한 친구 권인영에게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화상 전화 단말기가 놓여진 책상으로 달려갔다.

뚜뚜뚜……..

생명보조장치에서 나오는 소리와 흡사한 신호음이 가고 난 뒤 화상전화단말기의 화면에는 부시시한 모습의 권교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뭐야..이렇게 늦은 밤에…
 

마른 장작들이 한꺼번에 부스러지는 듯한 목소리로 권교수가 눈을 부비며 짜증스럽게 말했다.  

 -권교수. 드디어 완성되었어. 초광속 전도기가 완전히 완성되었단 말이야.

김박사의 탄성에 권교수의 표정이 갑자기 환하게 밝아졌다. 심리상담학을 전공하는 권교수는 물리학에는 문외한 이지만 최근 김박사와의 수많은 대화로 ‘초광속 전도기’가 뭘하는 기계인지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래? 정말 정말 축하한다.

김박사는 화면 속에 흐뭇한 미소를 띄워보냈다.

-이게 다 권교수 덕분이야.

-내가 무슨..

-아니야. 권교수의 응원이 아니였더라면 이런 기적같은 일은 결코 이루지 못했을거야. 진심이야.

정말 그랬다. 이룰 수 없었을 것이였다. 가족을 잃은 김박사의 정신적치유를 도와준건 순전히 권교수의 상담때문이였다.  

-그럼 이 세상의 모든 암은 이제 모조리 정복되는 것인가?
권교수의 목소리가 약간 떨렸다.

 ……응…..그래 .이제 인류앞에 암은 무릎을 꿇게 될거야….

김박사는 권교수의 질문에 잠시 간격을 둔 뒤 대답했다. 잠시 짧지만 지루한 침묵이 김박사와 권교수사이에 흘렀다. 김박사는 권교수가 눈치채지 못하게 침을 꿀꺽하고 삼켰다. ‘초광속 전도기’는 세상의 모든 암들을 없애주는 획기적인 발명이라고 단순히 알고 있는 권교수의 생각과는 달리 ‘초광속 전도기’는 활용의 범위가 무공무진하였다. 물론 의료용으로 개조될 때 암세포에 파괴된 현재의 세포를 과거의 건강한 세포로 원상회복시키는 시간이동이 가능한 경의로운 대발명품임에는 확실했다.
 
 

하지만, 암세포를 시간이동시켜 예전의 건강한 세포로 돌려놓는 것만이 이번 발명의 주목적은 아니야.
 
 

김박사는 어금니를 질근 깨물었다. 양쪽 두볼이 실룩거렸다.  

 -정말 대단해. 내가 김박사같은 친구를 두었다는 사실이 자랑스러울정도야. 만약 김박사가 그때 연구를 포기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권교수는 조금 전 졸렸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진 특유의 사람 좋은 미소를 다시한번 띄우며 화상 전화기 앞에 바짝 몸을 갖다댔다. 그러나 김박사는 여전히 묵묵무답이였다.  김박사가 왜 갑자기 시무룩해 하는 지 그 이유가 8개월 전 사고로 그토록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을 한꺼번에 잃고 홀로된 남자의 외로움때문이라고 권교수는 속으로 이해해 버렸다. 가정과  연구밖에 몰랐던 한 과학자가 터질려는 괴로움과 고통을 초인적인 노력으로 이겨낸 바로 그 점이 오늘 해낸 발명보다 더욱 더 값진 일이라고 권교수는 생각했다. 권교수는 조용히 김박사를 응시했다. 권교수는 김박사가 고통에 일그러진 모습으로 자신이 교수로 있는 학교로 찾아온 그날을 아직도 잊지 못했다.  

-죽고 ..싶다…
 

같은 동네에서 만나 학창시절을 같이 보내고 헤어졌다 40년만에 나타난 김박사가  다짜고짜 던진 첫 마디는 바로 죽고싶다는 그 말 한마디였다. 권교수는 심리상담전문가로서 김박사의 정신상태가 내버려두면 반드시 자살할 심각한 상태라는 걸 단번에 알아챘다. 금방 알아차릴 수 밖에 없는 것이 한국은 요즘 자살공화국이라는 불명예에 걸맞게 거의 모든 상담이 자살과 관련된 것이였고 자살에 관한한 이골이난 권교수였기 때문이였다. 권교수는 우정도 우정이지만 김박사의 긴박한 상황을 전문심리치료가로서의 즉시 치료하는 것이 자신의 의무라고 생각했다. 권교수는 김박사가 연구하는데 에만 온정신을 쏟아 붓게 유도하여 고통을 자연스럽게 잊도록 상담해 나기로 했다. 다행스럽게도 김박사는 권교수가 생각했던 것보다 손쉽게 차츰 연구에만 몰두해나가게 되었다. 건강이 상하는 것이 걱정스러울 정도로 김박사는 연구 프로젝트에 자신의 혼신을 다하였다.
 

-권교수.. 지금 아들 환이와 아내가 살아있다면 얼마나 좋아할까.

김박사는 오랜침묵뒤에 기쁘지도 슬프지도 않는 묘한 톤의 목소리로 말했다.
권교수는 일단 그의 말을 들어주기로 했다.

-환이는 뇌성마비 환자였지만 과학 만화 영화를 틀어주면 마치 다 알아듣는듯 늘 방실대며 참 좋아했었는데. 환이 엄마는 또 질질 눈물을 짤거야. 지금쯤…. 그 사람은 너무 기쁘면 울거든.

순간 김박사의 눈이 반짝 빛났다. 권교수는 남자의 눈물도 여자의 눈물처럼 빛난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깨달았다.

-권교수.. 아들과 아내가 너무 보고 싶어.

권교수는 김박사의 심령이 슬픔으로 떨리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김박사… 내 말을 잘 들어.

김박사는 조용히 고개를 떨궜다.

-자넨 참으로 환이와 재수씨가 기뻐할 큰 일을 해낸거야. 내가 지금 어떤 위로를 해 줄 수는 없지만 지금 내가 확실히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은 김박사의 발명으로 암으로 헤어지는 수많은 다른 사람들의 눈물을 씻어낼 거라는 사실이야. 난 지금 그 말만 하고 싶어
 
 

고개 숙인 김박사의 어깨가 들썩거렸다.
 
 

-보내라구. 이젠 그들을 보내라고
순간,


김박사는 고개를 들더니 권교수를 노려보았다. 눈물 때문에 빛났던 눈이 발갛게 변했다.  

-보내라니?…어디로 보낼까?

-김박사! 그게 무슨 말이야?

-환이와 아내를 도대체 어디로 보내란 말이냐고? 자살했으니 종교에서 말하는 지옥에 보낼까? 도대체 어디로 보내야 되느냐고?

마치 절규하듯 외치는 김박사의 한마디가 권교수의 가슴에 깊숙히 꽂혔다. 권교수는 지금 김박사가 감정이 겪한 상태라 자신의 어떤 설명이나 위로가 하나도 귀에 들리지 않으리라는 생각에 눈앞이 깜깜해졌다.

-자넨 영혼이 있다고 믿는 사람이 아닌가? 육체는 병들면 의사를 찾아가는 것처럼 영혼이 병들면 영혼을 치료하는 것이 자네의 직업이 아닌가? 그런데 정신장애를 가진 아들을 죽이고 자살한 아내의 영혼은 지금 도대체 어디에서 울부짖고 있을까? 보이지도 않는 영혼에 관해서 자네는 전문가가 아닌가? 사람이 죽고나면 그 다음은 어디로 가는건가? 그냥 사라지는 건가?  

-김박사! 돌아가신 가족들에게 그게 무슨 말이야.

권교수의 마음은 이제 검게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이제 겨우 안정을 찾았는데…아 어떻게 김박사의 마음을 위로하지.

김박사는 자신의 말이 지나쳤다는 것을 깨달은 듯 커다란 울음을 터트렸다.

-미안해. 아내와 아이가 너무…너무….너무 ..보고싶어..

지난 몇 개월간 연구에 매달리느라 잊었던 가족의 생각들이 한꺼번에 봇물 터진 듯 솟구치는 것 같았다.

-김박사. 내가 지금 그리로 갈까?

권교수는 김박사의 울음이 잠잠해 질 즈음에 나직히 물었다.

-아니네. 이런 시간에 어떻게….괜찮아

-내가 갈께. 강릉이라면 여기에서 약30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을 거야

-아니…괜찮……

김박사의 말이 체 끝나기도 전에 권교수는 화상전화 모니터를 꺼버렸다. 권교수는 의자에서 일어나 벽속의 옷장에서 공해차단 특수외출복을 꺼냈다. 올해는 화학으로 오염된 황사가 극성이라 외출시 반드시 이 외출복을 착용해야 했다. 방 중앙에 달린 컴퓨터로 철도청에 링크해보니 마침 마지막 강릉행 초고속 자력 전철이 하나 남아 있었다.
 
 

-고객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실물보다 더 정밀하게 컴퓨터 그래픽 처리가 된, 사람이였다면 20대초반 정도일 예쁜 AI 도우미가 화면에 뜨더니 꾸벅 인사를 한후 권교수에게 물었다..

-강릉행 초고속자력지하철 왕복권 1장!

-네 고객님! 휴대하고 계신 팜컴 Palm Computer을 스크린화면을 향해 열어주시면 왕복티켓 한장을 바로 다운로드 해드리겠습니다. 결제는 휴대하고 계신 팜컴의 어카운트에서 하시겠습니까?

 
-네 …
 
 

-저희 철도청을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여행 되십시오.
 
 

권교수는 서둘러 티켓을 다운로드 받아 집을 나섰다. 전철역으로 걸어가면서 권교수는 세상이 아무리 빛보다 빨라져도 참을성없는 사람의 마음보다는 더 빨라질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일초에 오차도 없이 정확한 시간에 도착된 초고속자력전철에 몸을 싣고 권교수는 강릉으로 출발했다. 전철 내에 설치된 반투명 스크린에선 앞으로 27.3489분 후 강릉 역에 도착한다고 가리켰다. 고속으로 가는 전철은 속도는 빠르지만 창문 밖 경치를 제대로 즐길 수 없는 단점이 있었다. 강릉으로 가는 길이 왠지 이상하게도 서글퍼졌다.

-성형얼굴로 아름다워 지고 싶지 않으세요? 블록수술을 받으세요. 블록수술을 받으시면 원하시는 데로 유행에 따라 눈, 코, 입, 턱 모양을 자유자재로 혼자서 자신의 얼굴에 부착시킬 수 있습니다!

-자신이 직접 영화 속의 주인공으로 출연 되어지는 사이버 영화 ‘일지매’ 15일 대개봉!!. 정말 실제같습니다!

-중국 집 배달의 신기원!! 1분 배달을 자랑하는 국빈관 드디어 신장 개업!!.

요란한 광고의 스크린들이 이쪽저쪽사방에서 우후죽순처럼 튀어나와 전철 안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스크린들이 승객들의 바로 코앞까지 날아와서 떠들어대 외면 할 수도 없었다. 서울에서 강릉 가는 30여분이 너무나 길게 느껴졌다. 권교수는 승객으로 전철에 탄 주위의 남녀들을 바라보았다. 마치 찍어낸 붕어빵처럼 모조리 미남 미녀였다. 종전에 실리콘주입이나 보톡스 주입 등 만으로 이루어졌던 예전의 성형수술이 이제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나 어디서나 아이들 블록 장난감처럼 혼자 성형수술을 할 수 있는 블록 안면술로 간편하게 바뀌었기 때문이였다. 인기 배우나 가수의 눈, 코, 입이 요즘 젊은이들 사이의 인기 선물 이였다. 권교수는 요사이 광고 중에서 ‘블록안면수술’광고를 유난히 싫어했다. 이유는 혼자 얼굴을 너무 자주 바꾸는 바람에 자신의 정신적 아이덴티티를 상실해 버리는 신종 정신병을 창궐 시켜 버렸기 때문 이였다.

-제 진짜 얼굴이 무언지 잃어 버렸어요.

-얼굴을 자꾸 바꿔도 만족하지 못하겠어요.

-흑흑.. 내 얼굴이 내 얼굴 같지 않고 남 얼굴 같아요.

권교수는 눈을 감았다. 어지러웠기 때문이였다. 과학이 아무리 발달해도 안락하기는 커녕 점점 심리적으로 불편해졌다. 세상사는 것이 너무 버겁게 느껴졌다.     

띠띠띠…

권교수는 옷소매에 달린 텍스타일 화상폰이 울리자 스위치를 켰다.

-아빠 지금 어디야?

청량한 목소리와 함께 권교수의 딸 혜진이의 얼굴이 화면에 떴다.

-혜진이구나.

권교수는 미소를 지으며 화면에 비친 혜진이를 바라보았다.

-아빠 지금 어디가?

-응 내친구 만나러 가는 가는 길이야.

-요사이 밖에 공해도 심한데 왜 외출해? 다들 재택근무하는데..

-왜 니 아빠가 죽을까봐 걱정되니?

권교수는 미소를 지으며 딸의 반응을 기다렸지만 혜진이는 화면속에서 웃기만 하였다.

-그래. 새직장은 어때?  


혜진이는 눈부신 이를 드러내고 환하게 웃었다.  권교수는 이제 후진국으로 전락 해버린 일본에 들어가 고생하면서 일을 하는 딸이 너무 자랑스러웠다. 몇세기 동안 잘나가던 일본을 재건하기 위해 한국이 돕기 시작하다니... 시간이 돌고 도는 것처럼 느껴졌다.

-우리 공주님 고생이 많구나.

화면속의 혜진이는 아무말없이 계속 웃기만 하였는데


-내가 누군데 그 유명한 권인영교수님의 외동딸이잖아.이 정도는 참아야지.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래 너무 참지 말고…이제 시작이니 천천히 열심히 지내야 한다 알겠지? 그럼 안녕…


권교수는 화상폰을 끄고 경치도 없는 전철창문밖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권교수는 아무런 이유도 없이 자살해버린 혜진이가 살아 생전에 보내온 동영상속의 모습을 이제는 지워야 하나 생각해보았다. 자살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마음을 갈갈이 찢어놓는 일종의 살인행위라고 권교수는 치를 떨었다.


-도대체 왜 사람들은 자살을 하지?


사람들이 그럴때마다 권교수는 이렇게 대답해주었다.


-자살을 하는 가장 큰이유는 자살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야. 예전에 일본이 선진국이였을때 자살율이 전세계 1위였던 것처럼 한국도 점점 물질적으로 부요해지면서 정신세계는 날로 황페해져가 이제 한국이 전세계 일등이 되었어. 허무한 마음은 밑빠진 물독이라 뭐 다른 것들을  부어도 부어도 물이 차지 않지. 뭘해도 허무하니까 자살해버리고, 또  살다가 조금만 힘들면 자살로 도피해 버려. 이런 풍조가 바이러스처럼 모든사람에게 퍼지니 자살율이 당연히 올라가는 것이야. 희망이 눈꼽만큼도 없이 사라져버리니 사회체제가 붕괴되고 자살공화국으로 전락하게 되어 버리는 거야.



-손님여러분. 전철이 강릉역에 도착했습니다. 즐거운 여행이 되길 바라시며 내리실때 혹시 빠지신 물건이 없는지 확인하시길 부탁드립니다.


기계음의 건조한 안내방송으로 정신을 차려보니 벌써 강릉이였다.권교수는 전철에서 내려 역입구를 향해 빠른 걸음을 옮겼다. 강릉까지는 순식간에 도착했는데 연구소로 택시를 잡는 시간이 더 걸렸다. 어렵게 고른 택시를 잡고 산길을 따라 연구소 문앞에 권교수가 도착 했을 때는 벌써 새벽2시를 넘기고 있었다.
 
 

-정문이 열려있네
 
 

원래 시큐리티 요원이 상주하는 곳인데 오늘따라 보이질 않고 정문조차도 열려져 있자 권교수는 의아스러웠다.
 
 

-들어가 보자.  


끼이이이익……….

문이 열리자 을씨년스러운 냉기가 얼굴과 몸 전체를 휘감았다. 권교수가 어두운 연구소안으로 들어가자 입고 있는 공해 방지용 외투에서 자동차 헤트라이트같은 강한 빛이 자동으로 켜졌다.  

-뭐지? 이 냄새는?

연구소안의 냄새가 쓰레기처리장처럼 너무 고약해 코를 막으며 권교수는 눈살을 찌뿌렸다.

-김박사!. 나 왔어.. 김박사!

바닥은 역겨운 냄새를 풍기는 쓰레기로 가득 차 있었다. 권교수는 복도를 따라 걷다가 메인 연구실 문이 살짝 열렸음을 발견했다. 박사를 다시 한번 불러 보았지만 아무 대답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권교수는 일단 메인 연구실 안으로 들어가기로 마음먹고 연구실 문을 열었다.

-오..

연구실 안으로 들어서자 권교수의 입에는 자신도 모르게 외마디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곳에는 거대한 기계가 눈도 뜰 수조차 없는 찬란한 플렛티넘색 빛을 발하며 서있었다.  기계 주위에는 수많은 작은 컴퓨터들이 연결되어 있었고 마치 CT단층촬영기를 연상시키는 원통모양의 기계가 정중앙에 위치해 있었다.


 -이게 바로 그 ‘초광속 전도기’라는 거야
 
 

어디선가에서 불쑥 나타난 김박사가 권교수의 뒤에서 말하자 권교수는 놀란 나머지  하마트면 넘어질 뻔 하였다. 권교수는 겨우 중심을 잡고 서서 뒤로 돌아 김박사를 바라보았다.

-어디서 나타난거야?  

권교수는 김박사의 표정을 살폈다. 그리 안색이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미안해. 놀라게 하려는 생각은 없었는데…

-괜찮아. 넌 괜찮아?

-뭐가?

김박사가 되려 반문을 하자 권교수는 당황한 표정이 되었다.

-난 아까 전화 통화에서 김박사가 죽고싶다고 해서..

권교수의 말이 체 끝나기도 전에 김박사는 화상전화 통화때의 모습과는 180도 다른 호탕한 웃음을 터트렸다.

-괜찮아. 봐 난 이렇게 싱싱하게 살아있어. 하하  

뭔가 개운치 않아서 권교수는 그냥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김박사. 그런데 저거 정말 대단해. 참으로 엄청난 기계같아

권교수는 화제를 ‘초광속전도기’ 쪽으로 바꾸었다.
 
 

-김박사… 이제 암은 인류의 역사속으로 사라지게되는건가?

-권교수

김박사의 목소리가 약간 떨리기 시작했다

-권교수. 저건 그냥 의료용 ‘초광속전도기’가 아니야

-엉? 그게 무슨 말이지?
 
 

저건 암세포만 과거에 건강했던 시간으로 되돌려놓는 의료용이 아니라 인간도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타임머신이라구

김박사의 말에 권교수는 어리둥절 해졌다.

-타임 머신?

-그럼. 권교수. 이제 사람이 과거와 미래로 여행을 할 수 있게 되었어. 난 지금부터 이 타임머신을 타고 죽은 내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 환이에게 날아가서 만나고 오려고 하네.


권교수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기나긴 침묵뒤에 권교수는 어렵게 입을 열었다.

-김박사.. 그건 안되는 말이네.

김박사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뭐? 왜 안된다는 거야?

김박사의 말이 용수철처럼 튀었다.


-김박사 당신은 지금 조물주가 움직이시는 시간을 사람이 함부로 다룰려고 하고 있어

-뭐? 함부로라니? 말이 지나치신 거 아닌가? 내가 얼마나 아내와 아이를 보고 싶어하는지 자네가 더 잘알면서...매일 매일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줄 아나?

김박사의 말이 잠시 끊겼다. 울고 있는 것 같았다.

-나보다 더 귀한 내 가족을 만나러 과거로 가는 것이 뭐가 잘못 됬다는 거지?

김박사의 표정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그래 지금 김박사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야.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 타임머신을 이용하게 된다면 세상이 도대체 어떻게 되겠나?

권교수는 질 수 없다는 결연한 표정으로 김박사에게 말했다. 김박사는 약간 움찔하더니 좀전보다 더 일그러진 표정으로 말을 계속 이어갔다.

-권교수는 세상을 너무 부정적으로 보는것 같아

김박사는 ‘초 광속 전도기’ 옆으로 다가가 전도기 우측 상단에 위치한 컴퓨터 자판을 재빠른 동작으로 쳐대기 시작했다.

우우우우우우우우웅

엄청난 진동이 온 연구소 안을 흔들어 놓았다.

-뭐지….?

권교수가 몸의 중심을 잡지 못해 쓰러질 정도로 연구소가 흔들렸다. 권교수는 오른손으로 벽에 기대고 서서 김박사를 바라 보았다. 김박사는 자판에 뭔가를 입력시킨 뒤 몇 개의 개폐스위치를 만지작거렸다. 플레티넘 색으로 빛나는 거대한 원통들이 엄청난 진동과 굉음을 일으키며 돌기 시작했다.

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권교수 … 이제 전 난 과거로 떠나……
-아… 안돼.

찌직지지지지지지찍…

원통주위에 형성된 전기들이 서로 스파크를 일으켰다. 굉음은 점점 커져 갔다.

우우우우우우웅
파파파파파팍…….

-잠깐 멈춰!!!!

권교수는 몸을 날려 타임 머신의 제어 장치로 보이는 자판으로 다가가 아무 키나 손가락으로 누르기 시작했다.

-뭐야? 안돼!!! 뭐하는거얏!

타임머신의 원통안으로 들어가려다 권교수가 자판을 미친 듯이 누르는 걸 보고 김 박사는 놀란 표정으로 외쳤다.

-그..그만

-김박사! 거기서 안 나오시면 계속 내가 이렇게 기계를 만질거야!!

권교수는 눈에 띄이는 데로 스위치를 누르고 자판을 두들겼다.

퓨슈슈슈슈슈슈….

엄청난 속도로 돌아가던 원통형 전도기의 속도가 점점 줄어들었다.

-아.안돼 그걸 건드리면..


-일단 나와 이야기를 먼저하자고

김박사는 스캐너 통로 앞에서 뛰어내려 권교수가 서있는 제어 조종 장치쪽으로 달려갔다.
순간

큐슈슈슈슈슈슈슈슈슈슈
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
쿠앙!!!!!!!!!!!!!!!!!!!!!!!!!!!!!!!!!!!!!!!!!

고막을 찢는 듯한 굉음과 연구실 전체를 날려 버릴 듯한 거대한 에너지가 ‘초광속 전도기’ 중심에서 터져나왔다.
으악……!!!
악…………

권교수와 김박사는 폭발과 동시에 몸이 공중에 뜨더니 둘다 순식간에 냅다 바닥에 내동댕이 쳐졌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콜록콜록

자욱한 연기에 바로 눈앞도 분간 못할 아수라장이 되어버린 연구소 한쪽 모퉁이에 김 박사는 기침을 하면서 정신을 차렸다. 기계파편이 긁고 갔는지 오른팔 소매에 피가 고여있었다.  

-으 .. 그런데 ‘초광속전도기’가 망가졌다면 큰일인데..

정신을 추스리고 나서는 오로지 이 한 가지 생각만이 김박사의 머리속에 맴돌았다. 그 동안 많은 실험과 인내의 시간들이 주마간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여보…. 환아……
 
 

김박사는 미칠듯한 마음에 머릴 쥐어 뜯고 싶었지만 손이 맘대로 움직여 주지 않았다. 연구소안의 연기가 서서히 걷히기 시작하자 김 박사는 다시 한번 힘을 내어 몸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어금니를 깨물었다.
 
 

-끙…

뼈가 부러지진 않았는지 일어서는데 별다른 통증은 느껴지지 않았다. 김박사는 천천히 일어나 권교수를 찾기위해 고개를 두리번 거렸다.

-권교수?

아직 완전히 걷히지 않은 연기속에서 김박사는 뭔가를 발견하고 걸음을 멈추었다.

-권교수?

김박사는 서있는 한사람을 발견하고 권교수를 외쳤으나 그는 아무 대답이 없었다.

-권교수? 권교수 왜 대답이 없어?

 -…………………

김박사는 천천히 앞으로 걸어나갔다. 연기가 완전히 걷힌 상태에서 김박사는 연기속에 서있는 사람의 얼굴을 본 순간 너무 놀라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헉………아니…넌…

얼굴의 주인공은 놀랍게도 다름 아닌 김박사의 아들 환이였다.

-환아

김박사는 너무 놀라 더 이상 다가가지 못하고 개미같이 작은 소리로 아들의 이름을 불렀다.

-아버지


 분명 아들 환이 였다. 조금 키가 더 크고 성숙해 보여도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는 꿈에도 그리던 아들 환이였다. 아버지라는 말을 듣고서야 김박사는 달려가 아들을 힘껏 부둥켜안았다.
 

-환아……크허허허허헉

눈물이 뭉쳐 있다 터진 것처럼 격정적인 포옹과 함께 김박사의 눈에서 흘러 넘쳤다. 환이도 김박사를 힘껏 끌어 안고 같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아버지….저예요…

-우리 아들 환이구나.. 환아…크허허허헉


김박사는 환이를 안고 한참을 흐느끼고 난뒤 정신이 든듯 안았던 팔을 풀고 환이를 찬찬히 바라보았다.

-그런데.. 어떻게 된거지..

김박사는 환이의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분명 환이는 아내가 죽이기 전까지 선천적으로 말은 커녕 움직이지도 못하는 선천성 뇌성마비환자였다.

-아버지.. 전 아버지가 만든 기계가 시간계를 여는 바람에 생긴 그 틈새에서 왔습니다.

-시간계? 틈새?

-네

-시간계는 그럼..

김박사는 차마 죽었다는 표현을 쓸 수가 없었다.

-네. 지상에서 보면 육체적으로는 죽어있는 영혼만이 존재하는 차원의 공간입니다

 환이는 담담한 목소리로 김 박사의 말에 대답했다.
 

-그런 곳이 있다니..  

김박사는 말을 더이상 이을수 없었다. 왜냐하면 바로 자신의 눈앞에 실제로 환이가 서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찼기 때문이다. 김박사는 무릎을 꿇고는 다시 울음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버지 잘 들으세요.

환이는 김박사에게 다가와 김박사를 일으켜 세우며 조용하고도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저기 지금 권교수님 보이시죠?

환이가 가르키는 손가락 끝쪽으로 바라보니 과연 권교수가 쓰러져 있었다. 김박사는 울음을 멈추고 권 목사가 쓰러진 쪽으로 달려갔다.

-권교수. 권교수.

아무리 흔들어도 권교수는 축 늘어진 체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아니…?

-돌아가신 겁니다. 아까 시간계가 열릴 때의 그 충격으로…

-어…쩌지……아 ..어쩌지…


김교수는 자신의 무릎 위에 놓인 권교수를 바라보며 정신이 반쯤 나간 사람처럼 중얼 거렸다.

 -어쩐단 말인가? 어쩐단 말인가. 나 때문에.. 권교수가 죽게 되었으니. 내가 전화에 대고 이상한 소리만 하지 않았어도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텐데…

김박사는 어찌 할 바를 몰라 울음 섞인 넋두리로 계속 중얼거렸다.

-아버지…

어느 샌가 환이가 다가와 김박사의 어깨 위에 손을 올렸다.

-아버지.. 저 세상으로 가셨어요..하늘나라로 가셨다구요 그러니 이제 그만 우세요

-하늘나라?

김박사는 눈물을 체 닦아내지 못한 얼굴로 뭔가를 잘못 들었다는 표정으로 환이를 바라보았다.

-방금 너.. 하늘나라라고 그랬니?

-네.. 교수님은 하늘나라로 가버렸어요


-아니.. 넌 마치 동화속 이야기같은 말을 하는구나. 사람이 죽으면 영혼이 어디론가 간다는 말은 아이들 이야기책에 나오는 말이 아니냐?


-제가 하늘나라라고 말한 이유는 설명해도 아버지의 지적능력으로는 이해할수 없기에 편의상 그렇게 부른 겁니다.영혼은 육체가 죽어도 소멸되지 않는데 사람이 죽으면 그영혼들은 산사람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다른 차원의 공간에 모이게 됩니다. 시간과 공간의 제한이 전혀없는 그런 다른 차원의 공간에 말입니다.


김박사는 이해가 되질 않는다는 표정으로 환이를 바라보았다.


-그건 그렇고 너는 어떻게 말을 하게 되었지?


-저처럼 선천적지적장애아나 낙태로 뱃속에서 세상에 나오기전에 사망한 모든 순수한 영혼들은 시간계에서 보통사람들은 가질수 없는 ‘자유’를 가지게 되죠.그 자유또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초능력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아무리 무뇌아라고 해도 영혼없는 인간은 없습니다.그 순수함의 정도에 따라 무한한 자유의 능력을 가지게 되는거죠


-그렇다면 세상의 그 어느누구도 하찮은 영혼은 없다는 말이구나


-그렇습니다         
 
 

이야기를 하던 환이의 표정이 순간 엄숙하게 변했다.


-자 그런데 이제부터 아버지 잘 들으세요. 저기 망가진 ‘초광속 전도기’를 고쳐 저와 함께 7개월 전 과거로 시간여행을 가야 합니다
 
 

-왜지?


환이는 김박사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바로 이 ‘초광속 전도기’가 완성되지않게 하기위해서 입니다. 7개월전으로 되돌아가서 이 ‘초광속 전도기’의 기초를 닦은 그 프로젝트 자체를 모조리 없애 버려야 합니다. 아버지, 시간을 다스리는 것은 인간 능력밖의 일입니다. 이 타임머신은 시간의 질서를 도전하는 엄청난 파장을 불러올 무시무시한 기계입니다. 상상해 보세요. 만약 사람들이 이 타임머신으로 시간을 엉망으로 만든다고 생각해보면요. 이기적 욕망으로 가득찬 인간들이 시간을 자기편한대로만 만들어버린다면 모든것이 파괴되고 말거예요.

  
 -미안하다. 난 그저 너와 너 엄마를 보고 싶은 마음에….


-아버지. 안타깝지만 어머니처럼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자신의 육체를 죽여버리는 자살을 한 영혼은 타임머신으로도 되돌이킬수 없는 블랙홀같은 나락으로 빠져버립니다. 자신의 목숨을 스스로 끊으면 괴로움과 아픔이 사라져버릴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일단 자살을 하면 시간과 공간이 지배받지 않는 영원한 무저갱의 밑바닥으로 떨어져버리는 것은 팩트입니다. 일단 나락에 빠진 영혼을 꺼집어 낼 방법이 없으니 자살하기전 시간으로 되돌아 가도 자살한 사람은 만날수 없는 겁니다. 안타깝지만 제가 아는 것이 여기까지 입니다. 나락에 떨어진 사람에게 무슨일이 벌어지는지는.....조물주가 선하고 모든일을 하실수 있다면 피치못하게 자살한 사람에게는 그만의 방법으로 선하게 다스리겠죠 그렇게 믿어볼수 밖에 없어요. 그게 유일하게 우리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지 않겠어요?



-아..


김박사의 입에서 회한의 깊은 한숨이 터져나왔다. 환이는 김박사를 측은하게 바라보고는 말을 이었다.   
 
 

-아버지. 이 기계는 일단 없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이 기계로 시간을 돌리면…제 생각입니다만… 자살한 어머니는 어쩔 수 없지만 혹시 이분이 살아계신 과거로 갈 수 있을겁니다. 과거로 돌아가서 이 기계의 기본 존재를 없어버리면 기계때문에 죽은 이분도 살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김박사는 소리를 쳤다.

-왜 너의 엄마는 자살을 했을까? 왜 그런일을 저지른 걸까?


-안타까운 아버지의 맘을 이해합니다. 어머니는 정신지체장애를 가진 나를 키우면서 우울증에 걸리신거예요. 내가 시간계안에서는 이렇게 유능하고 자유로운 영혼인데 어머니가 그걸 모르셨으니…아셨으면 나를 죽이고 그렇게 자살은 하지 않을셨을거예요. 아버지..허지만 자살이든 살인이든 육체를 죽음으로 몰고가게 만든 영혼이 다시는 되돌릴 수없는 곳으로 가는 것은 바로 만물의 질서입니다.


-잠깐…나때문에 여기 권교수가 죽게되었는데. 나도 남의 육체를 죽음으로 몰고갔기 때문에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곳으로 가게 되는거냐?
 
 

김박사의 말을 들은 환이의 얼굴 심각해졌다.


-그건 사고로 그렇게 된것이잖아요. 아버지 책임이 아니라구요. 아 저도 모르겠어요. 일단 모든게 이 기계때문이니  어서 기계로 권교수님이 살아계신 과거로 가자구요.

 
 김박사는 환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초광속 전도기’로 달려갔다. 김 박사는 미친 듯이 기계를 만지기 시작했다.


 -그냥 쿨링시스템만 약간 고장났구나. 조금 손만 보면 될것같은데


 쿠쿠쿠궁.


 퓨슈슈슈슈슈슈슈.


 굉음과 함께 연구소가 다시한번 뒤흔들렸다. 끊어진 에어 컴프레셔의 관들이 하얀 기체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김박사는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아버지!!


 모니터를 우연히 바라보다가 환이는 갑자기 김박사에게 소리를 질렀다.


 -이 바늘이 바늘이…


 -뭐?


 달려와서 모니터를 바라본 김 박사는 재빨리 환이를 타임머신의 원통부분으로 밀어넣었다.


 -지금 타임머신을 돌리지 않는다면 전압이 힘을 견디지 못해 연구소를 순식간에 날려 버릴정도로 폭발할것이다. 자 어서 들어가!!!


 김박사는 환이가 원통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한뒤 타임머신의 제어판위의 자판기를 두들기고 나서 자신도 원통안으로 들어갔다. 원통안은 마치 우주선의 조종석처럼 되어있었다.


 -환아! 그렇게 서있지 말고 자리에 누워 안전벨트를 착용시켜줄께  


 김박사는 환이를 좌석에 앉히고 일사분란한 손놀림으로 시간여행에 필요한 모든 안전 시스템을 작동시켰다.
 구구구구구구…
 심장까지 떨릴 듯 엄청난 기계음이 울렸다.


 -어?


 좌석에 앉은 환이는 김 박사가 자신을 원통형 방에 혼자 놔둔체 문을 닫고 나가는 것을 보고 몸을 움직이려 했으나 묶인 벨트 때문에 꼼짝 달싹 할 수 가 없었다.


 -아버지…………아버지…………………………….


 환이는 온몸의 힘을 다해 아버지를 불렀지만 닫힌 문은 열리지가 않았다.


 -아………….버……………지…
 
 

김박사는 다시 밖으로 나와서 시간여행의 운항 네비게이더를 7개월전으로 맞추었다. 타임머신의 원통이 엄청난 속도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계기판의 바늘들은 나사가 풀어질 정도로 제각기 흔들거렸다.


 -환아! 지금 고안된 타임머신은 단 한사람만 시간의 벽을 통과하게 되어있단다. 이제 모든 것을 알았으니 너만이라도 무사히 원래의 시간으로 되돌아가거라. 그래서  이 기계의 존재를 없애다오. 환이야! 나 때문에 여기 다시 나오게 되어 미안하구나. 이제 널 보내고 나면 이곳은 엄청난 에너지를 견디지 못해 순식간에 날아 가버릴 것이다. 미안하다. 내가 죽은 사람들을 만나려고 괜한 욕심을 부렸구나. 환아 정말 미안해.
 
 

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
 푸아아아아아아아
 
 

엄청난 기계음을 내며 도는 원통 기구 앞에 김박사는 무릎을 꿇었다. 어디선가 날카로운 파편이 날라와 오른팔을 스치고 지나갔다.


악  파편이 깊게 스친것인지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그래도 내가 헛되게 살지는 않는것이야. 한번뿐이지만 내가 만든 ‘초광속 전도기’를 통해 자살은 절대로 하면 안된다는 걸 깨닫게 되다니… 아..내가 다시 과거로 되돌아갈 수 있다면 다른사람들에게 ‘초광속 전도기’를 자세히 설명해주고 태워주면서 자살만은 절대로 안된다는 자살방지용 타임머쉰으로 쓸텐데..


김박사는 그것도 욕심이라는 듯 쓴웃음을 지었다.


파파파파파파파파파팍!!!!!!!!!!!!!!!!!!!!!!!!!!!!!!

아아아아악!!!!!!!!!!!!!!!


환이가 비명을 지르며 시간의 벽을 통과하고 사라지자 김박사의 연구소도 순식간에 한번의 번쩍거림과 함께 사라져갔다.
 
 
 



악..
 
 


김박사는 비명과 함께 자신의 방 침대에서 눈을 떴다.

악몽이였나?  김박사는 자신의 침대이불이 흥건히 젖어있는 것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하였다.
 
 

-휴..너무 실감나는 꿈이군
 
 

김박사는 침대옆 탁자 위에 놓여진 생수병의 물을 한모금 마셨다.


-그런데 꿈이 정말 뒤숭숭하군..혹시 권교수한테 무슨일이 생긴거 아니야? 전화 해봐야겠다…
 
 

김박사는 화상단말전화기로 자신의 절친한 친구 권교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뚜뚜뚜..


신호는 갔으나 권교수와 통화가 되지 않았다. 권교수는 최근 일본에서 자신의 딸이 자살을 해서 많이 상심해 있던 상태였다. 늘 딸 생전의 영상통화 동영상을 녹화한것은 계속 반복해서 보면서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전화를 받지 않자 김박사는 불안해졌다. 자살한 아내때문에 생긴 상처를 치유받기 위해 만나기 시작한 심리상담가 권교수는 최근에 자신의 외동딸이 일본에서 자살을 하는 아픔을 겪었었다. 중이 제 머릴 못깍는 다고 자신이 직접 상처를 겪자 옆에서봐도 도저히 주체를 하지 못할정도로 흔들렸었다. 어딜가나 화상전화기에 녹화된 딸의 생전모습을 틀어놓고 매번 꺼내볼 정도였다.


-나중에 다시 한번 전화해보야겠어


김박사는 다시 침대로 몸을 뉘였다. 몇일동안 초광속전도기에 매달려 쉬질 못했기에 눈꺼풀이 천근만근이 될정도로 무거웠다. 그러나 머릿속은 점점 죽은 아내와 아들의 모습으로 맑아졌다.


-꿈은 꿈이고 초광속전도기가 완성되면 환이와 아내를 만날수 있을거야. 힘을 내자.


김박사는 자살을 하면 시간을 돌려도 자살한 사람을 만날수 없다는 꿈내용이 조금 불편했지만 신경 쓰지말고 서둘러 제작을 마무리해야 겠다고 다짐하면서 돌아눕는데 순간 오른팔에서 날카로운 고통이 스쳐갔다.


-아야….팔이 왜 이리 욱씬거리지?


김박사는 오른팔을 어디서 다쳤었나 고개를 갸우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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