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과 염증에 대한 파파약사의 고찰
안녕하세요 브런치에 새롭게 연재를 시작한 파파약사입니다. 제가 2010년에 약사면허를 받았으니 벌써 11년이 지났네요. 중간에 군대에 다녀온 2년을 제외하면 9년 정도는 약사로서 일하고 있는데요. 대학병원 약제부에서 2년, 아동병원 밑에서 근무약사로 3년, 그리고 지금은 제 약국을 오픈해서 4년째에 접어들었습니다. 그동안 많은 분들을 만나면서 때론 울고, 때론 웃고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요. 그 이야기들을 이제 브런치에서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고 공감하고 싶어서 펜을 들었습니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겠지만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약이란 무엇일까요? 질병의 예방 및 치료에 사용되는 여러 가지 물질들을 총칭하는 것이 바로 약입니다. 질병은 우리 몸이 무언가 불편한 상태에 처한 것을 말하는 것이죠. 예를 들어 우리는 오랫동안 음식물을 섭취하지 못한 채로 허기진 상태가 지속되면 일정 기간 후에 결국 죽습니다. 이 경우 음식물은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는 약이 될 수 있겠죠. 반대 상황을 볼까요? 식 고문이라는 말 들어보셨을 겁니다. 배가 터질 때까지 밥을 먹게 되면(실제 배가 터지긴 힘들지만요) 죽을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음식물이 우리 몸에 치명적인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즉, 넓은 의미에서의 약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섭취하는 식품의 영역까지 포함하게 됩니다.
모든 것은 독이며 독이 없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용량만이 독이 없는 것을 정한다.
파라켈수스(스위스, 화학자이자 철학자, 1493~1541)
그렇기 때문에 약에 대해서 연구하는 전문가가 필요하고, 그러한 전문가가 바로 약사라고 생각합니다.
약대에 다니던 시절에는 만성질환으로 주로 처방되어 나오는 혈압약, 콜레스테롤 약, 당뇨약 위주로 달달 외우며 공부를 했고, 대학병원에 근무하면서 암기했던 그 지식을 많이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약국가로 나오게 되니 세상에는 사람의 수만큼이나 아픈 사람도 많고 저마다 아픈 이유도 참 다양하다는 걸 피부로 느끼게 되었습니다.
특히 ‘병원에서 검사해도 이상소견이 없다는데 계속 아프다’라고 호소하시는 분들이 참 많아서, 처음에는 어떤 약을 드려야 할지 꽤 긴 시간 헤맸었죠. 몇 년이 흐르고 보니 이런 경우는 그 사람의 생활습관, 식습관, 복용 중인 약, 드시는 영양제를 전부 고려하지 않으면 그 원인을 찾기가 어렵다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다시금 책을 펼치게 되었죠. 인체 생리학, 영양 치료학을 공부하게 되었고, 약물학 책을 다시 펼치면서 상호작용과 부작용에 중점을 두고 분석하게 되었습니다. 약대를 졸업한 지 11년이 지난 지금, 저는 병으로 진단되지 않는 사람들의 아픔을 이해해주고, 함께 원인을 분석해 도움을 드리는 일이 지역 약사의 중요한 역할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아픈 사람들을 보게 되고 그분들을 도와주기 위해 공부하다 보니 아픔과 통증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과연 우리는 아픔과 통증을 모른 채로 살아갈 수 있을까요? 갓 태어난 신생아조차 폐에 처음 들어오는 공기의 감촉에 울음을 터뜨리는 우리의 삶은, 항상 고통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또한 살아가면서 많은 질병, 사건, 사고를 겪으면서 우리는 통증을 경험하게 되죠. 이러한 통증이 우리에게 불쾌한 감정을 줄 수 있지만, 그렇다고 통증이 없으면 우리는 건강하게 살아갈 수 없습니다. 왜냐고요? 통증은 우리 몸이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 주기 위한 위험 신호이기 때문이죠.
통증은 왜 생기는 걸까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대부분 통증의 원인은 염증반응입니다. 그렇다면 염증반응은 어떻게 일어나는 걸까요? 염증반응은 회복 반응 중 하나입니다. 우리 몸이 외부에서 충격을 받아 손상된 조직을 복구시킬 때 염증반응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또한 외부에서 균, 바이러스, 독성물질 등이 들어오면 이를 이겨내기 위해 염증반응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통증이 느껴지거나 열이 나는 것은 부수적인 효과이죠. ‘진화론적으로 볼 때 염증으로 인해 열, 통증이 생기는 것은 그로 인해 움직이지 못하고 쉬게끔 하여 회복을 촉진하기 위함이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일리가 있는 말입니다.
이렇듯 염증, 통증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반응들이지만, 요즘은 여기저기서 '항염이 건강의 핵심이고 통증을 잡아야 한다.'라는 식의 말씀들을 많이 하시는 거 같습니다. 정상적으로 우리 몸이 회복을 위해 염증반응을 준비하고 있는데 항염제, 소염진통제 등으로 그 불을 꺼뜨려버리면, 당장은 편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몸에 좋지 않을 수 있습니다. 우리 몸에 정상적으로 회복할 시간을 주지 않으면 같은 증상이 자주 재발하거나, 완전히 괜찮아지지 않고 약한 증상이 꾸준히 반복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 내 몸에 염증반응이 일어나고 있는데 아무것도 하지 무조건 않는 것이 낫다는 소리일까요? 물론 그렇지는 않습니다. 적당한 수준의 염증반응은 일부러 억제할 필요가 없지만, 조절되지 않는 과도한 염증반응은 분명 내 몸에 해를 끼칩니다. 핵심은 바로 ‘조절되지 않는 과도한 염증반응’ 우리가 경계하고 주의해야 할 부분은 바로 이 포인트입니다.
조절되지 않는 염증반응은 왜 생기는 걸까요? 그리고 조절되지 않는 염증반응을 방치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하나씩 찾아보려고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끊임없이 공부하고, 끊임없이 소통하려 합니다. 이 칼럼이 여러분들과 소통할 수 있는 하나의 이정표이자 시작점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