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많이 처방되는 약 중에 딸기약이라고 불리는 약이 있습니다. 주로 콧물, 코막힘 증상에 사용하는 약인데요. 아이들의 감기에는 콧물, 코막힘 증상이 생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많이 사용되고 있는 약입니다. 이 약은 색깔 못지않게 맛도 달달하고 좋은 편이어서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매우 많은데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약을 단순히 맛 때문에 처방을 하지는 않지요. 의사 선생님들은 환자의 증상에 맞게 약을 처방하시기 때문에 이 딸기약이 들어갈 수도 있고, 들어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엄마 오늘 딸기약 나왔어?"
"아니 오늘은 없네~?"
"힝 그럼 나 약 안 먹어!"
저희 약국에서는 이러한 아이와 어머니의 대화가 하루에도 몇 번씩 일어나곤 합니다.
하지만 얼마 전에 있었던 일은 조금 제 기억에 강렬하게 남아서 오늘 이야기해 드리려 하는데요. 5살짜리 꼬마 아가씨와 10살 정도 되어 보이는 오빠가 손을 잡고 약국에 들어옵니다. 보통은 보호자 없이 이런 어린이가 둘이서 약국에 들어오는 경우는 흔치 않은데, 보호자 께서는 차를 빼러 가신 건지 들어오지 않으셨습니다.
처방전을 보았을 때는 가벼운 기관지 염증 때문에 가래를 녹이는 약, 가벼운 염증에 쓰이는 약 정도가 처방이 되었네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딸기약은 처방이 되지 않았습니다.
약이 다 조제되고 이름을 호명하니 아이와 오빠가 함께 손을 잡고 투약대 앞으로 오네요. 간단한 약이라 특별한 복약지도는 없긴 했지만, 그래도 보호자가 계신다면 보호자께 복약을 하는 것이 더 맞기 때문에 오빠에게 물어봅니다.
"어머님이나 아버님은 같이 안 오셨어요?"
"네 아빠가 지금 차 빼러 가셨어요. 약은 그냥 저한테 설명해 주시면 돼요."
10살 정도밖에 되어 보이지 않는데 참 야무진 오빠였습니다. 사건은 약에 대해서 복약지도를 마치고 난 다음 계산을 하려고 할 때 발생했습니다. 그동안 조용히 있던 동생이 갑자기 입을 여네요
"근데~ 오빠~ 여기 딸기약 들어있어?"
딸기약을 좋아하는 아이군요. 저는 속으로 흐뭇하게 웃으며 오빠가 어떤 대답을 할지 기다렸습니다.
"응. 딸기약 들었어. 그렇죠 선생님?"
이런 뜬금없이 저한테 공이 날아왔네요. 순간 3초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약사로서 거짓말을 해야 할까? 아니면 오빠의 마음을 헤아려서 선의의 거짓말(?)을 해야 할지 엄청난 고민을 했습니다. 결국은 오빠의 마음을 헤아려서 거짓말을 했습니다.
"네~ 딸기약 들어있어요. 그러니까 우리 친구 약 잘 먹어야 해요. 알겠죠?"
"들었지? 약 잘 먹어야 해. 이제 아빠한테 가자."
훈훈하게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부디 저 어린 동생이 약을 잘 먹고 빨리 낫길 바라고 있었는데, 나가면서 동생이 오빠에게 한마디를 하네요
"피- 딸기약 안 들어간 거 다 안다 뭐."
제가 약사의 양심(?)을 버려가면서 까지 한 거짓말이 아무 의미가 없었네요. 동생도 오빠도 참 어른스러웠습니다. 다음번에는 부디 딸기약을 받아갈 수 있기를 기도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