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적으면 발전하기 어렵겠더라

오랜만이구나. 오래 산 것은 아니지만 세상은 단편적이지 않고 다층적이며 어느 명제로 확실히 정의 내릴 수 있는 것도 아닌 복잡다단한 것이구나 느끼는 요즘이란다. 다들 그저 종이 한 장 차이인 일일 뿐인거지. 게으른 아비가 어느 세월에 할지는 모를 일이지만, 이런 종이 한 장 차이인 여러 일들에 관해서 너에게 이야기해주고 싶구나.

오늘은 진상이 되지 못한 아비의 상념이다. 아비는 늘 좋은 게 좋은 거라 생각하며 살아왔단다. 내가 조금 손해를 보는 게, 사회생활의 계산기를 두드려 최종적으로 ' = '을 눌렀을 때 가장 손실이 적은 거라고 말이다. 늘 그렇게 살아왔던 거 같구나. 앞서 말한 '화'는 '화난다'의 화가 아니라 불편함에서 오는 감정의 변화와 그에 대한 표현에 가깝단다. 아비는 항상 그럴 수도 있지 생각하며 살았지. 이제는 사용하지 않으면 잊어버리는, 기계의 어떤 한 기능처럼 이젠 그걸 어떻게 써야 하는지 떠올려야 한단다.

부족한 것에 분노해야 바뀌는 것들이 많단다. 세상을 살면서 구성원들 혹은 타인에게 나의 의견을 이야기하는 것은 남에게 상처 줄 준비를 기반으로 한 일이란다. 그것이 의도건 의도치 않건간에 그 각오가 없다면 '나로부터의 의견'은 존재하지 않지. 이 아비는 그 각오를 다지는 것이 때로는 너무 힘들고 어려운 일이었단다. 그래서 아비는 화를 잘 내지 않았단다. 그래서 불편함도 많이 느끼지 못했지.

그러나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발전할 기회를 놓치는 것이기도 한단다. 저 사람에게 이러 이런 일이 있으려니 생각하며 내가 좋게 좋게 넘어가려 했던 것은 어쩌면 내게 이러이러한 문제가 있음을 진단하지 못하게 한 하나의 방해물이기도 했구나 싶단다. 불편함을 줄여나가는 삶을 희망한다면, '화'를 인지하고 그것을 '의견'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단다. 

더 나아가 부족한 자신을 명민하게 읽을 수 있어야 한단다. 부족한 것에 분노해야 바뀌는 것들에는 나 자신도 포함되어 있지. 지혜로운 진상이 되었으면 하는구나. 내 주변을 변화하는 진상이 될 것인지, 나를 바꾸는 진상이 될지 같이 '화'내보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