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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말 Apr 19. 2020

소선 대악 대선 비정(19)

매일이 마음 아픈 날이었던. 그런 날이 있었습니다. 가시지 않을 것 같았던 먹먹함도 어느 순간에 흐려졌습니다. 흐려졌다고 생각하지만. 제가 생활하면서 취하는 행동들을 돌이켜보면 그동안 알려주신 것들이 뚜렷하게 남아있습니다. 어떻게 빨래를 돌리고, 설거지를 하고 요리를 하는지 생각해보면. 사실 가르쳐주신 것은 아니지만 저에겐 배움으로 남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오늘은 육개장을 먹게 되었습니다. 저는 당신이 끓여준 육개장을 좋아했습니다. 오늘 육개장은 대기업에서 나온 레토르트 육개장이었습니다. 몇 번 끓여서 녹진해진 육개장을 간보다, 문득 우리는 육개장에 계란을 풀어서 먹었구나 생각이 났습니다. 그래서 계란을 풀었습니다.


그 육개장에서는 예전의 맛이 많이 났습니다. 그래서 기분이 싱숭생숭 했습니다. 다시 맛보게 된 그 맛에서 나왔던 기억들이 반가워서 좋기도 하고 내가 잊고 있던 것만 같아서 우울하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생각보다 가까웠던 곳에 있었던 맛에 당황스럽기도 했습니다.


이 맛을 알려야하나 싶었습니다. 알려야 한다면 어떻게 말하는 게 좋을까도 생각을 해보고. 그걸 안다면 그걸 과연 먹을까도 생각을 해보고, 먹는다면 어떤 맘이 들까도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사실 부재를 알고 있지만, 그것을 실감하는 것은 또 다른 체감입니다.


잊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잊고 있었구나 깨닫는 곳이 마음 아픈 곳입니다. 오늘은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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