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기 위해서 있고, 있으므로 잇는
아주 먼 옛날부터 인간이
목적지에 다다르기까지의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만든 고가의 구조물이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여
현재의 '다리'가 되었다고 한다.
우리는 누군가와 누군가 사이의
다리가 되기도 하고,
누군가 놓아준 다리를 건너가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기도 한다.
대부분 다리는
'잇다.'라는 동사의 뜻을 내포하고 있고
이 뜻은 매우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 실제로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왠지 요즘은,
누군가의
다리가 되어주는 것도
다리를 지나는 것도
매우 불편하다.
지날 수 없는 곳을
굳이 지나갈 수 있게 만든
'공중에 떠 있는 좁은 길' 위에서 느끼는
불안감,
마주칠 일 없던
물 위의 시끄럽고
거센 바람을 견뎌내야 하는
피로감을 느낄 때마다
조용하고 자연스러운
대지 위의 넓은 길을 두고
고것 조금 빠르게 가보겠다고
괜한 억지를 부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런데도 다리 위에서
아롱거리는 불빛을 바라볼 때 느끼는
이 편안함은 무엇일까.
잇기 위해서 있고, 있으므로 잇는
이 녀석을 무어라 설명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