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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지 Apr 10. 2020

탕갈루마 리조트 면접

아름다운 호주 섬 모튼섬에서 리조트 취업 면접 보기


 배가 부두에 정박하기 전부터 리조트 직원 몇 명이 사람들을 환영하는 모습이 보였다. 나중에 그게 내가 해야 할 업무들 중 하나라는 것을 그때는 전혀 알지 못한 채.

 배에서 내린 후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하는지 모르는 나를 팀은 친절히 데려다주었다. 메인 건물 안에 리셉션이 있고 그 바로 옆에는 투어데스크라고 적힌 곳이 보였다. 일단 리셉션으로 가서 오늘 Korean Guest Liasion 면접을 보러 온 누구라고 얘기하니 투어데스크 쪽에 계셨던 게스트 서비스 매니저님께서 내쪽으로 걸어오셨다. 이메일을 주고받을 때 왠지 한국인이실 것 같은 성을 쓰셔서 긴가민가 했는데 팀에 의하면 원래는 한국인이 맞으시지만 그곳에서 벌써 6년째 일하며 매니저라는 지위까지 올라가신 분이라는 말에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매니저님께서 내게 몇 가지 질문들이 적힌 종이를 건네시며 지금은 바빠서 이따 한 시에 면접을 진행할 테니 질문에 대한 답을 적어서 투어데스크로 가져오라고 하셨다. 아직 한 시간 반이나 남았으니 시간은 충분했다. 팀은 이따가 수영하러 바다에 갈 건데 같이 가고 싶으면 면접 끝나고 알려달라며 내게 연락처를 알려주고는 자기 숙소로 떠났다. 점심을 먹는 대신에 혼자서 여유롭게 리조트 주변을 걸으며 이곳에서 살면서 일하는 건 어떨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배가 불러왔다. 면접을 볼 때까지 여유롭다고 생각했던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다.
 
 한시에 다시 매니저님을 찾아가니 투어데스크와 리셉션 바로 앞쪽에 있는 카페에서 면접을 보자고 하셨다. 매니저님께서 말씀하시지는 않아도 원래는 한국인이신걸 미리 알게 된 덕분에 긴장은 덜되었지만 30분간의 면접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영어로 진행되었다.  
 면접 용지에 기재된 기본 질문들(인적 사항, 이전 경력이나 경험들, 지원하게 된 동기, 비자에 대한 사항, 긴급 연락처 등등)을 먼저 물으시고 그다음으로는 내가 제출했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에 기재된 내용들을 바탕으로 더 심도 있는 질문들을 하셨다. 특히 기억에 남는 질문은, ‘한국에서 했던 일이 가르치는 일인데 게스트 서비스와 관련된 일은 처음이 아닌가? 여기서 하게 될 일이 무엇인지 아는가? 여기서 일하게 된다면 어떤 자세와 태도를 가지고 일을 하고 싶은가?’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Liasion이라는 일은 내가 지원한 탕갈루마 구인공고를 보고 처음 알았기 때문에 이 일이 정확히 무슨 일을 어떻게 하는 건지에 대한 개념이 분명하게 와 닿지가 않았다. 그래서 구인 공고에 나와있는 역할 그대로 대답하면서도 아직 정확하게 알지는 못한다고 솔직하게 말씀드리고, 그 일을 할 수 있게 되면 최대한 빠르고 정확하게 업무를 익혀 게스트와 부서를 위해 도움이 되고 싶다고도 덧붙여 말했다.
 이러한 질문들에 순간순간 당황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력서랑 자기소개서를 탄탄하고 스스로 자신 있게 준비한 덕분에 내 주관적으로 면접은 생각했던 것보다 무난하고 매끄럽게 진행될 수 있었다.
 
 정확히 언제라고는 안 하셨지만 차후에 면접 결과를 전화로 알려주신다는 말씀을 들으며 면접이 끝났다. 잘했는지 못했는지 내가 나를 평가할 수는 없지만 이 모든 과정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했기에 어쨌든 결과와 상관없이 후회나 미련은 전혀 없을 것 같았다. 지금까지 살면서 했던 값진 경험들이나 그 덕분에 느끼고 배운 것들을 토대로 전혀 가식이나 꾸밈없이 나라는 사람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었던 기회. 매니저님께서도 내 진심과 열의를 느끼실 수 있었다면 좋은 결과가 있겠지만 혹시 그렇지 않더라도 여기까지 오기 위해 쏟아부었던 내 노력과 열정은 그 자체로도 나에게 의미가 크니까 실망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면접이 끝나고 비로소 마음이 후련해져서인지 기분이 날아갈 듯이 좋았다. 리셉션 뒤쪽 화장실에 들렀다가 어떤 중년의 여성 한분과 마주치고는 먼저 밝게 인사를 건넸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분이 사실은 탕갈루마 리조트의 호텔 매니저 직급에 계신 꽤나 높은 분이셨는데, 내가 그렇게 인사를 하고 떠난 뒤에 매니저님께 오셔서는 나에 대해 좋게 말씀해 주셨다고 한다. 그분이 높은 지위에 계신 분이라는 사실도 전혀 몰랐고 단지 내가 늘 하던 대로 인사를 잘했을 뿐이었는데 뜻하지 않게 플러스 요인이 되었다. 인사 잘해서 손해 보는 것 없다며 밝은 인사가 얼마나 중요한지 나와 동생이 어릴 때부터 누누이 강조하셨던 부모님의 말씀이 옳다는 또 하나의 예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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