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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지 Jul 26. 2020

나를 나답게 해주는 것

 우리들은 모두 맨몸으로 이 세상에 와서 다른 사람들과 섞여 살다가 다시 맨몸으로 떠나간다. 태어난 그 순간부터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고 가족이든 친구들이든 내가 마주치는 사람들과 자연스레 어우러지는 법을 배우며 그렇게 살아간다. 나라는 사람이 지닌 고유한 성향이나 본질은 있되 살면서 내가 마주치는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의식 중이든 무의식 중이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수십 억 인구가 나와 함께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만큼 짧지도 길지도 않은 내 인생 속에 나는 지금까지 수많은 곳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왔고 지금도 끊임없이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있고 또 앞으로도 또 계속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나를 나답게 해주는 것이 무엇인가를 떠올릴 때 흔히 ‘나’에 연관된 것들이 먼저 떠오르는 게 일반적이지만 역설적으로 나는 내가 아닌 ‘남’들이 떠올랐다. 그동안의 내 경험으로 비추어 봤을 때 내가 지금의 내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나 자신이 애초에 원래부터 그런 사람이어서였다기보다는 내가 만나고 함께 했던 사람들로부터 지금까지 계속 영향을 받아왔기 때문이라는 걸 한 해 한 해 나이가 들수록 더 실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께서 내게 자주 해주셨던 말씀들, 예를 들면 ‘너 자신 스스로가 타인의 진가를 진심으로 알아볼 줄 아는 좋은 사람이면 마찬가지로 너의 진가를 알아봐 주는 좋은 사람들을 마주하게 될 거야.’ 라던가 ‘살아가면서 과거에 지나치게 묶여 후회하거나 미래를 지나치게 앞서 걱정하지 말고 현재에 충실하고 감사한 마음을 지닌다면 진정한 행복이 뭔지를 더 잘 느낄 수 있을 거야.’ 등등, 항상 자주 들어온 말이라 너무 익숙해져 버렸지만 문득 나는 정말 그렇게 살아가고 있구나라는 걸 자각하는 순간이 일상생활 속에서도 빈번하게 있다. 내가 하는 행동들이나 나의 태도 역시 다른 사람들의 말뿐만 아니라 행동을 통해서 영향을 많이 받는다. 1년이라는 시간 동안 혼자 유럽 여기저기를 방랑하며 다닐 때 운 좋게 각 나라별 현지 사람들과 친해져서 그 친구들 집에서 여럿이 함께 지낸 적도 있다.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지내다 보면서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배려하고 존중해야 하는지를 직접 부대끼며 몸소 느끼고 배웠다. 남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를 통해 나 역시 남들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를 더 잘 알게 되고 여러 사람들과 함께 그렇게 긍정적인 순환고리가 반복되는 과정 속에서 남들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만큼 나 스스로를 진심으로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는 방법과 그것의 중요성을 터득할 수 있었던 거라고 생각한다.  


  어릴 때부터 가족들이 나를 달이라 불러서인지 왠지 모르게 달이라는 대상에 내가 이입되는 게 친근하다. 깜깜한 밤하늘에 밝게 빛나는 달을 보며 아름답다고들 하지만 사실 달은 스스로 빛을 낼 수 있는 게 아니라 태양 빛을 반사하기 때문에 우리 눈에 아름답게 보일 수가 있다. 이런 달과 마찬가지로 나라는 존재 역시 나답게 빛이 날 수 있는 건 결코 나 혼자서만 가능한 게 아니라 내가 지닌 나만의 가치나 진가를 진심으로 있는 그대로 알아봐 주는 다른 사람들이 이 세상에 나와 함께 존재하는 덕분이다. 나의 본성 자체가 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자신은 누구나 거울과도 같아서 누구를 만나고 어떻게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그때그때 ‘나다움’이라는 건 달라질 수도 있다. 지금의 내가 나로서 진심으로 좋고 사랑스러운 이유는 나라는 거울에 비친 사람들이 그만큼 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많이 주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잘 안다. 그래서 앞으로도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마음이 정말 순수하고 진정성이 느껴지는 사람들을 더욱더 많이 만나보고 싶다. 때로는 그런 사람들을 통해 내가 은은하게 나로서 더 빛이 날 수 있게, 또 때로는 태양 빛의 역할이 그러하듯 내 존재로 인해 다른 사람들이 더 밝게 빛날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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