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5일. 석양 그리고 모기떼
6nights/7 days trip by jeep/ by Khongor guest house
Day 1. Erdenedalai village
Day 2. Drive to Bayanzag-Flaming Cliffs.
Day 3. Khongor Sand Dune.
Day 4. Drive to Yol Valley (욜링암)
Day 5. Tsagaan suvarga (white stupa)
Day 6. Barbecue Party at Ger camp (Horqhog)
Day 7. Baga Gazariin Chuluu –Rock Formations
road memo. 추워서 뒤척인 지난밤. 그래도 아침에 나시와 바지를 강행하기로 한다. 푸세식 화장실은 밤보다 아침 냄새가 더 지독하다. 누군가 들어갔다 나오면 온 사방에 냄새가 진동을 하는데, 나도 들어갔다 나오니 옷에서 가시질 않고 있다. 일교차가 매우 크니 나시부터 한겨울 옷까지 챙기는 건 정말 필수겠다. 춥다고 껴입고 출발한 일행 모두 출발하자마자 벗어젖히고 있다.
어제의 구름은 다 어디로 간 거지? 하늘이, 그 넓은 하늘이 모두 그저 하늘빛. 이런 걸 보고 진짜 파아란 하늘이라고 할 것 같다.
아침에 마시는 홍차가 쌀쌀한 새벽 기운에 원기를 더해준다. 아직도 으슬거리는 몸에 녹아 들어가던 홍차의 따뜻함이 느껴진다. 든든히 먹고 푸르공에 다시 올라탄다. 덜컹거림에 익숙해지고 있다. 들판에 펼쳐진 보랏빛, 연분홍빛 야생화가 정말 예쁘다.
지나가다 한두 개씩 보이는 집에서 집을 지키는 모냥인지 차보다 빠르게 달려와 앞을 막기도 하고 뒤를 쫓기도 하며 짖어대는 개. 쫓기는 입장이지만 그런 나조차도 든든하다. 작은 몸짓에 군용 차량을 맞서는 그 용맹함은 일위다.
바양작으로 가는 길, 190km 남았다. 목이 맵다. 이제는 길이 부드러워 지면 이상해서 앞뒤를 둘러볼 정도이다. 그만큼 덜컹거림에 익숙해진 우리들, 아직 2/7도 안 왔다. "In the jungle the mighty jungle the lion sleeps tonight~" 노래가 생각나 흥얼거린다. 다 함께 아는 가사까지 짧은 합창. 그 뒤로 한참이나 계속되는 애니 주제가(主題歌) 수다
점심 먹으러 내린 어느 한 마을. 호쇼르(양고기 튀김만두)를 주문하자 양고기를 썰고, 반죽을 하기 시작한다. 시원한 콜라 한잔 하면서 금세 동네 한바퀴. 슈퍼마켓에 들렀다. 30분이 지났을까 한참 동안 여유를 즐기고 있는 도중 갓 튀긴 호쇼르가 인당 4개씩 나온다. 기름은 많지만 특유의 간장 소스에 찍어 먹으니 쫄깃한 군만두! 다 먹고 드디어 큰 말이 찾아와 나무화장실로 돌진한다.
어느새 다시 들판 위. 높은 고도의 지형에 있는지 저 멀리 보이는 들판은 우리와 다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 순간 저 반대편과 이곳이 마주한 절벽처럼 보인다. 한번 착시가 들자 바짝 긴장이 될 정도로 절벽 위를 달리는 것 같다. 단지 아주 멀리, 정말 아주 멀리 있는 들판, 혹은 초원이지만 흡사 아프리카 초원을 떠올려 모험 가득한 사파리를 하는 기분. 절벽 위 푸른 초원을 달리는 듯.
멀리서 아지랑이가 인다. 아지랑이가 아닌가? 눈앞에 보이는 어떤 것도 계속 눈을 비비고 보게 되는 신비한 초원. 까마득한 앞에 얇고 긴 붉은 벽돌이 둥둥 떠있다. 신기루는 아니겠지. 가까이, 더 가까이 갈수록 얇디 얇은 실 같던 붉은 벽돌들이 웅장한 절벽으로 커져간다.
그런데 이번에는 오른쪽 앞, 역시 까마득한 1시 방향에 수백만 마리의 낙타인지 말이 달리고 있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눈을 계속 비비게 된다. 역광으로 보이는 수없는 말과 낙타 같은 동물의 형체가 초원을 아주 아주 가득 차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차가 전복될까 두렵기까지 하다. 5분 정도 달렸을까. 듬성듬성 난 조금 키 큰 수풀더미들이 가득한 지형이었다. 저 멀리서는 한 줄로 겹쳐 보이던 수천 개의 수풀이 차가 달림에 따라 겹쳐지나 가며 앞으로 달리는 수천 마리 말 무리처럼 보였던 것이다. 가까워지니 차의 양 옆으로 쫙, 펼쳐진다. 사막이 보여주는 신기루, 맞다.
모래가 붉다. 아주 멀리 있는 듯한, 산처럼 보이는 언덕이 많다. 이제야 좀 사막 같다. 차의 움직임도 바뀌었다. 단순히 덜컹거리며 좌우로 꼬불꼬불거렸던 길이 조금 더 포디(4D) 의자에 앉은 듯 위아래 양옆을 모두 오간다. 굴곡이 심하다. 그리고 언제부터인지 아까 붉은 절벽이 보이던 순간부터였는지 무협지 영화처럼 퍼지던 라디오 음악이 안 들린다. 사막의 풍경은 자연스레 바뀐다. 이젠 연둣빛, 풀빛 초원도, 붉은빛, 검은 빛 모래언덕도 아니다. 아주 짙은, 잿빛의 녹색 풀밭이다. 모내기를 할 때의 모만큼 작은 풀부터, 고슴도치 모양을 한 사이즈 제각각의 수풀까지 모두 황갈색 사막의 모래를 뚫고 나와 두덮고 있다.
아까 마을에서 한두 점씩 보이던 구름이 점점 모습을 드러낸다. 하지만 모두 저~ 멀리에서 가까이 올 생각이 없어 보인다.
11시 방향은 진한 주황빛의 모래, 1시 방향은 매우 짙은 초록 풀 같은 것이 놓여 있다. 우린 풀 쪽으로 꺾었다. 바닥은 진짜 모든 생명이 살아남지 못해 보이는 쩍쩍 갈라진 바닥. 풀은 높다. 가이드가 갈라진 바닥은 초원의 바닥보다 더 메마른 듯해 보이지만, 수분이 더 많아서 그렇다고 설명해줬다. 그러고 보니 주변에 키 작은 나무와 키 큰 풀들이 가득 자라 있다.
벗어나니 엄청난 양과 염소가 길을 점령했다. 그 넓은 땅에 울타리도 처져 있다.
달리고 달려 작은 호수를 끼고 있는 게르 마을에 왔다. 바양작과 가까운 마을(마을이라고 해봤자 게르 8~10개 뿐) 호수에 흰 큰 새도 있다. 처음 보는 새. 작은 마을이지만, 드넓은 곳에 딱 게르 몇 채 놓여있으니 어제보다 더 좋아, 구경 좀 하다가 한참을 그냥 바닥에 앉아 저 멀리를 넉놓고 바라보았다. 아니 바라보고 있지도 않았다. 그냥 바람만 느낀다. 정말 좋다.
화장실이 급하다. 마을분에게 물어보자 손으로 가르치는 저 멀리. 이상한 판자 하나가 있다. 아, 그냥 판자 뒤에 가서 볼일을 보는구나. 천천히 걸어간다. 가까이 다가가니 나무판자가 입체였다. 다름 아니라 판자로 만든 육면체 화장실이다. 신기해서 사진을 찍는다. 앞으로 가장 친해지게 될 걸 생각하지 못한 채. 주변에는 구덩이를 파서 나왔을 법한 흙이 널브러져 있다.
옆집에서 소리가 들린다. "모기한테 유목당하는 것 같아." 그만큼 바양작에는 화장실에도, 게르 안팎으로도 모기 천지다. 수천 마리의 모기떼에게 당하는 유목은 밤이 될수록 심해진다. 모기가 천지. 손만 휘두르면 덜컥 덜컥 월척이다.
스파게티를 넘기고 바양작을 찾았다. 석양의 빛이 적셔놓은 붉은 모래. 조화가 대단하다. 빛을 등지고 넓게 펼쳐진 바양작에 넋을 잃는다. 보다 많은 관광객이 몰린다. 더, 더 멀리 탐험하는 사람들과는 달리, 가장 높아 보이는 지점에 자리를 튼다. 더 오랫동안 저 석양을 눈에 담아가리.
눈이 부시다. 다들 선글라스를 힐끔힐끔 벗는다. 맨 눈으로 보는 그 아름다운 색에 감탄하다가, 실명될 듯한 쨍함에 다시 치켜끼고를 반복한다. 태양이 계속 붉어지며 떨어진다. 사방으로 고개를 돌려도, 뒤를 돌아보아도 장애물 하나 없다. 시야가 더 넓었으면 좋겠다. 광활한 이곳을 더 광활하게 담고 싶다. 눈도 담아내지 못하는 대지를 카메라는 일할도 담지 못함에 탄식한다. 진한 하늘을 담으려면 태양이 보이지 않고, 붉은 태양을 담으려면 하늘이 하얘진다. 근사치에 접근하지도 못하는 카메라가 미워 죽겠다. 자연 앞에 무너지는 기술이란, 혼자 가득한 파란색 하늘, 붉디붉은 땅, 그리고 붉은 땅을 더 태우는 태양, 고개를 돌려도 끊기지 않는 이 세 가지. 마음에 품는다.
수천 마리의 모기떼와 함께 샤워를 마치고 게르로 달려간다. 달려가다 아, 어제는 별을 안 봤잖아, 혹시 있을까? 무심코 쳐다본 밤하늘... 아... 14살 인도 사막에서 잠들지 못했던 밤하늘, 이 아니라 별 하늘이 겹쳐온다. 별빛으로 빨려 들어간 듯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정신을 차려보니 수십 마리가 이미 공격 중이다. 그래도 별에 한눈이 팔려 모기떼에는 신경조차(조금) 안 쓰인다. 별똥별을 찾으며, 은하수를 따라가며 흥에 겨워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