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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도경 Jan 09. 2019

글 쓰는 것은 언제나 두렵다.

다 알면서도 겁이 나고 무서운 것은 어쩔 수가 없다만.

난 항상 글욕심이 있었다. 책을 읽고, 공책에 아무말이나 끄적끄적 쓰고, 명언을 수백개나 찾아 적어보기도 했다.

그렇게 글과 관련된 무언가를 늘 해왔지만 딱히 실력이 느는 건 없었다.

생각해보면 글욕심만 있었지 제대로 글을 써 본적도 없었다.


마음은 이미 헤밍웨이였지만 내 손은 제대로 쓰는 것 없는 그냥 손일 뿐이었다.

헤밍웨이는 처음 쓰여진 모든 글은 걸레라고 했다.

그래서 자신이 쓰는 초고도 걸레이기에 그냥 생각나는데로 편하게 쓰고 수십번을 고친다고 했다.

안다. 알아. 헤밍웨이가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말했다.


글을 쓰는 것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많이 써야 늘고, 우선은 써야한다. 무엇이라도 꾸준히 쓰면 늘게 되어있다.

일기 쓰듯 편하게 쓰는 것부터 시작하자.

한참 시간이 흘러 그 글을 다시 봐라 그럼 고칠 점이 보인다. 그때 천천히 고쳐봐라

그 다음은 글을 쓸 때 구조를 미리 그려봐라.

어떻게 시작해서 마무리는 어떻게 쓸건지 미리 기획하고 글을 써라

안다. 알아. 하지만 그 일기 쓰듯 편하게 쓰는 것부터가 어렵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뭐가 그리 어려운걸까? 정말 그냥 쓰는 것일 뿐인데.

무슨 글을 써야할지 모르겠다. 내가 잘 쓰고 있는지 모르겠다.

한창 쓰다보면 결론적으로 무슨 말이 하고 싶은지 나도 모르겠다.

저 사람은 글을 참 잘 쓰는데 내가 쓴 글은 촌스럽다. 창피하다. 아무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다.

나에게 조차 보여주기 두렵다.


두렵다. 어렵다보단 무섭고 두려운 것이 글쓰기인 것 같다.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몰라 쓸 말이 없는 나 자신을 알게 되는 것이 두렵고,

저 사람은 글을 참 잘 쓰는데 나는 이렇게 밖에 못쓰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 두렵고,

내 글을 보고 놀릴 것 같은, 냉소를 보낼 것 같은 사람들의 시선이 두렵다.

아, 글쓰기는 모자란 내 자신을 알려주는 일이라 두려운 일이구나.


하지만 나는 누군가의 글을 보고 글 참 못쓰네 라고 생각해본 적은 많이 없다.

글 참 예쁘게 쓴다고 생각하고, 읽는 것만으로 가슴이 먹먹해지고 눈시울이 붉어진 적은 있어도

인터넷에서, 브런치에서 어떤 글을 보고 글 못쓴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사실 알고보면 내 글도 누군가에겐 그렇게 보일까?

내가 글을 참 잘 쓴다고 생각한 사람도 사실 나처럼 글을 쓰면서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면 한편으론 마음이 편해진다.


글 쓰는 일은 언제나 두렵고 힘들다.

지금도 이 짧은 글을 쓰며 몇번을 지웠다 쓰고, 가슴이 콩닥콩닥 별 생각을 다하며 쓰고 있다.

과장된 욕심과 내 능력 이상을 꿈꾸며 쓰고 있어 더욱 그런가보다.

아직 쓰고 있고 발행도 안했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조소를 받고 있다


글 쓰는 일은 한참 모자란 나를 보는 거울 같은 일이라 두렵다.

돈을 받는 것도, 누가 평가를 하는 것도, 사실 아무도 안볼 수도 있지만 그래도 겁이 난다.

모두가 말하는 것처럼 쓰다보면 늘겠지, 100까지는 아니더라도 70은 되겠지.

다 알면서도 겁이 나고 무서운 것은 어쩔 수 없다만 그래도 써봐야지

난 아직 제대로 글을 써본 적이 없으니까. 나를 제대로 바라보는 일이니까.


이 글을 읽고, 그리고 글을 쓰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만 꼬리말을 적어주세요.

혹시나, 아주 혹시나 있을지도 모를 제 글이 잘 썼다는 그런 말은 바라지 않아요.

그런 말은 제게 용기가 되진 않을 것 같아요. 대신 이런 말이면 용기가 될 것 같아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사실 저도 글 쓰는 일이 너무 힘들고 두려워요.’

‘나아지는 것 같진 않지만 예전에 썼던 글을 보니 지금은 참 많이 나아졌다 생각이 들어요.’

‘꾸준히 쓰는 일은 너무 힘들었지만 나중에 꺼내 보니 그래도 후회되는 일은 아니었어요.’

‘쓰세요. 꼭 쓰세요. 저도 쓰고 있는데 쓰는 것만으로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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