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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노미노 Mar 09. 2018

토트넘을 7분 만에 무너뜨린 비결은 '측면'에 있었다

알레그리의 도박이 통한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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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은 '중앙 지향적'인 공격을 즐겨하는 팀입니다. 기본적으로 공격진의 포지셔닝 자체가 중앙에 쏠려있는데요.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측면 공격수로 출전하는 손흥민과 에릭센이 중앙으로 최대한 움직여 중앙 공격숫자를 늘려준다는 겁니다. 측면 공격수들의 움직임을 통해 케인과 알리, 손흥민, 에릭센으로 이어지는 4명의 공격진이 중앙에 모여있는 형태가 만들어지는 것이죠.


그리고 토트넘은 공격수가 밀집해 있는 상황을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공격진이 모여있는 중앙 지역으로 패스를 집중시키는 겁니다. 기본적으로 중앙 지역에 공격숫자가 워낙 많기 때문에, 이 지역으로 볼이 투입되면 토트넘 공격수들이 상대 수비수보다 '수적우위'에 있는 상황이 심심찮게 일어나죠.




(토트넘의 좌우 측면 공격수는 중앙으로 움직여 중앙숫자를 늘려줍니다)



(경기를 보면 토트넘의 4명의 공격수가 뭉쳐있는 것을 볼 수가 있죠)



따라서 토트넘은 상대 수비가 밀집해 있어도 모험적인 패스를 중앙에 보내주고, 공격진이 상대 수비와의 볼경합을 이겨내는 방식으로 공격을 전개할 때가 많습니다. 굉장히 무모해 보이지만, 최근 토트넘 공격수들의 폼이 워낙 좋기 때문에 상대 수비수와 볼경합을 이겨내고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어 내고 있죠.


유벤투스 또한 지난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서 토트넘의 이런 공격방법에 굉장히 고전했습니다. 일단 팀 에너지 자체에서 굉장히 밀리는 모습을 보여줬고, 중앙에 토트넘 공격수들이 많다보니 유벤투스 수비진이 토트넘 공격수들을 놓치는 상황이 자주 발생했죠.


결국 토트넘 공격수들이 유벤투스 중앙 수비지역에서 쉽게 볼을 잡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토트넘은 선수들이 모여있는 중앙으로 과감하게 볼을 전달합니다)


(16강 1차전 패스맵. 토트넘의 공격수들이 중앙에 모여있는 것을 볼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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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유벤투스는 이번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토트넘의 중앙지향적인 공격작업을 견제하기 위한 전략을 들고 나왔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바르잘리측면 수비수로 기용한 것이죠. 전문 측면 수비수인 데실리오가 부상으로 경기에 출전하지 못 하기도 했지만, 바르잘리를 측면에 기용하는 것은 유벤투스가 중앙 수비 지역을 강화할 때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바르잘리는 측면 수비수로 출전하지만, 중앙으로 상당히 치우쳐서 플레이합니다. 페널티박스 중앙 지역의 공간을 최대한 좁혀주는 것이죠. 특히 측면 공격수가 중앙으로 많이 움직이는 팀을 상대할 때, 중앙에서 공간을 내주지 않기 위해 중앙 수비수처럼 플레이합니다. 결국 유벤투스 수비진은 바르잘리의 움직임에 따라 4백과 3백을 혼용하는 모습을 보여주게 되죠.



(바르잘리는 측면 수비수로 기용되었지만, 중앙으로 움직이는 빈도가 높습니다)



이 때, 문제는 측면 수비수로 출전한 바르잘리가 중앙으로 이동하는 만큼 측면 공간이 발생한다는 겁니다. 측면 수비수가 중앙으로 치우쳐 플레이하기 때문에 생기는 어쩔 수 없는 리스크죠. 이번 경기에서도 바르잘리가 워낙 중앙에 쏠려있다보니, 순간적으로 손흥민이 측면으로 넓게 움직이면 너무 쉽게 공간을 허용했습니다.



(바르잘리(파란색)가 중앙에 있다보니, 손흥민(빨간색)이 측면으로 움직일 때 충분한 공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




이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바르잘리 앞에 위치하는 윙어의 수비가담이 굉장히 중요해집니다. 이번 경기에는 더글라스 코스타의 역할이었죠. 더글라스 코스타는 공격상황에서 최전방에 있다가도, 수비상황에서는 마치 윙백처럼 내려와 수비에 적극적으로 가담해주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바르잘리가 중앙으로 많이 움직였기 때문에, 더글라스 코스타가 수비를 위해 많이 내려왔습니다)



(따라서 중앙에 바르잘리를 포함한 3백이, 좌우 측면에는 더글라스 코스타와 산드로가 위치하는 수비조직이 형성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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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더글라스 코스타가 측면 수비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깁니다. 더글라스 코스타의 수비부담이 많다보니, 당연히 공격적인 플레이에 제한이 생기는 겁니다. 수비를 위해 낮은 위치까지 내려갔기 때문에 더글라스 코스타가 볼을 잡는 위치 자체가 상당히 낮았고, 그만큼 측면 돌파의 위력은 감소했습니다.


결국 중앙 수비의 강화를 위해 바르잘리가 중앙으로 움직이고, 그만큼 측면 수비의 커버를 위해 더글라스 코스타의 수비가담이 필요해지는 연쇄작용에 의해 유벤투스의 오른쪽 측면 공격은 다소 힘을 잃게 된 것이죠.



(더글라스 코스타는 수비에 많이 가담했기 때문에 볼을 잡는 위치는 아주 낮았습니다. 그 결과 드리블의 위력은 떨어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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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유벤투스의 왼쪽 측면 또한 공격적으로 많은 문제가 있었습니다. 유벤투스의 왼쪽 측면은 마투이디산드로가 담당했는데, 사실상 왼쪽 측면을 공격할 선수가 없었죠.


먼저 마투이디의 역할은 중원싸움에 도움을 주면서 때때로 측면을 수비적으로 커버하는 역할이었는데, 중원과 측면을 오가며 수비적인 도움을 주는 것이 주된 역할이다보니 공격에 참여할 여유가 별로 없었습니다. 산드로 또한 유벤투스의 공격기회가 적다보니 공격에 가담할 기회자체가 적었죠.



(애초에 유벤투스의 전형은 왼쪽 측면 자원이 부재한 상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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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양 측면 공격에 문제가 생기다보니, 유벤투스는 볼을 전진시키지 못 합니다. 최전방에 위치한 이과인디발라에게는 패스가 거의 전달되지 못 했고, 볼이 전진하지 못 하자 후방에서 토트넘의 강한 압박을 계속해서 견뎌내야 하는 상황을 맞이했습니다. 당연히 경기의 주도권은 토트넘에게 넘어갔죠.



(유벤투스가 전진하지 못하다 보니, 토트넘의 강한 압박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토트넘은 유벤투스보다 우월한 기동력으로 볼을 따냈죠)



이런 흐름에서 유벤투스는 실점까지 합니다. 실점 장면도 측면 문제와 관련이 있었는데요. 왼쪽에 전문 측면 자원이  없는 상황에서 마투이디가 측면을 커버하는 역할을 맡다보니, 마투이디가 측면으로 움직이는 과정에서 오히려 중앙에 공간이 생긴 겁니다.


유벤투스는 경기 내내 다소 측면 공격을 포기하더라도 토트넘의 강력한 중앙공격을 막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는데, 아쉽게도 중앙에 공간이 생기며 실점을 허용한 것이죠. 완벽한 실패였고, 굉장히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토트넘의 첫 골 장면. 마투이디가 측면을 커버하는 동안, 중앙에 공간이 생기는 장면이 종종 발생했습니다. 결국 토트넘의 첫 골까지 이어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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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경기가 60분 내내 토트넘의 일방적인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알레그리가 승부수를 띄웁니다. 중앙 미드필더중앙 수비수인 마투이디와 베나티아를 빼고, 좌우 측면 수비수인 아사모아와 리히슈타이너를 투입한 것입니다. 간단하게 보면 중앙 자원을 빼고 측면 자원을 투입한 것이죠.


이 순간부터 유벤투스의 전형은 442로 변합니다. 왼쪽 측면에는 아사모아산드로가, 오른쪽 측면에는 더글라스 코스타리히슈타이너가 위치했습니다.



(알레그리는 두 측면 수비수의 교체로 442 전형으로 변화를 가져갔습니다)



두 선수의 교체로 유벤투스의 경기컨셉은 정반대로 바뀝니다. 교체 이전에는 토트넘의 중앙지향적인 포메이션에 맞서 측면을 다소 포기하더라도 중앙에 선수를 촘촘히 세우는 전략이었다면, 교체 이후에는 측면을 넓게 활용해 토트넘의 밀집된 선수배치를 분산시키는 데 집중한 것이죠.


그리고 단 7분 만에 경기를 뒤집는 데 성공합니다. 유벤투스가 측면을 넓게 활용해 공격을 시작하자,  중앙에 밀집해 있던 토트넘 선수들이 측면으로 끌려나오면서 중앙에 공간이 생긴 것입니다.


유벤투스는 토트넘 중앙에 생긴 공간을 놓치지 않았고, 두 번의 유효슈팅으로 두 골을 만들어 냈습니다.



(유벤투스 첫 골. 측면에서 볼이 올라올 때, 토트넘 수비진이 유벤투스 선수들을 마크하지 못합니다)


(유벤투스 두 번째 골. 유벤투스가 좌우 측면을 넓히자 토트넘 측면 수비수들이 좌우로 넓게 움직였고, 그 사이에 넓은 공간이 만들어졌습니다. 유벤투스는 이것을 놓치지 않았죠)



유벤투스가 중앙에서 측면으로 전술변화를 급격하게 가져가는 상황에서, 토트넘은 유벤투스의 갑작스런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너무나 허무하게 무너져버렸습니다. 반면, 급격한 전술변화에도 곧바로 적응해 좋은 플레이를 펼친 유벤투스 선수단의 우수한 조직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기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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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유벤투스는 경기내내 토트넘에게 주도권을 내주다가 전술변화 한 번으로 경기를 승리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토트넘의 중앙지향적인 공격을 똑같이 중앙에서 맞받아치는 전략은 알레그리 감독이 의도했든 안했든 처참한 실패였지만, 초반 전략의 실패를 과감한 전술변화로 뒤집는 데 성공했네요.


더욱 놀라운 건, 마땅한 공격자원이 없는 상황에서 양 측면 수비수를 투입해 경기를 바꿔놨다는 건데요. 챔피언스리그라는 큰 무대에서 알레그리 감독의  능력이 멋지게 발휘된 순간이 아닐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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