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월스트리트저널(WSJ)의 기사를 하나 가지고 왔습니다.
미국 현지 시각으로 7월 12일에 보도된 'ByteDance Shelved IPO Intentions After Chinese Regulators Warned About Data Security'라는 제목의 기사입니다. WSJ이 단독(WSJ NEWS EXCLUSIVE)이라는 타이틀을 내걸었을 정도로 중요하게 생각한 기사입니다. 미국 유력 매체는 한국 언론에 비해 '단독'이라는 타이틀을 조심스럽게 사용하는 편이죠. 그만큼 중요한 기사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이 기사는 어떤 내용일까요. 바이트댄스라는 기업이 중국 규제당국과 면담을 한 뒤에 미국 증시에 상장(IPO)을 하려던 계획을 접었다는 내용입니다. 바이트댄스라는 기업은 생소할 수 있어도, 이 기업이 운영하는 '틱톡'이라는 동영상 공유 서비스는 다들 한 번쯤 들어봤을 겁니다. 바이트댄스는 장이밍(張一鳴)이라는 사람이 만든 회사입니다. 창업주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중국 기업이고 베이징에 본사가 있습니다.
바이트댄스의 미국 증시 상장 소식이 화제가 된 건 두 가지 이유에서 입니다. 우선 바이트댄스의 어마어마한 기업가치 때문입니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343억달러(약 39조원)입니다. 기업가치는 작년 말 기준으로 1800억달러(약 206조원)에 달합니다. 206조원이 얼마나 큰돈이냐면 네이버와 카카오의 시가총액을 합쳐도 150조원이 안 됩니다. 여기에 현대차를 합쳐야 200조원 정도가 되니까 기업가치만 놓고 보면 '바이트댄스 = 네이버+카카오+현대차'인 셈입니다. 바이트댄스는 미국 증시 상장이 유력했는데 WSJ의 기사대로라면 그 계획이 무산된 겁니다. 당장 돈이 급한 회사는 아니니 당분간은 해외 증시 상장 계획을 접고 상황을 지켜볼 것으로 보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계속된다는 점입니다. 알다시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절 미국과 중국은 경제전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첨예한 갈등을 빚었죠.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갈등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여전히 양측의 골은 깊습니다. 최근에는 중국 정부가 미국 증시 상장을 강행한 '중국판 우버' 디디추싱에 대해 국가안보법 위반을 내세워 강도높은 규제를 가하고 있습니다. 디디추싱은 중국 정부의 경고를 무시하고 뉴욕증시에 상장했는데, 이후 중국 정부는 디디추싱을 국가 차원에서 퇴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아무리 큰 기업이라도 정부의 의중을 거스르면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 있는 게 중국이죠. 중국 정부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아예 중국 인터넷 기업이 해외 증시에 상장하려면 사전에 정부의 심사를 받도록 의무화하는 규정도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미국이나 중국에 살지도 않는데 이런 뉴스는 왜 중요한 걸까요. 돈이 되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 애플이나 구글, 아마존 같은 테크주가 연일 고공행진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중 갈등 탓에 중국 인터넷 기업들의 주가는 지지부진합니다. 바이트댄스의 미국 증시 상장 포기에서 알 수 있듯이 이런 갈등은 현재진행형입니다. 중국 인터넷 기업들로 구성된 항셍테크(HSTECH) 지수는 올해 2월 고점 대비 30% 넘게 떨어진 상태입니다. 이런 상황을 투자의 기회로 여기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중국 인터넷 기업 주가가 실적에 비해 지나치게 낮다고 보고 사들이는 사람이 늘고 있는 거죠. 이들은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언제까지 계속될 수는 없다고 봅니다. 결국 언젠가는 두 나라가 화해하고 손을 잡을 텐데 그렇게 되면 저평가된 중국 인터넷 기업 주가도 미국의 애플이나 구글, 아마존처럼 오를 거라는 겁니다.
판단은 투자자의 몫입니다. 미국과 중국이 서로를 향해 으르렁대는 걸 보면 이런 갈등이 하루아침에 풀리지 않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반대일 수도 있죠. 중요한 건 여러분이 틱톡을 보며 박자를 타는 지금 이 순간에도 틱톡의 매출은 오르고 있고,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