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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자 Jul 21. 2021

예능 보며 투자하기… '재미와 돈' 두 마리 토끼를 잡

'아무튼 출근!'이라는 MBC 예능프로그램을 즐겨봅니다. 연예인이 아닌 평범한 직장인의 일상을 관찰 카메라로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평소에 관심있던 직업이나 직군이 나오면 본방사수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얼마 전에는 SK에너지에서 일하는 김윤종씨의 하루가 방송에 나왔습니다. 김윤종씨는 SK에너지에서 아스팔트 수출을 담당하고 있더군요. 광화문 한복판의 SK 본사 사옥의 쾌적한 근무환경이나 고층빌딩에서 내려다보는 시티뷰가 끝내주게 멋있었습니다.


그런데 제 시선을 사로잡은 건 SK 본사 사옥이 아닌 다른 곳에서의 이야기였습니다. 방송에는 김윤종씨가 업무 미팅을 위해 회사 근처에 있는 해운회사 사무실을 방문하는 모습이 나옵니다. 아스팔트를 수출하려면 선박이 필요하기 때문에 해운회사를 찾은 거죠. 그런데 업무 미팅에서 김윤종씨는 난처한 표정을 여러 번 짓습니다. 김윤종씨가 원하는 만큼의 선박을 제대로 예약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굴지의 대기업인 SK에너지도 필요한 선박을 제때 구하기 힘들 정도로 선박이 부족한 상황이라는 거죠. 이 순간만큼은 SK에너지가 '을', 해운회사가 '갑'이었습니다.


제가 조선업계와 해운업계를 담당하던 2010년대 중반만 해도 굵직한 조선사와 해운사가 잇따라 파산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았습니다. 한진해운 같은 재벌기업 계열의 해운회사가 문 닫는다는 기사를 쓸 정도였죠. 몇 년 만에 방송으로 접한 해운업계의 상황이 상전벽해처럼 느껴진 이유였습니다.


TV 예능프로그램은 재미나 힐링이 목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지만 이따금 중요한 투자 아이디어를 얻거나 경제나 산업의 변화상을 보여주는 경우도 있죠. 이날 방송에 나온 해운회사의 호황도 그중 하나입니다. 이미 주식시장에 눈이 밝은 분들은 HMM 같은 해운회사를 눈여겨봤을 겁니다. 지난해 7월 21일 5000원이었던 HMM 주가는 올해 7월 20일 4만2350원으로 1년 만에 8배 이상 올랐습니다.


주가만 오른 게 아닙니다. HMM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17% 증가한 1조4000억원으로 예상된다고 합니다.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9배 증가했다는 말입니다. 


해운회사의 호황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습니다. 세계 컨테이너선 운임 지표인 '상하이 컨테이너선 운임지수(SCFI)'는 7월 16일 기준으로 4054.42를 기록했는데 2009년 10월 지수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최고 수준입니다. 십수 년 만에 최고의 호황이 도래했다는 말이죠.


일본의 투자은행인 노무라증권은 일본 해운회사인 닛폰유센을 올해 최고의 유망 종목으로 골랐습니다. 닛폰유센의 주가도 1년 전보다 2배 오른 상태입니다. 이미 많이 오른 상태인데도 앞으로 더 오를 거라는 거죠. HMM 같은 해운회사의 주가가 너무 많이 오른 것 아닌지 걱정하는 투자자가 있다면 노무라증권의 보고서가 참고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물론 나라마다, 기업마다 구체적인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히 해운업황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해운회사 주식을 뒤늦게 사는 건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HMM은 집중적인 공매도의 타깃이 되기도 했고,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민영화를 추진하는 변수도 있습니다. 투자에 나서기 전에 이런 여러가지 상황을 따져봐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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