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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자 Jul 27. 2021

최고 투자 전문가의 원픽은 삼성전자가 아닌 달러였다

홍춘욱 박사를 만나다

2019년 출간된 '이웃집 부자들'에 실린 인터뷰 내용을 간추려서 정리한 글입니다.


홍춘욱 박사는 투자 전문가들이 득시글거리는 여의도에서도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최고의 전문가다. 28년차 이코노미스트인 동시에 '50대 사건으로 보는 돈의 역사' '환율의 미래' '밀레니얼 이코노미' '디플레 전쟁' 같은 베스트셀러를 여럿 쓴 작가이기도 하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에서 투자운용팀장을 맡아 수백조원의 돈을 굴려본 적도 있다.


여의도 최고의 투자 전문가라고 하면 세련되고 값비싼 명품 정장을 입고 다닐 것 같지만, 홍춘욱 박사는 오히려 정반대다. 수더분하고 멋쩍게 웃는 얼굴이 더 기억에 남는 인상이다. 


2019년 '이웃집 부자들'이라는 책을 쓰면서 홍춘욱 박사를 몇 차례 만나 인터뷰했다. 이웃집에 사는 평범해 보이는 부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었다. 부자라고 해서 다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으리으리한 집에 사는 건 아니다. 나와 같은 아파트에 살고, 출근길에 엘리베이터를 함께 타는 이웃이 사실은 수십억원의 금융자산을 모은 부자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홍춘욱 박사도 우리 주변의 이웃집 부자 중 한 사람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홍춘욱 박사는 어떻게 돈을 모았을까. 여의도 최고의 투자 전문가가 어떻게, 얼마나 돈을 모았을지 개인적으로도 궁금했다.

홍춘욱 박사는 "흙수저로 태어났다"며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IMF 외환위기 때 부모님의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집안이 다같이 힘들어졌다고 했다. 그때 홍춘욱 박사는 이제 막 증권사에 취직했을 때였다. 13평짜리 아파트에 전세보증금 3000만원을 들고 신혼생활을 시작했다. 언론사에 다니던 부인과 함께 모을 수 있는 한 최대한 저축을 했다고 한다. 그렇게 2억원을 모았고 2004년에 신도시 아파트를 사면서 내집 마련에 성공했다. 내집 마련에 성공한 뒤에도 끝이 아니었다. 대출을 최대한 빨리 갚고 다시 저축에 저축을 거듭해 2007년에는 마포 구축 아파트를 사면서 인서울에 성공했다.


부동산으로도 성공적인 투자를 한 셈이지만, 홍춘욱 박사의 이름을 알린 건 '환(換) 투자'다. 홍 박사는 외환위기 때의 경험을 인터뷰 내내 언급했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환'이 얼마나 중요한 지 깨달았다는 것이다. 2012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로 이직하면서 본격적인 환투자에 나섰다. 기금운용본부 직원은 주식 투자를 못하기 때문에 가지고 있던 시드머니를 달러에 투자한 것이다.


"레버리지는 거의 하지 않습니다. 돈이 생기면 달러를 샀다가 자산이 싸다는 판단이 들면 달러를 팔고 자산을 사는 식으로 투자를 합니다. 투자의 밸런스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자산을 한 군데 올인하지 않고 달러를 유동성처럼 보유하고 있다가 환이 좋을 때 리밸런싱 하는 게 저의 투자 전략입니다."


홍 박사의 투자 전략은 비트코인처럼 한 순간에 대박을 낼 수는 없다. 하지만 어지간해서는 쪽박이 날 일도 없다. 환 투자의 장점을 묻자 홍 박사는 "스트레스받을 일이 없다"고 웃으며 답했다. 주가가 폭락할수록 달러의 가치는 오른다. 증권사에서 근무했던 홍 박사 입장에서 주가가 하락하는 건 좋지 않은 일이지만, 동시에 자신이 보유한 달러의 가치는 오르니 나쁜 일만은 아니게 되는 것이다. 그는 "달러자산이라는 저수지를 가지고 있으면 시장의 공포에 항복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홍 박사는 "달러자산을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다. 외화예금, 달러 ETF 같은 곳에 돈이 생길 때마다 투자하면 그게 환 투자다"라고 했다.


왜 환투자일까. 홍 박사는 한국 주식시장을 공부하면 할수록 한국 기업보다 외국인의 움직임이 한국 주식시장을 움직인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그리고 외국인을 움직이는 가장 큰 요인은 달러의 가치였다. 이 사실을 깨닫고 난 뒤로는 투자가 쉬워졌다는 게 홍 박사의 설명이다. 환율이 급등할 땐 달러자산을 줄이고, 반대일 때는 달러자산을 늘리고. 그는 20년이 넘는 증권가 생활에서 삼성전자를 산 건 딱 두 차례였다고 했다. 홍 박사에게는 삼성전자보다 달러가 더 매력적인 투자자산이었다.


투자 전문가로 일가를 이뤘지만 홍 박사의 생활은 철두철미하다. 오전 4시반에 일어나서 5시에 출근하는 생활을 유지했다고 한다. 오전 5시부터 8시까지가 하루 중 생산성이 가장 높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다른 사람이 출근하기 시작하면 전화가 끊이지 않기 때문에 그전에 집중해서 업무를 보는 것이다. 퇴근은 오후 5시에 한다. 저녁에는 두 아들과 시간을 보낸다.


그는 공부, 공부, 공부를 강조했다. 주식시장에서 개인투자자의 승률은 항상 낮다. 외국인이 시장의 키를 쥐고 있고, 기관투자자의 정보력을 따라잡을 수도 없다. 개인투자자가 살길은 공부뿐이다. 도움이 되는 책을 추천해 달라고 했더니 홍 박사가 쓴 '환율의 미래', 그리고 서준식 숭실대 교수가 쓴 '다시 쓰는 주식 투자 교과서' 두 권의 책을 이야기했다. 서준식 교수는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의 국내 운용 부문을 총괄한 투자 전문가다.


인터뷰를 마친 홍 박사는 백팩을 멨다. 읽어야 할 책과 자료가 산더미라 백팩이 필수라며 웃었다. 최고의 투자 전문가도 이렇게 쉬지 않고 공부하고 또 공부한다. 투자로 성공하고 싶다면 홍춘욱 박사처럼 해야 한다. 공부하고 또 공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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