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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자 Aug 03. 2021

골프장 '한 홀' 가격은 얼마일까요

인스타그램을 하다보면 요즘 어떤 게 유행인지 실감할 때가 많습니다. 지난 1년으로 시야를 좁혀보면 단연 유행은 '골프'였습니다. 골프에 관심이 없어 보이던 친구나 지인들도 주말이면 푸른 잔디가 펼쳐져 있는 골프장에서 찍은 셀카를 하나둘 올립니다. 코로나 탓에 술 약속이 사라지자 빈자리를 스크린골프나 골프 연습으로 채우는 사람도 많습니다. 


방송 프로그램은 소셜미디어의 유행을 한 박자 늦게 따라온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요즘 TV만 틀면 골프 예능프로그램이 끊이지 않습니다. 골프왕, 세리머니클럽, 그랜파... 하나둘이 아니죠.


작년 초에 한 사모펀드 대표님과 저녁 식사를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기획재정부 고위관료 출신으로 공공기관 사장으로 가는 뻔한 길 대신 자신의 사모펀드를 차리고 여의도의 전쟁터에 뛰어든 독특한 분이시죠. 지금은 중대형 사모펀드의 대표를 맡고 계십니다. 기획재정부 출입기자일 때 인연이 닿아 종종 보던 분인데, 모처럼 만났더니 골프 이야기로 꽃을 피우셨습니다. 골프를 치지 않는 제 입장에서는 참 난처하더군요. 제가 골프에 관심이 없어보이자 대표님이 그러셨습니다.


"골프에 관심이 없어도 돈에는 관심 있을 거 아니냐. 골프가 다 돈이다."


그때 그분이 M&A에 참여하고 있던 골프장 매각 건이 두어 개 있었습니다. 골프장은 보통 홀당 가격을 정해서 매매가격을 정합니다. 포천과 태안에 있는 골프장이었는데 홀당 가격이 얼마냐고 물었더니 80억원이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저는 입을 다물지 못했죠. 제가 기억하기로는 2010년대 중반만 해도 골프장 거래금액은 홀당 50억원을 넘지 않았습니다. 불과 몇 년 만에 이렇게 시세가 뛰었다니 놀랄 노자였죠.


골프가 다 돈이라는 말을 지금은 이해합니다. 후회도 됩니다. 골프가 다 돈이라는 말. 그리고 골프장 매각가격이 그렇게 뛰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돈'과 연결지을 생각을 했다면 지금쯤 주식투자로 꽤나 수익을 냈을 테니까요.


골프장 회원권을 살 돈이 없거나 골프장을 살 돈이 없어도 골프와 관련된 주식 종목에는 투자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골프존이죠. 제가 사모펀드 대표님을 만난 작년 3월 즈음에 골프존 주가는 2만8000원대였습니다. 지금은 골프존 주가가 14만원을 넘습니다. 골프존 누적가맹점은 2019년에 1167개였는데 올해는 1741개까지 늘어날 거라고 합니다. 올해 예상 영업이익은 1000억원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2019년에 323억원이었는데 2년 만에 영업이익은 3배가 되는 셈입니다. 


골프는 패션이라는 말이 있죠. MZ세대가 골프에 열광하는 것도 결국은 인스타그래머블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골프웨어를 만드는 회사들의 주가도 엄청나게 올랐습니다. 휠라홀딩스 주가는 작년 3월에 1만8000원대에서 지금은 5만원이 넘습니다. 코웰패션 주가도 작년 3월에 3400원에서 지금은 7500원으로 두배가 넘게 뛰었죠.


돈이 되는 정보는 멀리 있지 않다는 말을 기억해야 합니다. 인스타그램 속 골프장 셀카가 늘어날 때 투자를 먼저 생각했어야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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