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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자 Aug 13. 2021

나는 왜 크래프톤 공모주를 사지 않았나

보름 전에 공모주 투자에 대한 글을 썼습니다. 카카오뱅크 공모주 청약이 막 시작됐던 때였죠. 공모주 투자는 큰돈이 없어도 하루 투자로 소고기 먹을 돈은 번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저는 카카오뱅크 공모주 청약에서 4주를 받았고 상장 당일 6만9000원에 팔아서 12만원을 벌었습니다. 큰돈은 아니지만 말씀드린 대로 소고기 먹을 돈 정도는 벌었습니다. 얼마 전 롯데렌탈 공모주 청약에도 도전해 5주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저는 올해 하반기 공모주 최대어라고 불리던 크래프톤 공모주에는 뛰어들지 않았습니다. '배틀그라운드'라는 게임으로 유명한 크래프톤은 상장 소식이 알려진 뒤부터 많은 화제를 몰고 다녔죠. 단연 공모주 최대어로 불렸지만 저는 크래프톤은 건너뛰고 롯데렌탈을 택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선택은 크게 틀리지 않았습니다. 크래프톤은 공모가가 49만8000원이었는데 상장 당일 따상은커녕 오히려 공모가 아래로 주가가 떨어졌습니다. 한때 40만원대까지 주가가 밀리면서 이틀 만에 18%나 하락하기도 했죠.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주가가 반등하며 44만원대까지 올랐습니다. 다행인 일이지만 여전히 공모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공모주 최대어로 불렸던 크래프톤 주가가 왜 이런 모습을 보이는 걸까요. 그리고 저는 왜 크래프톤 공모주 투자를 건너 뛰었을까요.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이 이유를 잘 따져보면 결국 공모주 투자에서 유의해야 할 부분이기도 합니다.


우선 가격입니다. 49만8000원이라는 공모가는 소고기나 벌어보자는 마음가짐으로 투자하기에는 너무 무거웠습니다. 장기투자를 목표로 하거나 목돈을 가지고 공모주 투자를 전문적으로 하는 투자자가 아니라면 다들 비슷한 생각일 겁니다. 청약금을 50%만 내면 된다고 해도 1주 청약에 29만9000원을 청약금으로 내야 합니다. 100주를 청약하려면 3000만원의 돈이 필요합니다. 100주를 청약한다고 해도 실제로 받을 수 있는 주식은 그보다 적으니 손에 쥘 수 있는 돈에 비해 투자에 필요한 자금이 너무 큰 겁니다.


이른바 '작은' 공모주가 뜨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라고 봅니다. 최근 '따상'에 성공하는 공모주를 보면 공모가가 낮은 '작은' 공모주가 많습니다. 플래티어나 맥스트, 원티드랩이 다 '작은' 공모주였죠. 플래티어와 맥스트는 공모가가 1만원대였고 원티드랩은 3만5000원이었습니다. 이런 작은 공모주가 저 같은 소액 공모주 투자자에게는 훨씬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게 사실입니다.


공모주 투자에서 반드시 따져봐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바로 기관의 수요예측 결과입니다. 공모주는 상장 전에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합니다. 수요예측은 공모주 청약에 앞서서 기관투자자가 발행회사의 증권신고서, 투자설명서를 참조해 대표주관회사에 매입희망수량과 가격을 제시하는 절차입니다. 기관 수요예측 결과를 바탕으로 공모가가 결정됩니다.


크래프톤은 상장 전부터 고평가 논란이 있었습니다. 여러 논란 속에 수요예측 경쟁률은 243.15대 1을 기록했죠. 공모주 최대어라는 평가에 어울리지 않게 경쟁률이 턱없이 낮았습니다. 올해 5월 상장한 SKIET는 1882.88대 1, 3월에 상장한 SK바이오사이언스는 127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죠. 누구보다 정보가 많고 냉철한 판단을 하는 게 기관투자자입니다. 이들의 관심을 덜 받는 공모주는 투자에 앞서 좀 더 꼼꼼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겠죠.


크래프톤은 의무보유확약 비율도 낮았습니다. 의무보유확약은 수요예측 과정에서 일정 기간 주식을 팔지 않겠다고 약속한 기관투자자의 비율을 의미합니다. 이 비율이 높을수록 장기투자를 생각하는 기관투자자가 많다고 봐도 됩니다. 크래프톤은 이 비율이 13% 수준이었죠. 카카오뱅크는 41%, SKIET는 57%였는데 크래프톤이 유독 낮았습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우리사주 청약 결과도 눈여겨봐야 합니다. 크래프톤은 전체 공모주식의 20%를 우리사주조합에 배정했습니다. 173만846주죠. 그런데 실제로 크래프톤 직원이 청약한 주식은 35만1525주에 그쳤습니다. 청약률이 20.3%입니다.


SKIET는 우리사주 청약률이 66%였고, 카카오게임즈나 하이브는 100%로 완판됐습니다. 카카오뱅크도 97%였죠. 크래프톤은 회사 직원들이 공모주를 받는 걸 주저했다는 의미입니다. 그 회사를 다니는 직원들도 뭔가 꺼려하는 게 있다는 건 외부 투자자 입장에서 역시나 따져봐야 할 부분이죠.


저는 이런 이유로 크래프톤 공모주 투자를 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부분은 비단 크래프톤뿐만 아니라 다른 공모주 투자를 할 때도 투자자들이 꼭 체크해야 할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크래프톤의 미래가 어둡기만 한 건 아닙니다. 흔히들 크래프톤과 하이브의 평행이론을 많이 이야기합니다. 두 회사가 비슷한 구석이 많다는 이야기겠죠.


하이브는 작년 10월 상장 당일에 주가가 35만원까지 갔지만 불과 11월 초에는 14만원 초까지 주가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30만원까지 회복했습니다. 당시 하이브 주식을 환불받고 싶다는 글이 온라인에 올라오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랬던 하이브 주식이 올해만 두배 올랐으니 1년도 안 돼서 상전벽해한 셈입니다.


하이브 주가 회복의 비결로 전문가들은 적극적인 M&A와 사업 확장을 꼽습니다. IPO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하이브는 팬 커뮤니티 서비스인 위버스를 출시하고, 국내외 연예 기획사를 인수하며 라인업을 넓혔습니다. 하이브의 지난해 매출액 7960억원 중 아티스트 직접매출은 3710억원, 간접매출은 4250억원으로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올해 예상 매출액은 1조2640억원이고, 직접매출은 5210억원, 간접매출은 7270억원입니다. IPO를 통한 사업 확장이 본격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한 거죠.


크래프톤도 IPO를 통해 사업 확장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 계획이 하이브처럼 제대로 실행될 수 있다면 크래프톤 주가 전망도 어둡다고 할 수 없을 겁니다. 상장 직후 주가가 하락한 게 오히려 매수 기회가 될 수 있겠죠. 물론 크래프톤이 하이브처럼 잘 해낼지는 누구도 모릅니다. 그건 시간만이 알고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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