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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칼럼 Jan 08. 2016

예술을 향한 이분법적 사고 - 음악편

우리들은 어떤 사물이나 현상 등을 이할 때, 둘로 나눠보곤 한다.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다’라는 식의 이러한 사고방식은 예부터 무언가를 이해하려는 인간들이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었고, 결과에 특별한 오류도 없었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즐겨 쓰는 사고방식이다.

 생각해보면 이 이분법적 사고는 꽤 괜찮은 방법이다. 착한 건 착한 거고 나쁜 건 나쁜 거기 때문에 중간의 세세한 사정이나 이유들은 고려할 필요가 없어서 인간이 단시간에 빠른 이해를 할 수 있었고, 그로 인해 인류의 문명이 단시간에 비약적으로 성장하는 데에 큰 공헌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장점만큼 단점도 뒤따르는 법. 이 이분법적 사고는 사물이나 현상 등을 지나치게 단순화하기 때문에 그 본질이나 깊이를 모르고 그냥 지나치면서 잘못된 이해를 하거나 본질을 왜곡해 버릴 수도 있다. 내가 봤을 때, 이러한 문제는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발생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예술분야의 상황이 가장 심각하다고 본다.


 예술이란 것이 원래 다른 분야들에 비해 주관적인 성격이 강하다.

 음악의 경우, 작품성이나 의의 같은 것을 따져가며 듣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듣기 좋은 게 좋은 음악이다.’라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전자의 경우이면서도 후자의 입장 또한 이해한다. 애초에 예술에 정답은 없을뿐더러 같은 현상에 대해서도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듯, 같은 음악에 대해 느끼는 감정도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음악 관련 칼럼이나 기사의 댓글들을 보면 모두가 나와 같은 생각은 아닌 것 같다.

 단적인 예로, 언젠가 한 번은 ‘레게’와 ‘밥 말리’에 관한 글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글을 읽고 나가려는 내 눈에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댓글이 띄었다.

 댓글의 내용인즉슨, ‘밥 말리’같은 엉터리 혁명가가 ‘레게’라는 질 낮은 음악을 발전시킴으로 인해 열심히 노력하는 클래식 음악가들이 설 자리를 잃어버렸다는 것인데 ‘밥 말리’와 ‘레게’를 사랑하는 사람들로서는 화가 날 수밖에 없는 댓글이었다. 아무리 자신이 좋아하는 클래식 장르가 소외되고 있다 하더라도 다른 이들이 좋아하는 장르를 함부로 폄하한다는 게 옳은 일인가?

 만약 이런 일들이 소수의 사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네이버’같은 곳의 음악 관련 칼럼이나 기사의 댓글들을 확인해보길 바란다. 장르뿐만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두고도 눈살이 찌푸려지는 진흙탕 전쟁이 한창이다.

 이렇듯 보기만 해도 불쾌해지는 댓글들이 달리게 된 원인이 바로 앞서 말한 ‘잘못된 이분법적 사고’에 있다고 본다. 아마 ‘레게’를 비판했던 네티즌은 ‘클래식’과 같이 아름답고 품위 있는 음악만이 진정한 음악이라고 믿었을 것이다. 그런 그에게 흥겨운 리듬으로 사랑과 평화를 부르짖는 ‘밥 말리의 레게’가 음악으로 들렸을 리 만무하다.

 이렇듯 ‘잘못된 이분법적 사고’는 예술에 대한 폭넓은 경험을 방해한다.

 또 요즘 인디음악과 같은 마이너 장르에 대해 자부심이 강한, 흔히 요즘 말로 부심을 부리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다. 나또한 인디음악을 좋아하고 대중가요를 달가워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다른 장르를 함부로 폄하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화가 나면서도 조금 안타깝다. 이들은 ‘잘못된 이분법적 사고’라기 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장르를 격상시키고 다른 장르를 격하시키는데서 자신의 가치가 더 높아진다고 믿는 자존감이 낮은 족속들 같아 보이기 때문이다.

 예전의 나또한 이런 잘못된 사고를 가지고 특정 장르에만 관심을 두던 때가 있었는데, 나중에야 그럼으로써 내게 남은 것은 편협한 가치관과 좁아진 안목뿐이란 걸 깨달았다.

 미숙했던 그때의 나를 원망하진 않지만, 조금 더 빨리 깨달았더라면 지금보다 더 넓고, 깊은 장르에 대한 이해가 가능하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후회로 남은 그때의 경험을 빌어 예술가를 꿈꾸는 다른 이들은 나와 같은 착오를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한마디만 하고 마치고 싶다.

 나의 예술을 사랑하는 만큼 다른 이의 예술도 사랑하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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