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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칼럼 Oct 11. 2015

운명은 정해져 있는가?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2014)

 작품 설명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는 엑스맨 프리퀄 3부작 중 2부에 해당하며 조각조각 나뉘어 버린 엑스맨 시리즈를 한데 모았을 뿐 아니라 작품의 내용 또한 좋아서 개봉 당시 많은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운명은 정해져 있는가?'라는 물음으로 시작하는 작품은, 멸종위기에 처한 돌연변이들을 통해 이야기를 진행한다. 돌연변이(뮤턴트)들은 자신들을 멸종위기에 처하게 한, '센티넬'이라는 병기의 탄생을 막기 위해 울버린을 과거로 보낸다는 게 전체적인 줄거리이다.

 원작에서는 울버린이 아닌 키티가 과거로 간다는 설정이지만, 제작사에서 밝히기를 키티가 과거로 갈 경우 키티의 20년 전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는데 '키티 프라이드' 역을 맡은 '엘런 페이지'의 20년 전 모습을 도저히 구현할 수 없어서 나이에 구애받지 않는 울버린이 가게 되었다고 한다. 울버린의 인기도  한몫했겠지만 말이다.



영화의 특징

 이제 본격적으로 영화 얘길 해 보겠다.

 이 작품의 장점은 치밀한 구성이다. 과거와 현재를 따로 진행시키면서도 서로의 사건들이 다른 사건에 영향을 주며 지루할 틈 없이 높은 몰입도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또한 미래와 과거를 번갈아 보여주면서도 서로 비슷한 뉘앙스를 풍기는 연출은 20년이라는 시간의 차이를 두고도 각 사건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걸 보여주는 데, 이는 작품의 핵심 키워드인 '운명'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닌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작은 변화에도 시시각각 변하고 있음을 표현한 편집이다.

 반면, 같은 방법을 쓰고도 욕을 바가지로 먹은 작품이 있었으니, 바로 <클라우드 아틀라스>이다.

 소설 원작의 이 작품은 시간의 흐름대로 진행되는 원작 소설과 달리 6개의 시대를 나눠 교차 편집시킴으로써 '윤회'라는 소재를 더욱 흥미롭게 이끌어 가볼 심산이었으나,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와 같은 2개 정도의 시대가 아닌 6개의 시대를  교차 편집시킨다는 것은 큰 모험이었다. 이 모험은 관객들의 이해에 혼란을 빚고 작품의 집중도를 떨어뜨리게 되면서 이 해, 'MOVIST 타임지 선정 올해 최악의 영화'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다. 분명 6개의 시대를 교차 편집한 것은 무리가 있었지만, 작품의 내용 자체는 좋기 때문에 시간이 나거나 '윤회'라는 소재에 흥미가 있다면 한 번쯤은 권하고 싶다.


 다시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로 돌아와 이 영화의 또 다른 장점을 꼽자면, '엑스맨'이라는 캐릭터들을 잘 살려냈다는 점이다. 이 말이 무슨소리냐하면, '엑스맨'은 여타 단독 캐릭터들과 달리 '뮤턴트'라는 집단이 하나의 캐릭터를 이룬다. 그렇기에 어쩔 수 없이 '울버린'과 같은 인기 캐릭터는 단독 영화도 찍는 반면, 몇몇 뮤턴트들은 능력이나 이름조차 생소한데, 이 영화는 일부에 불과하다 해도 출연하는 뮤턴트들의 능력과 개성을 잘 표현해 놓았다. 그 예로 '퀵 실버'를 들 수 있는데, 이 '퀵 실버'라는 캐릭터가 원래 인기가 많은 캐릭터이긴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매우 작은 비중을 차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서 가장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 이유로는 '퀵 실버'의 능력이 흥미로운 것도 있겠지만, 그 능력에 대한 감독의 높은 이해도가 만들어 낸 명장면 덕이라고 본다. https://www.youtube.com/watch?v=1NnyVc8r2SM

 영상에 나오는 '퀵 실버'의 모습은 총알도 못 피해 비극적이 죽음을 맞는 <어벤져스 2>의 '퀵 실버'와 상당히 비교되는데, 판권과 스토리의 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연출일 수도 있으나 각 작품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했을 때, 엑스맨 ‘퀵 실버’의 인상이 어벤져스의 ‘퀵 실버’를 압도한다는 것은 감독‘브라이언 싱어’가 작은 비중의 캐릭터들에게도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는 증거이다.

 더불어 영상에서 흘러나오는 <Jim Croce-Time In A Bottle>또한 감독의 센스가 돋보이는 부분이라 할 수 있겠다.



영화의 메시지

 제목에도 써 놓았다시피 작품의 핵심 주제는 '운명'이다. 그 '운명'을 바꿀 수 있는가? 에 대한 이 영화의 대답은 'YES'이다. 아니, 어쩌면 '운명은 없다'라고도 볼 수 있겠다.

 영화에서와 같이 과거의 사소한 선택의 변화가 미래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은 이 작품 이전에도 많이 다뤄왔다. 영화 <나비 효과>나 드라마 <LOST>와 같은 경우가 그러하다. 하지만 이 작품은 이전의 작품들에 비해 보다 확실한 메시지를 띠고 있는데, 이전의 작품들이 '과거의 선택이 미래를 바꾼다.'라는 식의 조금은 추상적인 메시지였다면 이 영화는 '작은 물결들이 모여 강물의 흐름을 바꾼다.'라고 말한다. 얼핏 보면 같은 말 같지만, '노력으로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운명'이라는 메시지는 이전의 추상적인 메시지들보다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확실하다.


 영화에서도 언급하듯이 양자 물리학 이론에서 시간은 영원 불변한 것이다. 때문에 작은 변화가 시간이라는 큰 강물의 흐름을 바꾸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영화에서도 말하다시피 작은 물결들, 즉 순간순간의 작은 변화와 선택들이 모이고 모인다면 '운명'이라는 거센 흐름을 바꿀 수도 있다.


 혹시 지금 당신의 운명을 비관하고 있지는 않은가? 지금 하는 당신의 작은 노력이 당신의 운명을 바꿀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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