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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칼럼 Jan 05. 2016

한 편의 영화를  플레이하다.

그리고 현재 모바일 게임 시장에 대한 우려와 비판

 요즘 나오는 모바일 게임은 우리가 알던 예전의 모바일 게임과는 조금 다르다.

 신선한 소재와 실험적인 작품들을 많이 볼 수 있던 피쳐폰 시절의 모바일 게임에 비해, 안정적인 성공을 위해 새로움 따윈 없이 ‘잘 된 게임 베끼기’식의 게임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는 지금의 모바일 게임 시장을 보고 있노라면 조금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시장의 규모가 커지면서 실패에 대한 부담감이 커져버렸기에 현재의 흐름을 비난할 수는 없지만, 게임 애호가로서 다양하고 신선한 게임을 즐기지 못한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이러한 이유로 시작한 이 글은 지금처럼 자동 전투와 단순 육성 게임만이 즐비한 때에, 나처럼 식상함에 지쳐버린 게이머들에게 새로운 장르를 소개하고, 지금 모바일 게임 시장의 심각성을 알리고자 작성되었다.



<회색도시>

 오늘 소개할 게임은 <회색도시>이다. 치밀한 전개와 짜임새 있는 스토리가 일품이며, 게임의 요소도 놓치고 있지 않아 더욱 빠져드는 작품이라 소개하고 싶다. 나온 지 꽤 된 게임이라 아는 사람이 많을지도 모른다 생각했지만, 주위에 이 게임을 아는 사람 보기도 힘들뿐더러 안다 해도 이름만 들어봤거나 워낙 매니악한 게임이라 결말도 보지 못하고 중간에 포기한 사람이 대부분이라 이렇게 글로써 소개하게 되었다.


 본 작품은 시간상으로 중간에 해당하는 <회색도시>와 그 프리퀄에 해당하는 <회색도시 2>가 출시되어 있다.

 <회색도시>는 피쳐폰 시절부터 높은 작품성으로 마니아층이 두터웠던 ‘검은방 시리즈’의 개발진이 주축이 되어 설립된 ‘알테어 스튜디오’의 작품으로, <검은방> 제작진이 만든 작품이라 처음 게임을 플레이했을 때, <검은방>과 굉장히 비슷한 느낌이 든다면 아마 이 때문일 것이다.

<회색도시>(좌)와 <검은방4>(우)의 플레이 장면

 실제로 그림체나 서술방식 등이 비슷해서 전작과의 차이점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는데, 그럼에도 이 게임을 신선한 게임이라 이야기하는 이유는 ‘밀실탈출 게임’로 ‘공포’와 ‘탈출’에 초점을 두고 있던 전작과는 달리, <회색도시>는 ‘미스터리 군상극’으로써 여러 인물들 간의 ‘이야기’에 비중을 두고 있기 때문에 사실적인 스토리와 인물들의 심리 묘사를 통해 한 편의 영화를 보는듯한 느낌을 준다.

 제작사는 이러한 특성을 살리기 위해 국내 유명 성우들의 목소리를 녹음하였고, 이는 작품 전반의 몰입도를 고조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이 게임은 결과적으로 흥행에 실패하고 제작사는 정리되고 말았는데, 이미 전작을 통해서 흥행성을 보장받은 작품이 이렇게 돼버린 이유는 무엇일까?



 1편은 당시 시장 정서에 따라 ‘카카오’의 이름을 빌려 세상에 나왔다. 하지만 작품은 출시 직후, ‘카카오 게임’의 영향으로 플레이 횟수에 제한을 둔 것에 대해 유저들의 비난을 받았다. 스토리와 몰입도로 끌고 나가는 작품임에도 횟수의 제한은 몰입을 방해하였고, 결국 상당수의 유저들은 작품의 핵심인 결말 부분까지 진행하지 못한 채 게임을 포기하곤 하였다. 그래도 1편의 경우는 기존 마니아층의 관심으로 차트의 상위권에 랭크되었고, 신규 유저들의 유입으로 나쁘지는 않은 기록을 거뒀다.

 그 후 약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시장에 나온 차기작,<회색도시 2>는 전작의 오류를 범하지 않으려는 듯 ‘카카오’라는 이름을 빌리지 않은 채 출시되었고, 플레이 횟수에 제한을 두지도 않았다. 또한 마니아층이 두터운 작품이기에 출시 초기만 해도 사람들의 관심이 나쁘지 않은 수준이었으나, 미비한 마케팅으로 인해 전작을 즐겼던 사람들조차 차기작의 존재를 모르는 경우가 많았고 결국 ‘아는 사람만 아는 게임’으로 전락해 버리고 말았다.

 또한 게임의 스토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에피소드’를 구매해야 했는데, 돈이 없는 학생들이나 게임에 돈을 쓰는 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유저들에게는 이런 시스템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예상 가능한 문제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정책을 밀고 나간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작품성 높은 게임이 좋다 하더라도 수익이 나지 않는다면 개발사도 퍼블리셔도 고민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작품은 유저들의 지갑을 열만 한 아이템이 별로 없는 것도 현실이다.

 1편의 경우 수익이 날 만한 부분이라 봐야 성우들의 음성과 행동력 정도이다. 이마저도 성우들의 음성 없이도 게임 진행에 무리가 없었고, 행동력 또한 다음날이면 다시 채워졌기 때문에 유저들이 게임에 지갑을 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2편 역시 ‘에피소드’를 제외하고는 음성과 복장 등 굳이 없어도 되는 것들이 수익모델이었기 때문에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것’을 유료화해야 했고, 이 정책은 약간의 비난을 받아야 했다.

 이 정책뿐 아니라 미비했던 마케팅 등 꽤 복합적인 문제들로 인해 게임은 흥행에 실패하였고, 결국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판단한 퍼블리셔는 제작사인 ‘알테어 스튜디오’를 정리했다.

 1편이 시대상으로 중간에 해당하는 작품이기에 적어도 하나 이상의 시리즈가 더 나와야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던 것 같다.

 

이렇듯 작품성 있는 게임이 수익성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라져야 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글의 서두에도 적었듯이 예전에는 이런 장르의 게임도 나름의 독자적인 마니아층을 가지고 시장에 꾸준히 등장했지만, 지금 시장의 정서에는 맞지 않게 돼버렸다.

 수익성을 쫓아 자동 사냥과 단순 육성 게임을 그래픽 혹은 이름만 바꿔서 공장에서 찍어내듯, 매주 매월 쏟아지는 지금의 모습은 과거, 게임 시장을 사장시킬뻔한 '아타리 사태'와 닮았다. 이와 같은 참사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유저들이 현실을 직시하고, 인식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나만 재밌으면 되지'식의 안일한  인식보다는 현 시장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무작정적인 소비를 그친 후, 새로운 장르에 대한 관심을 넓혀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끝으로, 얼마 전 '알테어 스튜디오 정리해고' 기사를 접했던 것이 이 글을 쓰게 된 계기가 되었다.

 <검은방> 시절부터 줄곧 아끼고 관심을 가지던 게임이자 장르였는데, 돈 때문에 소중한 추억의 조각 중 하나를 잃어버린 것만 같아 억울하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글을 썼다. 시장의 모습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볼 뿐,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 외면한 결과, 방치된 시장은 과거보다 더욱 부정적으로 변해버렸고 급기야는 다양성을 해치는 생태계 교란종 같은 게임만 양산되는 모습이 되었다.

 특정 게임이나 유저들을 비판하고자 하는 건 아니지만, 앞서 언급한 '아타리 사태'  때처럼, 지금 시장의 모습은 매우 불안정하다. 시장의 규모가 한층 커진 만큼 참사가 재발할 경우의 후폭풍은 앞선 참사의 피해보다 더욱 클 것이며, 아마 그것은 게임업계의 진정한 사장일지도 모른다.

 만약 당신이 진정으로 게임을 사랑한다고 자부하는 이라면 지금이라도 생각 없는 소비를 멈추고, 앞으로의 발전방향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 글은 그 해결법 중 '다양성'에 대한 제시로 보아주길 바란다.



 서두를 작성할 때만 해도 게임의 전체적인 특징을 설명하려 했지만, 게임이 결말을 내지 못한 채 끝나버렸기 때문에 게임 자체보다는 이런 매니악한 게임들이 사라져 가는 현실을 중심으로 글을 쓰게 되었다.

 글이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수익성을 쫓아 다 비슷해져 버린 게임들이 우후죽순 쏟아져 나오는 지금, 이 글이 다양한 장르에 대한 관심과 현재의 시장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가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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