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nnyi Jan 05. 2023

심기일전

January 2023


’그래서 너는 아무 잘못이 없어?‘


 그러니까 나는 바로 저 질문에 당당해지고 싶었다. 나는 아무 잘못을 안 했는데?라고 말하고 싶었다. 눈을

치켜뜨고 있는 상대방에게 아무런 빌미를 제공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더 작아졌고, 그래서 피해자임을 자처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문제의 원인을 찾기 시작하면 밑도 끝도 없어지고, 가정법으로 시작되는 모든 질문의 끝은 또 모두 나를 향하게 되니 마음이 무너지고 그럼 또 순환고리의 반복.


  작년을 돌이켜보면 몇 번이고 새로운 시작점에 서 있는 느낌이었다. 시작은 외로워 늘 어려웠다. 시작점에 서는 것은 오기와 패기로 가능하다고 해도, 스타트 건이 쏘여지고도 머뭇거리고, 옆에서 윽박지르면 눈치가 보여 주눅이 들고 마는 내가 너무 싫었다. 고민도 너무 버겁고, 남도 믿지 못하고, 그렇다고 남 탓도 할 수 없는데, 단단히 여물지도 못한 나를 믿을 수 없어서 항상 긴장해 있었다.


  긴장을 낮추는 일은 항상 어렵고, 용기를 갖는 것마저 용기를 필요로 했지만, 지근거리에서 늘 마음을 보태주는 사람들이 있어 기뻤다. 이제는 마음 졸이지 않고, 내려놓을 것은 미련 없이 내려놓으며, 별 큰 일 없이 마음 편한 한 해를 함께 보내길 바라며.. 심기일전.

매거진의 이전글 지금은 출장 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