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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i Mar 10. 2023

사건의 지평선

March 2023


미래를 모르는 것은 불안해 불행할까, 미래를 미리 알면 행복할까.


나는 다시 한 번 새내기가 되었다. 살면서 가장 애정했던, 가장 큰 성취 중 하나였던 나의 학교에 두 번의 신입생이 되었다. 저녁수업 끝나고 내려오면서 와 저 어른들은 무슨 이 저녁/밤에 공부야 라고 생각했는데, 그 어른이 되어버렸다. 학부때는 물론, 작년 이맘때 역시 전혀 계획치 않았던 미래다.


문득 눈에 들어온 채도 높고, 얇은 옷에 밤이 무척 차가운 춘삼월의 촉감을 제대로 느끼는 중이다. 새벽 두시에 집에 들어가질 않나, 오지랖스럽게 조과제 생각을 하질 않나 아무튼 내가 제일 경계하는 '마음 주는 나'의 모습이 기어나오고 있다. (이건 스멀스멀 정말 기어 나오는 거다) 부쩍 노래방도 가고 싶은거 보니까 기분이 좋은게 확실하다. 역시 3월은 근원 모를 생기와 이유없는 들뜸이 있어야 제 맛. 일상의 무한 루프에서 새롭게 열린 시간과 공간이 정말 오랜만에 느끼는 생기라 싫지가 않네.


역대 최고로 설레지만 피곤하고 묘하게 들뜨는데 또 피곤한, 그러니까 피곤콤보로 인한 몽롱한 상태의 출근길에서 그래도 계속 무언가를 쓰고 남기는 작업을 멈추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항상 도망가는 시간에 아쉬워하던 내가, 왠일로 3월에는 붙잡힘을 당하고 있으니, 이는 기록으로 남겨두어 두고두고 기억하는게 맞다. 너무 일상이 하찮아 대단한 소재를 찾고 싶어 한글자도 쓰지 못한 시기도 있었고, 도무지 푸념말고는 할 말이 없어 메모장마저 켜지 않은 날도 많았는데, 이 얼마나 고무적인 일인지.


모든 것은 선택과 책임이다. 어짜피 알 수도 없는 미래, 내 선택에 최선을 다해 책임감 있게 행동하고, 또 선물처럼 만난 8명의 조원들과 또 천천히 오래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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