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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킵고잉 Jun 19. 2024

비엔나, 술과 커피를 권하는 사회

보통은 하루에 한 잔의 커피를 마신다.

카페인에 대해서라면, 뇌에 좋다는 설과 장에 나쁘다는 설 (숙면방해 포함)이 있기 때문에, 뇌 건강을 위해서는 마셔야 할 것 같고, 장 건강을 위해서는 안마셔야 할 것 같다. 일단 나는 커피를 좋아하니까 되도록 오전에 한 잔의 커피를 마시고, 가능한 한 잔 이상은 안마시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비엔나는 비엔나 커피의 고향이 아니던가.

한국에서도 블럭마다 카페가 있는 게 신기하지만, 이곳에서는 발에 채이는 게 카페다. 커피의 종류도 굉장히 많아서, 카푸치노, 라떼 같은 일반적인 커피가 있는가 하면, 나에겐 카푸치노와 비슷해보이는 멜란지 커피도 있고, 아인슈페너도 있고, 플랫화이트도 있고, 마끼아또도 있다. 그런가하면 메뉴엔 없지만, 아이스커피도 시킬 수 있는데,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번 시켰더니 얼음은 한 3개 정도 들은 굉장히 진한 커피가 나왔다. 아이스 커피에 대해서만은 오스트리아도 한국을 따라갈 수가 없군. 아아란 자고로 컵 가득 얼음이 가득 들고, 거기에 쌉싸름한 아메리카노가 연하게 들어있는, 흡사 보리차의 대용품 같은 게 아니던가. 하여튼 여기 사람들은 아이스를 제외하면 커피에 진심인 것 같다.


카페에서는 커피 뿐 아니라 음식도 파는데, 또 음식과 함께 자주 시켜 마시는 것이 와인이나 맥주다. 독일권이라서일까, 점심시간에도 사람들이 맥주를 마시는 걸 흔치 않게 볼 수 있다. 요즘은 기말고사 시험기간이라 도서관이든 카페든 엄청나게 많은 학생들이 노트북을 켜두고 시험준비에 돌입하는데, 맥주나 칵테일을 시켜두고 노트북을 켜두고 공부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나도 이걸 좋아한다. 예전 회사에서 스트레스 받을 때면 회사에 있는 맥주나 와인을 한 잔 따라두고 일을 하면, 취중업무가 또 상당히 잘 되는 것이니까.


하루에 한 잔의 커피를 마시는 것처럼, 나에게 술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마시는 것이다. 그런데 비엔나에 오고부터는 거의 매일 마신 것 같다. 에어비엔비에서 요리하면서 한 잔, 밖에서 음식 먹으면서 한 잔(외국은 음료를 기본으로 시키지 않나. 근데 커피를 시키긴 애매하고, 물을 시키긴 아깝고. 그래서 나도 와인이나 맥주 같은 걸 시키게 되는 것이다), 옆 테이블에서 맛있게 마시는 것 같아서 따라서 한 잔… 이렇게 술과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니.아마도 예전부터 먹고 마시고 한 돈 많은 양반 나라, 합스부르크의 후손들이라서일까.


궁금해서 찾아보니 오스트리아 사람들의 1년 평균 맥주 소비량은 107리터였다. 하루 평균 290ml이니, 대략 전 국민이 매일 하루 맥주 한 잔 잔술을 마시는 셈이다. 세계적으로도 체코에 이어 당당 2위를 차지하고 있고, 맥주를 물처럼 마시는 독일을 따돌리고 있으니, 그야말로 알콜 강국이군. 말술을 마시는 한국은 예상 외로 42등에 불과하네. 와우, 오스트리아 윈! (오스트리아 패배인가...?)


아,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사라진 길거리 흡연도 매우 많다. 지금도 옆 자리에서 담배를 꼬나물고 연기를 팡팡 피워대고 있군… 술, 커피, 담배를 권장하는 사회. 그러다보니 나도 그런 카페에 앉아있다보면 나도 모르게 맥주를 한 잔 시키고 알딸딸해지고 싶어지는 것이다.


생각난 김에 한국과 오스트리아의 평균수명을 검색해보았다.

오스트리아인의 평균 수명은 82세였고, 한국은 그보다 2년 정도 더 사는 84세, 일본은 85세였다.

그러니까, 술과 커피를 자주 마시면 수명이 2년 정도 주는 걸까.


쓰고보니, 맘껏 먹고 마시고나쁘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파스타를 해 먹으면서 와인도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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