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O to LAS
샌프란을 떠나는 아침이다. 아침 비행기라 6시 30분쯤 눈을 떴는데 에어컨 풀로 켜고 문 열고 자서 너무 추웠다.
체크아웃 후 렌터카 반납을 위해 공항으로 향했다. 원래 구글맵 네비 키면 공항 길 안내 자세히 해주는데 거치대가 없어서 눈으로 표지판 보면서 갔다. 인천공항도 길 찾기 어려운데 영어라서 후들후들하며 운전했다.
106마일 정도 운전했다. 원래 반납하기 전에 싼 주유소에서 주유하려고 했는데, 공항 근처라 비싸기도 하고 시간이 없어서 그냥 반납했다. 그랬더니 갤런당 $3.85를 받더라.. 비싸다 꼭 주유하고 반납하길!
시야가 탁 트여서 좋아하는 공항 모노레일을 타고 '샌프란시스코 안녕~' 하며 탑승동으로 갔다.
국내선이라 좀 천천히 오긴 했지만 그래도 탑승까지 한 시간밖에 안 남았는데 줄이 구만리였다.
티켓을 따로 발권한 게 아니라 아이폰 월렛에 전자티켓으로 가지고 있었는데, 승무원이 예약번호 보여달라고 해서 '아..' 하면서 메일 찾으려고 했더니 앞에 있던 히스패닉이 패스북에 ℹ︎버튼 눌러서 예약번호 있다고 알려줬다.. 그 뒤로도 계속 수다 떨었는데 내가 계속 초조해하며 시계를 보니까 비행시간 몇 시냐고 해서 9시 반인데 보딩 마감 30분 남았댔더니 "오우...! 어우!!!" 하면서 리액션해줬다. 그리고 내가 가방을 낑낑대며 끌고 가니까 한 번 들어보더니 대체 가방에 뭐 들었길래 이렇게 무겁냐고.. 옷밖에 안 들었는데요
탑승 마감 15분, 출발시간 45분 남은 상태인데 아직 TSA 줄을 기다리고 있었다. 줄이 너무 길어서 쫄아서 기념품 쇼핑은 바라지도 않으니 제발 탑승만 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따..일찍 일어나긴 했는데 너무 눈을 오래 비볐나 생각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TSA 통과하고 소지품 가방 주섬주섬 챙길 정신도 없이 노트북 품에 안고 겁나 뛰었다.. 마감 8분 전에 자리에 안착..
하루라도 팔에 근육통이 꺼질날이 없었다. 짐 들고 이리저리 뛰어서.. 씨즈캔디 그냥 몰에서 살걸^^ 그럼 가방 안 닫혀서 비행기 못 탔으려나 하하 공항이 두배는 비쌌다.
한참 가다 보니 엄청난 설경이 보였다. 비행기에서 봐서 작아 보였지 실제로 봤으면 엄청 큰 산인 것 같았는데 하늘 한가운데라 어딘진 잘 몰랐다. 설경을 보며 스트룹 와플을 먹으니 눈처럼 사르르 녹는 기분이었다 ^^ 뭐든 하늘 위에서 먹으면 꿀맛. 기내식 빼고..
비행시간은 한 시간쯤이었다. 거의 도착 해갈 즈음인데도 눈이 쌓여 있어서 신기해하고 있었는데 당장 다음번 풍경은 상상하던 네바다 사막 풍경 그대로라 신기했다. 새파란 하늘이 의외로 사막과 잘 어울렸다.
그동안의 미국 같지 않은 색다른 풍경과 독특한 외관의 스트립 호텔들을 몇 개 지나치며 랜딩 했다.
공항에서부터 슬롯머신들이 늘어져 있는 걸 보니 라스베가스에 온 듯했다.
공항에서 Lyft를 불렀다. 근데 처음 와보는 공항이라 어떻게 되어있는지 모르고 기사님이랑 나랑 서로 다른 주차장에서 서로 어딨냐고 애타게 찾아 헤멨다. 결국 기사님이 진정하고 몇 층에 있냐고 하는데 난 "여기가 몇 층인지도 모르겠어요..ㅠㅠ"하면서 너무 미안해했다. 내가 있는 층은 택시는 못 올라가는 곳이니 나보고 내려오라고 했다. 욕먹어도 싼 시간만큼 헤매고 겨우 엘리베이터를 찾아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다시 난관 시작.. 이 많은 차들 중 내 Lyft를 어떻게 찾나요.. 자꾸 전화해서 미안한데 어딨는지 안 보인다고 울먹울먹 하니까 저기 뛰어다니는 저게 나냐고 하면서 데리러 왔다.. 화낼 줄 알았는데 차에서 내리더니 트렁크에 캐리어부터 실어주는 거 보고 감동 받음.
늦어서 미안하다고 했더니 정말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No problem! 했다. 이게 나의 라스베가스에 대한 첫인상이었다.
공항에서 스트립까지 많은 이야기를 했다.
"라스베가스엔 뭐하러 왔어? 갬블?"
"절대 노! 네버! 슬롯머신도 안 할 거예요"
"와!! 넌 내가 본 사람 중 가장 현명한 여자야! 여기 호텔들 화려하지? 밤에 네온사인 켜놔서 전기세가 어마어마해. 그 돈을 다 갬블에서 충당해. 넌 쉽게 이길 수 없는 구조야"
라면서 라스베가스 각 호텔들 마다 유명한 볼거리도 설명해줬다. ㅎㅎㅎ 영어를 잘 못했어도 편안하게 대화가 오갔다.
호텔 앞에 도착하고, 짐도 다 다시 내려줬다. 25분 만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너무 좋아서 지갑에서 현금을 찾아 부끄럽게 "티.. 팁이에요" 하니까 "팁은 Lyft 어플로 줄 수 있어" 했다. 좋은 세상이다!
이 기억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어서 "그럼 셀피 한 장만 부탁해도 될까요?" 했는데 저렇게 인자한 미소를 보여줬다. 그래서 난 1년이 넘게 지난 지금도 Aaron을 기억하고 있다. 흐뭇..
Flamingo Hotel. 아직 체크인 시간이 안돼서 가방을 맡기고 호텔 구경 시작.
정원에 진짜로 플라밍고가 살고 있다. 플라밍고의 상징처럼 핫핑크 같은 색은 아니었고 익힌 새우 같은 색이었다. 얘네 말고도 다른 생물들도 많이 있다. 미니 동물원 느낌.
밥집 좀 찾으려는데 구글맵이 자꾸 크러쉬가 나서 돌 거 같았다. 다른 데는 안 그러는데 베가스만 검색하면 앱이 꺼짐... 앱 강종해보고 폰 껐다켜보고 앱은 최신 버전인데 안돼서 그냥 발로 돌아다니기 시작..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고요.
천조국에도 이런 사람들은 있군
Paris, Paris Hotel 근처엔 개선문이랑 에펠탑도 있었다.
명품관 건물 간지라는 것이 폭발한다.. 2시가 다돼가는데 아무리 돌아다녀도 먹고 싶은 게 안보였다. 샌프란 숙소에 버리고 온 치폴레가 보고 싶었다.
그래서 결국 오는 길에 봤던 라멘집으로 갔다. 뭔가 느끼한 거 말고 아시아 느낌 나는 음식이 먹고 싶었다.
이름은 Spicy Miso Ramen이었는데 하나도 안 매웠다... 이게 햄버거보다 더 느끼해서 몇 젓가락 먹고 버렸다. 월그린에서 컵라면이나 사다 먹을걸 내가 이걸 12불이나 주고 먹다니 하면서 불만 폭발ㅋㅋㅋㅋㅋㅋ
할 게 없어서 마그넷을 사러 갔다. 스트립에서 사면 제일 비싼 줄도 모르고 멍청이..
서울이랑 반대로 너무너무 너무 더웠다. 습도는 없어서 땀은 하나도 안 나는데 그냥 육즙 하나 없이 바싹 마른 인간 구이가 되는 것 같았다.. 20도밖에 안되는데ㅋㅋㅋㅋㅋㅋ
라스베가스는 딱히 일정이랄 것도 없었지만 오후 일정을 취소하고 호텔에서 쭉 쉬기로 하고 호텔로 고고
체크인 기계에서...ㅎ ㅏ..어이가 없어서 ㅎㅎ.. 내 여권 성명엔 하이픈이 있는데.. 내 딴엔 발음 이상하게 하지 말라고 넣어놓은 건데.. 그러려면 마지막 이름의 첫 글자를 소문자로 해야 되는데.. 이름 강제로 대문자로 바꾸는 시스템에선 이걸 자꾸 미들네임으로 착각해서 마지막 글자를 잘라먹고 Ha라고만 불러.. 내 이름이 웃는 소리의 의성어라니.. 얼마나 이상해 보일까..
기계로 체크인을 하고 카운터에서 룸키를 받은 다음 방을 찾기 시작했다. 이 사진도 1/3쯤 오다 찍은 사진인데 이 사진을 찍고 정확히 6분 뒤 방에 도착했다. 너.무.넓.어.
WOW.. 스트립에서 제일 저렴한 호텔의 제일 작은 방인데 이렇게나 넓고 깨끗하다니.. 샌프란에 2성급보다 100배 좋았다. 이게 2박에 리조트 피, 세금 포함 $75 정도 했던 듯.. 더블베드니까 하루에 하나씩 자면 되겠다!!!!!!
확실히 '새 것' 느낌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넘넘 깔끔하고 좋았다.
방에서 뷰는 호텔 뒤편 라스베가스 관람차 있는 쪽이었다. 암막커튼이 짱짱해서 스트립 뷰였어도 빛공해 없었겠는걸..?
침대에 풀썩! 하고 뛰어들어서 티비를 켰다. 유튜브에서만 보던 엘런쇼라니.. 하나도 못 알아듣겠네^^
이제 맡겨놓은 짐을 찾으러 가 볼까?
하고 또다시 로비로 한참을 걸었다. 진짜 한~~~~~~~참 걸어서 겨우 찾으러 왔더니 전화로 가방 맡길 때 받은 택 넘버 말하면 갖다 준다고.. 그래 봤자 팁 몇 불인데 와...
지하 쇼핑몰 구경 좀 하다 올라오니 어느새 해가 다지고 어둑어둑. 부지런함이라는 에너지는 갖다 버린 듯했다. 숙소를 보니 마냥 퍼져있고 싶었다. 여행 가서 밖에 관광은 안 하고 럭셔리한 호텔 안에서만 놀고먹는 사람들 이해가 가기 시작.. 혼자 이러고 설정샷 찍고 놀았다. 매우 편안.
근데 맥북 가지고 놀다가 이런 걸 발견......... 호텔에 짐 보관할 때 빼곤 계속 내 백팩에 맥북 넣어놨었는데.. 짐 보관할 때 가방을 던졌나?.......
맥북 걱정에 새벽 2시까지 잠을 못 잤다.. 일찍 새벽에 일어나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