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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님 Aug 13. 2017

[나 홀로 미국 서부 여행 2탄] #10

그랜드캐년 버스 투어

2016/02/11

Grand Canyon Bus Tour


그랜드캐년 버스 투어를 http://www.grandcanyontours.com/ 에서 $88.99에 예약했다.

6시 25분에 플라밍고 호텔에서 픽업이었다.

그래서 더 일찍 달려가서 조식을 받았다. 플라밍고는 룸당 $20 정도의 쿠폰을 주는데 카페에서 조식을 먹을 수 있다. 메뉴도 다양하고 난 혼자라서 꽤 양도 든든하게 먹을 수 있었다. 치즈와 계란이 들어간 크라상은 바삭하니 정말 맛있었다. 자취하면 과일 못 먹고 산단 말에도 공감. 그동안 못 먹었던(?) 비타민도 충전.

줄을 일찍 서서 운 좋게 맨 앞자리에 앉았다. 자리도 넓고 테이블도 있고 무엇보다 앞의 풍경이 보인다는 게 좋았다. 오늘의 드라이버 아줌마 '태스'다. 메가버스 보다도 훨씬 큰.. 정말 엄청 큰 버스였다.

한 손으로 마이크를 잡고 그랜드캐년 이야기, 라스베가스 여행 팁 들을 얘기하는데 나름 재밌었다.

끝없는 일자 도로를 가다 처음으로 마주한 Lake Mead. 

얼마쯤 더 가자 잠시 휴식을 취한다며 마트라고 쓰여있는 곳에 왔다. 화장실만 들렀다 가는 곳이었다.

사진 한 번 찍어주고 다시 출발. 불현듯 호텔에 두낫디스텁도 안 걸고 팁도 안 놔둔 것과 회사 입과 과제도 안 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버스 투어에는 중식이 포함되어있는데 Grand Depot X Cafe라는 곳에서 뷔페식의 점심을 먹었다.

입맛도 없던 때인 데다가 별로 맛있지도 않아 보여서 깨작거리다가 애플파이랑 아이스크림만 두 번 먹었다. 이름만 뷔페고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맛있는 뷔페는 아니었다.


한 시간쯤 먹고 시간 맞춰 버스에 탔는데 자꾸 아줌마가 인원 체크하는데 몇 사람이 없다고.. 누군지도 모르고 연락도 안되는데 애리조나 길바닥 한가운데에 버리고 갈 순 없으니 마냥 기다렸다. 알고 보니 중국인이었는데 10분이나 늦어서 제일 선두에서 가고 있던 버스가 줄 제일 마지막이 됐다. 사과도 안 함.. 극혐

이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는 뒤에 나온다.

내가 갔을 때는 2월인데 계절이나 도로 사정에 따라 몇몇 포인트들이 닫히기도 한다.

이게 다 중국인 때문이다. 제일 먼저 달려와서 Mather Point에서 구경하고 사진 몇 방 찍고 다른 곳으로 이동했어야 하는데 제일 늦어서 사진도 못 찍고 이렇게 인산인해만 구경했다^^

사실 너무 넓어서 어딜 봐야 내가 생각했던 '그랜드 캐년' 인지 모르겠다. 거기가 거기 같고 그렇다.

대체로 붉은색을 띠지만 지층에 따라 다른 색을 띠는 지층 군도 있다.

온도차가 극명한 게, 음지에는 눈이 녹지도 않고 있다.

지질학적으로 감상하고 싶는데 나름 지구과학 덕후였던 나지만 고등학교 졸업한 지 6년이 넘어서 하나도 기억이 안 났다.

어쨌든 전체적인 느낌은 발 잘못 디디면 악 소리도 못 질러보고 끝장 날 거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런 사진을 찍을 때도 사실은 다리가 사시나무처럼 떨렸고 손에 땀이 콜로라도 강 물줄기처럼 줄줄 나서 바위가 침식당해 그랜드 캐년의 일부가 되어버릴지도 모르는 지경이었다.

림 트레일을 따라 조금 걸어보기로 했다.


개미만 하게 보이는 사람들. 너무 커서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지도 모르겠고 아무리 저 멀리 쳐다봐도 끝없이 지평선 밖에 안 보였다.

이거 찍을 때도 다리 후들후들거렸다. 사진만 봐도 손에 땀난다.

트레일을 따라 걷다 보니 20억 년 걸었다고 축하해줌..

돌아다니던 와중에 롯지 근처에 주차되어있는 머스탱을 발견! 그랜드 캐년의 머스탱이라니 너무 멋졌다. 

그렇게 마더 포인트를 2시간쯤 돌아보고 나니 다시 집에 가야 할 시간이었다. 버스 탑승 후 꿀잠 시작.

7시쯤 어떤 패스트푸드점에 들렀다. 저녁은 투어비에 포함되어있지 않아 각자 사 먹으면 된다.

5달러짜리 버거.. 5달러짜리 맛..

오는 길에 후버댐도 볼 수 있었다. 갑자기 노란색 카마로가 뛰어오르더니 변신해서 나에게 "샘 윗위키?"라고 하지 않을까 상상해보았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은 채 라스베가스 시내의 화려한 불빛이 보이고 있었다. 13시간만에 호텔방에 돌아온 것으로 투어는 끝났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아주 꽉 찬 하루였다. 거의 8시간 동안 버스에 앉아만 있었다. 미국이 정말로 크구나 가도 가도 끝이 없구나 느낀 하루였다. 

그렇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혼자 온 여행객에게 그랜드 캐년 버스투어는 운전할 필요도 없이 가격도 적당한 최고의 선택이었다.


피곤함이 폭발해서 여드름도 폭발할 거 같았다. 당장 다음날 지니어스 바 예약을 하고 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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