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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den Kim May 29. 2017

확 바뀐 청와대의 소통 풍경

업무공간 재배치의 미학

본 글은 제가 2017년 5월 29일자 매일경제에 기고한 원고를 재편집한 글입니다.

진짜가 나타났다. 국민과 소통할 수 있는 소통령, 아니, 국민뿐 아니라 본인이 직접 마주하고 일하는 청와대 참모들과의 의사소통 능력을 갖춘 대통령을 우리는 TV를 통해 목도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튿날부터 파격적인 소통행보를 이어갔다. 지난 정부에서 사용했던 ‘홍보수석’의 명칭을 ‘국민소통수석’으로 변경하고 국민과 소통하는 정부를 지향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했다. 또한 주요 부처의 인사 지명은 대통령이 직접 국민 앞에 나서서 브리핑을 하는 동시에, 대본에는 없었던 자유 질문을 받아 청와대 출입기자들을 적잖이 당황시키기도 했다. 특히 오찬 후, 테이크 아웃 커피를 들고 참모진들과 경내 ‘캐주얼 토킹’을 선보인 풍경과, 받아쓰기 및 사전 결론 없는 수석보좌관 회의를 일주일에 두 번씩 정례화하겠다는 대통령의 회의석상 발언은 우리네 여느 직장인들 풍경과 다를 바 없다. 지난 오랜 세월 노폐물이 쌓여 막혔던 ‘소통 혈관'이 이제야 뻥 뚫리는 느낌이다. 아마 대부분의 국민들이 그런 카타르시스를 느꼈으리라. 


혹자는 그게 뭐 그렇게 대수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모름지기 대통령이면, 나랏일을 잘해야 한다는 주장일 것이다. 하지만 인간관계의 99%는 소통이며, 소통으로 인한 원활한 인간관계는 일을 성공적으로 추진시키는 주요 동력이다. 따라서 소통을 잘못하게 되면, 잘 될 일도 그르치게 마련이다. 조직 내에서 서로 얼굴을 맞대고 대화하며 일하는 팀은, 이메일로만 소통하는 팀에 비해 업무 효율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대화’라는 소통의 도구가 다양한 해결책을 생산시키며, 팀원 간 신뢰가 동시에 구축되기에 업무효율이 높다는 것이 연구의 요지다. 조직 내 원활한 의사소통을 하기 위한 정석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그 어떤 규칙도 법칙도 모든 조직에 일률적으로 적용될 수 없다. 다만 많은 연구들은 업무공간에 변화를 주는 것(workspace redesign)이 원활한 의사소통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밝히고 있다. 숙박 시설과 숙박객을 온라인으로 연결해주는 에어비앤비(Airbnb) 미국 샌프란시스코 본사의 풍경은 우리 기업들의 그것과 사뭇 다르다. 여기에서는 개인이나 부서를 가로막는 파티션은 보이지 않는다. 고개만 살짝 들면 팀원들과 빠르고 투명한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가까워진 물리적 거리만큼, 심리적 거리 또한 가까워져 팀원 간 자유로운 의견교환이 이루어진다. 미국 백악관 웨스트 윙에 위치한 대통령 집무실 오벌 오피스(Oval Office) 역시 문만 열고 나가면 복도 맞은편에 바로 비서실장과 부통령 방이 있다. 국가의 중차대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사람들이 이렇게들 서로 가깝게 지내니 의사결정이 빠르고 효율적일 수밖에 없다.


우리도 역시 그동안 막혔던 ‘소통 혈관’을 뚫기 위해 정부가 먼저 발 벗고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얼마 전 청와대 여민관 집무실에 10명이 둘러앉아 회의를 할 수 있는 원탁을 배치했다. 이전 정권이 사용해오던 넓은 직사각형 ‘업무공간’에 변화를 주어 자유로운 토론문화를 정착시키려는 시도로 읽힌다. 일단 회의 배석자 간 심리적 거리를 좁히는 데에는 성공한 듯하다. 심리적 거리가 좁혀진 만큼,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 이루어져 안건에 대한 최적의 선택지가 채택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제 남은 것은 물리적 거리이다. 대통령과 참모들의 물리적 격리로 인한 문제점은 역대 정부마다 지적된 사항이다. 대통령의 경호 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청와대를 광화문으로 이전하겠다는 의지는 그 어느 정부보다 더 강력하다. 의지가 성사될 경우, 지근거리 내에서 대통령과 참모, 그리고 정부 부처 수장들과의 원활한 스킨십이 기대된다. 퇴근길에 마주하는 국민들과의 소소한 스킨십 역시 국정운영 조언자로서의 역할을 해 줄 수 있다. 작은 ‘날갯짓’이 큰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 필자는 지난 학기부터 25명이 듣는 전공수업 시간에, 강의실 한가운데 의자를 놓고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학생들과 물리적, 심리적 거리를 줄여 학습의 효과를 높여보고자 함이다. 사람은 공간의 지배를 받는 동물이다. 각자의 업무 현장에서의 작은 시도가 큰 변화가 되어 돌아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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