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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den Kim Jun 13. 2017

외국인 공무원은 어떠세요?

우리나라 외국인 공무원 채용의 현재와 미래

본 글은 제가 2017년 6월 12일 월요일자 매일경제에 기고한 원고를 재편집한 글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올해 하반기 공무원 12,000명을 추가 채용한다는 소식에 전국의 공시생(공무원 시험 준비생)들뿐만 아니라 일반 직장인들까지 술렁이고 있다. 그런데 가만히 기억을 돌이켜보자. 여러분은 노랑머리와 푸른 눈을 가진 서양인이, 우리나라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현장을 한 번이라도 목격한 적이 있는가? 아니면 주위로부터 시청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중국인 친구나, 혹은 경찰 공무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미국인 친구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있는가? 삼성이나 애플과 같은 다국적 기업도 아닌, 우리 동네 관공서와 대한민국 각 행정부처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의 모습은 쉽게 상상하기 힘들다. 어떻게 나랏일을 외국인한테 맡길 수가 있는가? 그게 나라냐. 그렇다면 필자가 알고 있는 아일랜드 국적의 싱가포르 경찰 공무원과, 우리나라 국적을 보유하고 싱가포르 중앙 공무원들의 역량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싱가포르 교육 공무원은 어떻게 설명되어야 할지 모르겠다.


국민이 행복한 대한민국과 신뢰받는 깨끗한 정부를 만들기 위해서라면, 외국 국적의 사람을 우리나라 ‘공무’에 투입해도 괜찮은 것일까? 많은 국민이 우려할지 모르는 이러한 질문과는 달리, 대한민국 정부의 외국인 공무원 채용에 관한 사항은 이미 2008년 개정된 국가공무원법에 분명히 명시되어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일반직 공무원 중 전문경력관 및 임기제공무원, 그리고 별정직에 해당하는 자리를 외국인으로 임용할 수 있게끔 여건을 완화한 것이다. 그러나 언론보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외국인 공무원 채용은 여전히 저조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2015년을 기준으로 서울시에는 오로지 5명의 외국인 공무원만이 임용되어 일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외국인 공무원 대부분이 국∙공립대 교수로 채용되는 교육계의 현실을 제외하면, 사실상 타 정부조직에는 외국인이 전무한 실정인 것이다. 왜 그럴까? 


여기에는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겠지만, 크게 외국인 공무원 채용을 위한 접근성의 부족과 외국인 공무원에 대한 우리나라 공무원들의 인식 문제를 꼽을 수 있다. 싱가포르는 전 세계 지원자들에게 공직 입문의 문호를 개방하여, 단 하나의 통합된 글로벌 채용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즉, 국적을 가리지 않고 본인의 능력과 경험이 적합하다고 판단되면, 해당 사이트에서 즉시 인터넷 지원이 가능한 시스템인 것이다. 여기에 싱가포르는 부처별 자율 선발제도를 도입하고 있어, 우리나라의 전통적 공개경쟁채용시험과는 달리 인재 채용에 있어 유연성을 가지고 인재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즉각적이면서 유연한 모집과 채용 방식은 흡사 민간부문의 그것과 매우 유사하다. 한편, 지난 2009년 우리나라 7개 정부조직의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외국인 공무원 채용에 대한 인식을 측정한 결과, 응답자들은 조직 내 다양성(diversity)이 조직의 전문성과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 한편, 외국인 공무원 채용제도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70%이상이 부정적 견해를 보이며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 우리 정부가 시대적∙환경적 변화를 받아들여 국가공무원법을 개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공직의 현장은 이러한 변화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대승적 차원에서 우리가 일부 수용할 점은 수용하고, 논의가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추후 협의를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싱가포르 및 홍콩을 비롯한 타 국가들의 사례를 살펴보면,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공직 영역에서는 외국인 공무원 임용이 정부 경쟁력 강화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도 굵직한 국가적 사안을 다루는 외교∙통상∙안보분야보다는, 당장 우리나라 현장 곳곳에 필요한 외국인 인재를 영입하여 활용하는 것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지난 2009년 기상청 기상선진화 추진단장으로 임명되어, 2013년까지 성공적으로 재임했던 미국인 케네스 크로포드 前 단장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현재와 미래를 고려해 볼 때, 어떤 공직 분야에 외국인 공무원 임용을 생각해 볼 수 있을까? 필자는 단연 다문화가정 지원 담당 분야를 꼽는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로 인한 외국 노동력의 증가와, 국제결혼 증가로 인한 다문화 가정의 증가는 앞으로 피할 수 없는 대한민국의 중대한 과제가 될 것이다. 이미 우리나라에 정착해 살고 있거나, 아니면 해당 분야에 경력을 가진 외국인이 다문화가정 지원 담당 공무원으로 임용된다면, 그 누구보다 정책적인 시사점과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는 데 필요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한 예로, 지난 4월 여주시청 사회복지과는 공개채용을 통해 베트남 출신 이주여성을 여주시 지방 임기제 공무원으로 임용했다. 향후 다문화가정이 여주시에 정착하고 자립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는 이러한 ‘적재적소’의 외국인 임용 사례가 턱없이 부족하다. 외국인 공무원 임용 사례를 확대하려면, ‘시범적 채용 직무’를 먼저 검토하여 지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최소한의 한국어 구사 능력 및 관련 분야 경력과 같은 ‘선발기준’을 별도로 마련하여 공표해야 한다. 이렇게 마련된 채용계획은 별도의 외국인 공무원 모집 전용 웹페이지 또는 정부의 SNS 채널 등을 통하여 가능한 많은 지원자들이 보고, 클릭 한 번으로 즉각 지원할 수 있게끔 임용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 이후 외국인 공무원들의 업무 성공사례를 대중에게 전파하여 전문성을 인정받는 외국인 공무원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면, 이는 우리나라 공무원들의 인식을 개선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지난 2016년 4월 정부 서울청사 별관에서는 공직사회 미래를 논의하는 ‘인사비전 2045’ 발표회가 열렸다. 2030년까지 외국인의 공무원 선발 비율을 1%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글로벌 포용 선발제도’가 논의된 자리였다. ‘필요한 자리 (Right job)’에 ‘맞는 사람 (Right person)’을 등용하는 것. 여기에 민간과 공직, 물리적 영토 구분은 이제 무의미하다. 더욱이 향후 남북통일시대를 맞이하면, 우리 사회가 다양성을 포용하는 방식은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될 것이다. 그때가 되면,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가진 북한 출신 동포들도 ‘옛 북한’의 사회∙문화와 관련된 공무원으로 임용시켜 통일 행정부를 운영해야 할 것이 아닌가? ‘적재적소’의 인사관리라는 측면과, 다가올 한국 사회의 변화에 대비한다는 측면에서 외국인의 공무원 임용을 보다 긍정적으로 강화해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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