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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경산수화의 대가 겸재 정선의 전시를 보러 가다

일상 에세이

by 글쓰는 누나

며칠 전 진경산수화의 대가 겸재 정선의 작품을 보러 호암 미술관으로 갔다. 호암 미술관은 아주 예전에 스치듯 갔고 제대로 전시를 본 적은 처음이다. 지인이 겸재 정선의 작품을 좋아해서 동행했다. 호암 미술관은 가기 좋은 장소는 아니다. 용인 에버랜드 옆에 있는데 아래에서 위를 올라가야 미술관이 나오는데 셔틀버스를 타거나 자차를 가지고 가야 한다.


어찌어찌 도착한 미술관은 이병철 회장의 별장답게 진짜 화려했다. 이병철 회장이 우리 것을 좋아했는지 내부가 온통 한옥에 우리 것이 가득했다. 정원을 한국식으로 꾸몄는데 건물을 사이에 두고 양쪽에 한국식 정원과 연못을 꾸며 조선 시대에 이랬겠구나 하고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각종 석상을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예쁜 정원을 뒤로하고 우리는 정선의 작품을 보러 미술관으로 들어갔다.


사실 겸재 정선의 작품을 처음 보는 건 아니다. 이 전에 간송 미술관에서 다른 전시회와 할 때 본 적이 있었다. 그땐 주로 금강전도를 봤는데 계속 금강산만 보니까 살짝 물리는 느낌도 있었다. 그렇게 위대한 지도 잘 몰랐다. 그런데 이번에 제대로 보니까 겸재 정선의 진가를 알게 되었다.

일단 정선은 천재다. 그 당시 비행기나 드론이 없어서 위에서 내려다볼 수 없었을 텐데 정선의 금강전도를 보면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그림을 그렸다.

이걸 생각해서 그렸다는 점에서 천재라고 보인다. 그리고 섬세함의 장인이다. 진경산수화란 우리나라 자연을 본격적으로 그린 그림을 말한다. 정선의 그림에 온갖 자연이 나오는데 그게 끝이 아니라 자세히 보면 손톱보다 작은 크기로 사람을 그려놨다. 처음엔 자연과 구도만 봤는데 나중엔 정선이 어디에 사람을 그렸나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계속된 정선의 그림을 보니 부채 작품이 꽤 많았는데 저거 하나 갖고 있으면 부자가 된 기분이 들 것 같았다. 굿즈샵에 부채 상품이 있었는데 십만 원 단위로 너무 비싸서 사지 못하고 군침만 흘리다 돌아왔다. 대신 그림엽서를 사서 책상 위를 장식했다.

정선의 그림은 보면 볼수록 다양하고 섬세하다. 금강산만 보면 보이지 않은 것들이 모든 작품을 천천히 둘러보니 얼마나 노력했고 섬세했는지 그리고 얼마나 치열하게 그렸는지를 알 수 있었다. 지금도 예쁘게 방에 잘 붙어 있는 정선의 작품을 보며 감사함을 느낀다.


이 위대한 작품이 전쟁에도 불타지 않고 오롯이 남겨져 있는 것에 말이다.


★ 사진 출처 : 개인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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