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원계홍 전시회

일상 에세이

by 글쓰는 누나

오랜만에 지인들과 미술관에 다녀왔다. 장소는 ‘성곡미술관’으로 경복궁역 근처에 있다. 최근에 미술관에 갈 일이 없었는데 지인이 RM이 가보고 추천한 전시회라고 소개해 주어 궁금증이 생겨 서울로 향했다. 솔직히 거리가 멀어 1시간 30분이 훌쩍 넘었지만 어쩌다 한 번이니 갈만했다.


종로 3가까지 가서 경복궁역까지 갈아탄 다음 밖으로 나가 성곡미술관까지 길을 찾아 죽 걸어갔다.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이 꽤 많았다. 사람 구경도 하고 경복궁 담장도 보면서 걷다 보니 미술관이 금방이었다. 미술관은 쌍용 회장 집을 개조해 만든 거라고 하는데 생각보다 규모가 커서 놀랐다.


20230513_141805 (1).jpg

사실 원계홍 작가는 잘 모르는 사람인데 순전히 RM 때문에 보러 갔다. 수많은 작품 중 마음에 드는 건 딱 두 점이었다. 하나는 수색역에서, 또 하나는 회현동 거리다.


수색역에 서라는 작품은 하얀 바탕에 빨간 역 건물 덜렁 하나 그려진 그림인데 여백의 미가 잘 느껴져 내내 마음에 들었다. 마치 세한도를 보는 느낌이랄까. 그런데 또 세한도와는 다른 맛이 있어서 똑같지는 않다.


구도도 유달리 1 소실점이나 2 소실점을 잘 써먹은 작가였고 마티스나 세잔의 영향 탓인지 유달리 붉은색이 많이 보였다. 회현동에서였나 그 작품은 색채만 놓고 보면 마치 프랑스 국기 같다. 솔직히 인물화는 그 다지 매력적이지 않았지만 몇 가지 정물은 좋았다. 꽃병을 그렸는데 앞쪽에 노란 레몬이 포인트처럼 보여 사진을 찍었다.


20230513_141011 (1).jpg


작가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우리나라에 잘 없는 붉은색이 많아 의아했는데 지인 말로는 아마 새벽녘쯤이나 해 질 녘에 붉은빛에 물드는 걸 보고 그렸을 거로 추측해 주었다. 실제 색이 아닌 그렇게 물들어 보인 색이라 신기했고 마치 유럽의 어느 거리를 보는 착각마저 들었다. 그런데 다른 작품을 보면 전형적인 옛날 한옥과 거리가 있어서 한국임이 여실히 드러난다.


작품을 다 보고 난 후 대우에서 기증했는지 김우중 회장의 흉상이 있는 커피숍에서 차 한잔 마시며 쉬었다. 자리도 넓고 건물도 깨끗해 좋았다. 우리는 오랜만에 본 전시회가 좋아 내내 즐겁게 대화를 나눴다. 다음에도 또 가보고 싶다. 전시회. 역시 좋다.


★ 사진 출처 : 개인 소장

keyword
작가의 이전글진경산수화의 대가 겸재 정선의 전시를 보러 가다